SK브로드밴드는 민법의 부당이득반환 법리에 의거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에 망 이용대가 청구를 위한 반소장을 지난달 30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했다고 1일 밝혔다.
망 사용료 액수를 따져보자는 것이 소송의 요지다. 지난 6월 법원에서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판결했으으로 구체적인 액수를 산정하다는 것이다.
앞서 SK브로드밴드는 지난 6월 넷플릭스가 제기한 ‘채무부존재(망 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확인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다. 하지만 1심 판결 이후 넷플릭스는 협상에 응하지 않고 지난 7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넷플릭스는 오는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방송통신위원회 대상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돼 망 사용료 관련 질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SK브로드밴드는 “민법의 부당이득 반환 법리에 따라 넷플릭스에 망 이용대가 청구를 위한 반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반소를 낸 배경으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가 협상에 응하지도, 망 이용 대가를 내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인터넷 망은 초기 구축 및 매년 유지관리에 상당한 투자가 수반돼 당연히 유상으로 제공되는 것임에도 넷플릭스가 대가 지급 없이 회사의 망을 이용하고 있다”며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가 협상에 전혀 응하지 않은 채 망 이용대가 지급을 이행하지 않아 부당이득반환 법리에 의거 반소를 제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가 구축하고 임차한 국내·국제 데이터 전송망을 이용해 넷플릭스가 이용자들에게 데이터를 전송하는 이익을 얻고 있음에도 아무 대가를 지급하지 않음에 따라 망 이용대가에 상응하는 손실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의 국내외 전용회선을 공짜로 쓰면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지만 통신망 고도화를 어렵게 해서 국내 이용자에게 손실을 주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3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가운데) 등 SK브로드밴드 측 소송인단이 반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SK브로드밴드)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회사의 망에 발생시키는 트래픽은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2018년 5월 50Gbps(기가비피에스) 수준에서 올해 9월 현재 1200Gbps 수준으로 약 24배 폭증했다. 그만큼 SK브로드밴드의 손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일반망을 통해 고화질 영상을 전달할 경우 다른 일반 사용자들은 '먹통 사태'가 불가피해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한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로서는 '별도 전용망'을 설치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구축, 유지 비용이 소요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망 사용료 금액이 적다면 적을 수 있고 많다면 많을 수도 있다"며 "우리로서는 금액보다 트래픽 증가가 주요 관심사"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의 주요 임무는 넷플릭스를 사용하는 고객이나 이용하지 않는 고객이나 끊김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망 고도화 작업을 통해 넷플릭스는 수익을 창출하고 우리는 이용자들에게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양측이 협력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페이스북도 초기에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버티다가 협상을 통해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며 "현재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업체는 넷플릭스가 유일하다"고 비판했다.
국내 사법부의 판단도 SK브로드밴드의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올해 6월 패소한 후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1심에서 법원은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통해 인터넷 망 연결이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넷플릭스가 이에 대한 대가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고 형평에 부합한다”고 판결했다.
SK브로드밴드가 주장하는 넷플릭스의 ‘부당이득’(망 사용료)는 법원의 감정 절차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로써는 구체적인 금액을 예상하기 어렵다. 다만 앞선 소송에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를 2017년 15억원, 2020년은 272억원으로 추정했다.
업계에서는 시장 가격 및 요금 단가를 근거로 2018년 6월 이후 현재까지 약 700억원에서 소송이 1년 이상 길어진다면 최대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반소와 별개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든다. 넷플릭스는 1심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항소를 제기했가. 그러나 아직 항소이유서는 법원에 내지 않은 상태다. 지난 9월 10일이 시한이었지만 넷플릭스 요청에 따라 11월 5일로 8주 미뤄졌다.
이를 놓고 해외 IT공룡들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싸늘한 시선과 국감을 의식한 의도적인 '지연 작전'이라는 분석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넥플릭스 측이 항소이유서 제출을 8주 연기 요청한 것은 국감을 별 무리 없이 넘어가보자는 전략으로 보이다"며 "시간을 지연하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넥플릭스의 고의적인 시간 끌기로 소송 기간이 길어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5일 방통위 국감에 넷플릭스서비시스 코리아 연주환 팀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이다.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망 이용대가 청구를 위한 반소를 제기하며 망 소송 갈등 문제가 국감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연간 수백억원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면서 안정적인 망 관리와 망 증설에 협력하고 있다"면서 "정작 폭증하는 트래픽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은 망 사용료를 외면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넷플릭스는 컴캐스트, 버라이즌, AT&T 등 해외 ISP에는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다.
잦은 먹통, 접속 장애에도 나 몰라라 하는 태도 역시 도마에 자주 오르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5~6월 두 차례, 총 4시간30분가량 장애가 발생했지만 어떠한 사과 공지와 보상방안도 내놓지 않았다.
넷플릭스를 둘러싼 조세 회피 논란도 '망 무임승차'와 함께 매년 국회에서 지적돼온 이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국내에서만 4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작년에 납부한 법인세는 21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비슷한 규모의 매출을 기록한 국내 IT기업의 법인세는 158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