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민 편집국장
짜장면은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음식이다. 저렴하면서도 달작지근하고, 가볍게 휙 먹을 수 있으니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이렇게 유명한 짜장면이지만 짜장면에서 간짜장이 나오게 된 배경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물가 통제 때문이라는 걸.
1980년대 이전까지 정부가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통제하느라 일부 제품의 가격을 올리지 못하게 했다. 짜장면도 그 중 하나였다. 중화요리집 입장에선 원재료비를 비롯한 인건비, 임대료 등 모든 비용이 올라가는데 짜장면의 가격을 올리지 않고는 버티기 어려웠다. 그래서 생각해 낸 묘수가 간짜장이나 삼선짜장이었다. 즉석에서 물기 없이 기름에 볶아낸 춘장 소스와 야채를 면과 별도로 내 놓으며 고급화를 시도하고, 가격을 올렸다. 간짜장은 물가 통제 품목에서 제외됐다.
이렇게 오지랖 넓은 규제는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튀어 뜻밖의 혁신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는 기대했던 효과를 달성하기는 커녕 소비자의 편익을 훼손하는 실패로 끝나기 일쑤다.
대통령 선거 중 은행의 '이자장사'를 규제하겠다고 예대금리 차 공시를 공약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22일) 은행연합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첫 공시를 했다.
시중은행들은 첫 공시를 앞두고 부랴부랴 수신금리를 인상했다. '00은행, 예대금리차 1위'라고 언론에 나오면 '이자장사'의 주범인 것처럼 낙인 찍힐 것을 우려해서다.
그렇지만 냉정하게 따져보자. 수신금리를 인상하면 소비자에게 좋은 일인가? 수신금리 인상 경쟁을 하면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금리도 따라 올려야한다. 짜장면의 원재료 값 등이 오르면 짜장면 값을 올려야하듯이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가면 대출금리도 올려야하는 것. 은행의 변동금리 대출 상품의 산정 기준인 코픽스(COFIX)는 은행의 수신상품 금리가 바탕이다. 결국 수신금리 인상은 저금할 여윳돈 있는 사람들의 이자소득을 늘려주지만 대출금리 인상은 돈을 빌려야하는 서민이나 중소기업들의 이자비용 부담을 키운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신용도, 신용점수에 따라 정해진다. 평균적인 예대금리 차가 줄어든다고 해서 다같이 대출금리가 떨어지는 게 아니다. 대통령 후보와 공약을 만든 이들은 예대금리 차를 공시하면 과도한 예대마진 문제가 해소되고, 서민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결과는 아니올시다일 공산이 크다. 은행간 대출금리 차별이 없어지고 은행들이 리스크 회피 심리가 커지고, 대출불가 또는 대출한도 축소로 귀결될 수 있다.
이날 첫 공시된 은행들의 예대금리만해도 그렇다. 전북은행 토스뱅크 광주은행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지방은행 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예대마진이 두드러지게 높았다. 6대 시중은행(국민 우리 신한 하나 농협 기업은행)은 1%포인트대 초중반으로 비슷했다. 그렇다면 예대마진이 높은 은행들이 유독 '이자장사'에 혈안이 된 은행들인가? 그렇지 않을 거다.
전북은행의 경우 서민금융진흥원 연계대출인 햇살론뱅크, 햇살론유스의 비중이 높아 예대금리 차가 다른 은행보다 확대됐다고 한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예대금리 차가 확대됐다고 한다. 신용점수가 낮은 서민 대상 대출의 비중이 높아서 나온 결과란 얘기다.
예대금리 차 공시는 계획 단계에서부터 실효성 논란이 있었다. 실질적인 효과는 별로 없고, 은행을 파렴치한으로 몰아세우는 일종의 '포퓰리즘' 공약이고 제도란 비판이 있었다. 예대금리 차 공시는 몇 개월간 이목을 끌겠지만 소리소문없이 관심 밖으로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사이 은행들의 가슴과 서민들의 주머니는 상처를 입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