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노동조합 관계자들이 금융위원회 앞에서 상복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카드사노동조합 협의회)
신용카드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필수가 된 만큼 잡음도 새어 나왔고 견제도 심해졌다. 3년마다 진행되는 수수료율 재산정은 사실상 인하다. 카드사들은 이미 충분히 낮은 수수료율이라며 생존을 위협하는 수순이라고 하소연한다. 반면 정치권은 영세자영업자의 부담을 내세워 압박을 계속한다. 뷰어스는 카드사의 위기를 들여다보고 해법을 찾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지난 12년간 13번 낮아졌다. 업의 기본적인 수익 기반을 이렇게 무너뜨린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수수료율 인하가 또다시 논의되고 있다.
영세자영업자,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이유로 정부와 정치권은 수수료 인하를 밀어붙인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물론 소상공인들마저 반대하고 있다. 이번에도 ‘추가 인하’는 불가피한 것일까.
27일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에 따르면 협의회 관계자들은 지난 22일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롯데카드노동조합, 신한카드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노조협의회 관계자들은 상복을 차려입고 금융위원회 앞에서 항의를 이어갔다.
협의회 관계자는 “하반기 적격비용재산정을 앞두고 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는 카드 업계와 노동자에 대한 사망 선고”라며 “중단을 촉구하는 항의의 표시로 상복을 입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앞서 카드사 노조는 지난 18일 투쟁선포식을 개최하며 청와대와 금융위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고 홍보차량을 배치했다. 이들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더 강력한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 “추가 인하는 ‘기정사실’…피해만 커져”
카드 수수료율은 지난 2007년부터 지금까지 13차례 인하됐다. 수수료율은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밴 수수료, 마케팅 비용 등 원가 분석을 기초로 추산된 적격비용을 검토해 정해진다.
지난 2012년 여신전문금융법 개정 이후 3년마다 재산정되지만 한 번도 동결되거나 인상된 적은 없다. 그 결과 2007년 4.5%에 달하던 일반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은 1.97~2.04%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국내 가맹점의 96%가 0.8~1.6%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업계에선 또다시 인하가 이뤄진다면 감내하기 어렵다는 뜻을 수차례 밝혀왔다. 신용평가사 나이스신용평가는 현행 수수료율이 0.1%포인트 하향조정될 경우 7개 신용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총 52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0.15%포인트 하향 시에는 9200억원, 0.2%포인트 하향 시 1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이 축소된다.
이익 기반이 무너지면 카드사는 결국 근로자들에 대한 인건비 축소, 투자 억제, 마케팅 비용 축소를 선택하게 된다. 소상공인들도 무상으로 제공받던 감열지나 포스(POS)의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등의 피해를 겪게 된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사뿐만 아니라 카드사와 가맹점을 연결해주는 결제망사업자(VAN)가 가져가는 수수료도 포함된다”며 “단말기 비용 등 고정비가 있어 지금도 밑지는 장사”라고 호소했다.
■ 적극적 반대에도 결국 인하 추진
반대의 목소리는 높지만 전문가들은 다음 달 발표될 수수료 개편안도 예년처럼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에도 카드사들이 호실적을 보이고 있는데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수수료 인하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제 현재 국회에 발의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은 전통시장이나 영세가맹점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수수료 인하에 방점이 찍혀있다. 또 사회적기업이나 주유소, 대중교통운영자 등 특수가맹점에 대한 우대수수료율 적용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다.
금융당국은 지난 14일 카드사 CEO들과 수수료 개편 관련 비공개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당국은 CEO들에게 적격비용 산정 내용을 설명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해관계자인 카드 업계와의 의견도 조율한 만큼 수수료 인하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