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진=KT)
“복수 후보에 대한 심사도 고려해달라.”
구현모 KT 대표가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로부터 ‘연임 적격’ 판단을 받았지만 오히려 경선을 요청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내부자에게 유리한 방식 아니냐고 문제제기를 하자 구 대표가 공정한 평가를 받겠다고 선언한 것. 이에 KT 신임 대표는 경선을 거쳐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통해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KT 이사회는 13일 “심사위로부터 ‘구 대표의 연임이 적격하다’는 심사결과를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이날 심사위 2차 면접을 했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을 선언하고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을 강화하는 등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하지만 구 대표는 복수의 후보자를 심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KT 차기 대표는 경선 방식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구 대표는 이사회에 “최근 주요 주주가 제기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복수 후보에 대한 심사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사회는 “심도있는 논의 끝에 추가 (후보자) 심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의 연임 적격 결정에도 추가 후보자 경선이 의아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구 대표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을 비롯해 대부분의 주주들로부터 연임 자격을 인정받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추가 후보자 경선에 대해 “KT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내부자에게 유리한 경선 방식이 아니냐고 문제를 삼은 부분에 대해 해소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소유구조가 여러 주주로 분산된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KT나 포스코처럼 확고한 지배주주가 없고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높은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 이사장은 당시 “소유 구조가 총수 일가 이외로 광범위하게 분산된 기업의 건강한 지배구조 구축을 검토할 때가 됐다”면서 “(소유분산 기업의)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가 고착화되고 연임 등이 쟁점화되고 있다”며 “인사 규정이나 후계자 양성이 사회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T 최종 대표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구 대표가 내년 3월 주총 때 재신임을 받으면 오는 2026년 3월까지 3년간 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다.
앞서 지난달 8일 구 대표는 연임 의사를 밝혔다. 구 대표는 그간 성공적으로 추진한 디지코 전환을 끝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KT는 정관에 따라 대표이사 후보 심사위를 꾸렸다. 심사위는 이사진 중 구 대표를 제외한 사내이사 1인과 사외이사 8인 등 총 9명으로 구성됐다. 심사위는 구 대표에 대한 우선 적격 심사를 이번까지 두 차례 진행했고, 이날 ‘연임 적격’을 이사회에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