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선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2021년도 임금·복지 협상을 두고 해를 넘겨 갈등을 빚어온 삼성전자 노사가 3개월 만에 교섭을 재개했다. 노조가 임금 관련 요구안과 함께 요구해온 유급휴일 추가 방안에 대해 사측이 절충안을 제시하며 교섭이 성사됐다.
이는 노조가 지난 13일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택 앞에서 임금·복지 교섭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해오고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노조는 일단 교섭이 체결될 때까지 이 부회장 자택 앞 집회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가뜩이나 인텔과 TSMC 등 경쟁사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은 투자는 커녕 수율과 노조 문제 등으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모양새다. 이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할론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15일 삼성전자 사측과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전날 오후 실무교섭을 연 데 이어 이날 오전에도 실무교섭을 열어 협상을 진행했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2021년 임금교섭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15회에 걸친 교섭에도 합의를 이르지 못했고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까지 사안을 끌고 갔으나 소득은 없었다. 노조 측은 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에 따라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달 18일에는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나서서 노조를 상대로 설득에 나섰으나 상황은 진전되지 못했다. 이후 사측은 2021년·2022년 임금교섭을 병합해 요구사항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자고 제안했으나 노조는 거부했다.
노조는 지난 13일에는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고 “우리와 대화하고 요구에 응답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요구를 들어달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4일 교섭을 재개한 노사는 15일에도 만나 협상을 이어갔다. 이번 교섭에서는 다소 진전된 내용이 나왔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삼성전자는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노동조합의 투쟁에 의해 3일의 휴가를 제시했다”면서 “투쟁의 결과물로, 사측으로부터 제시안이 나온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말했다.
앞서 노조 측은 ▶성과급 재원을 기존 EVA(경제적 부가가치·세후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차감)에서 영업이익으로 전환 ▶정률인상에서 정액인상으로 전환 ▶포괄임금제와 임금피크제 폐지 ▶휴식권 관련 유급휴일 5일, 회사 창립일 1일 유급화, 노조 창립일 1일 유급화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사측이 노조가 요구해온 ‘휴식권 보장’에 대해 유급휴일 3일을 협상안으로 제시했지만, 노조 측은 “이는 진정한 교섭의 시작일 뿐”이라며 결과물을 더 끌어낼 뜻을 내비쳤다 노조 측은 “임금교섭의 핵심은 임금체계와 임금인상이다. 회사는 이에 대해 노동조합이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을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화의 물꼬가 트인 삼성전자 노사가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애 대해 이 부회장의 '등판론'이 급속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수율과 노조 문제로 초격차 전략을 펼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와중에 해당 요인들이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TSMC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미세공정 파운드리 역시 수율 문제로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나노미터(nm) 파운드리에서 당초 예상만큼의 수율이 나오지 않으며 다소 난항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율은 생산제품 중 양품 비율을 의미한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미세공정 일부 제품 수율이 50% 아래로 떨어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퀄컴은 4나노 공정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 Gen1 생산을 삼성전자에서 TSMC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냅드래곤8 Gen1은 4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져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갤럭시S22 시리즈에 탑재됐다. 특히 3나노 공정도 TSMC에 맡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소수이기는 하지만 노조 문제로 골머리를 앓으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임금협상 문제가 장기화 되면서 노조의 파업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파업을 염두에 둔 전국 12개 삼성전자 사업장 사업장 순회 홍보 투쟁에 나섰다. 지난 13일 이재용 부회장 자택 앞을 찾아 사측에서 임금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계와 학계에서는 총수인 이 부회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과감한 결단을 통해 불확실성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이 3년 내 유의미한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던 만큼 이 부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 환경이 점차 악화되면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대규모 투자와 합병 등에 총수의 역할이 지대한 점을 감안한다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삼성 안팎의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