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 (사진=LG생활건강)
국내 화장품 업계 왕좌 싸움에서 LG생활건강이 아모레퍼시픽의 추격을 물리치고 있다. 올해 3분기에 LG생활건강은 럭셔리 화장품의 성장세를 보이며 영업이익을 올렸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해외 사업의 타격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했다.
LG생활건강은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2조103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2.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4.5% 늘어난 342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럭셔리 브랜드 매출 비중이 높아진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LG생활건강의 럭셔리 전략은 뷰티 사업 실적에서 두드러진다. 3분기 뷰티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0.2% 감소한 1조267억원이었으나 영업이익은 9.0% 증가한 2154억원을 기록했다.
대표적인 럭셔리 브랜드인 ▲후(23%) ▲오휘(23%) ▲오휘 더 퍼스트(53%) ▲로시크숨마(29%) 등의 3분기 누적 매출도 5.3% 증가한 3조3011억원을 기록했다. 누적 영업이익은 15.3% 증가한 6888억원이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화장품사업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2% 감소한 1조267억원, 영업이익은 9.0% 증가한 2154억원을 기록했다. 생활용품 사업의 경우 전년동기 대비 6.1% 증가한 5400억원, 영업이익은 4.7% 감소한 636원으로 집계됐다. 음료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6.1%, 증가한 4437억원, 영업이익은 0.1% 증가한 632억원을 달성했다.
LG생활건강 측은 “프리미엄 브랜드 내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여기에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한 마케팅도 지속해서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 승부사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
LG생활건강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지난 2005년 부임한 차석용 부회장이 그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차 부회장은 16년간 지내면서 회사 실적을 대폭 확대했다. LG생활건강 매출은 2004년 9526억 원에서 2020년 7조8445억 원으로 증가했다.
차 부회장은 취임 후 이를 과감히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 3대 사업 포트폴리오로 재편했다. 특히 그는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역량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현재까지 진행한 M&A만 30여건에 달한다. 그는 인수 후 시너지 창출에도 능했다.
2007년 말 코카콜라음료에 이어 2009년 다이아몬드샘물, 2010년 더페이스샵과 한국음료, 2011년 해태htb, 2012년 바이올렛드림(구 보브)과 일본 화장품사 긴자스테파니 등을 인수했다.
이밖에도 2018년엔 50년 업력의 '에이본 재팬'과 '에바메루'를 인수했으며 이듬해 8월 미국 화장품 기업 '뉴 에이본' 인수로 북미 사업 확대 기반을 다지기도 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3분기 1조2145억원의 매출과 51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5.3%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은 3분기 온라인과 면세 채널의 선전에 힘입어 국내 사업에서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해외 사업이 지지부진하며 전체 실적에 타격을 줬다. 3분기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2% 하락했고, 해외 영업이익은 56.6% 급감했다. 이는 해외 사업의 약 7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의 사업 성과가 부진한 것이 원인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4일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전략 간담회를 열고 중국 시장 성장을 위해 럭셔리 브랜드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축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대표 “내년 말까지 중국 내 280여개 이니스프리 매장을 140여개로 줄인다”고 밝혔다.
여기에 중국 내에서 고가 럭셔리 라인 화장품 판매에 집중한다. 남아있는 중국 이니스프리 매장 내 고마진 에센스 비중을 20%로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중국 내 이니스프리 매장에 마스크팩이나 클렌저 등의 제품을 대거 축소하고, 에센스나 크림 유형 고가 화장품 배치를 늘린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은 중저가 브랜드인 이니스프리 오프라인 점포에 대한 구조조정을 가속화한다. 내년 말까지 중국 매장을 절반으로 줄이고 고급 브랜드인 설화수와 라네즈를 앞세워 수익성을 끌어올릴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