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가 지난 11월16일 디지털 강국 대한민국 도약을 이끌기 위한 'AI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KT)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 여부가 오늘(13일)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 추가 면접에서 결론이 날 전망이다. 구 대표가 꿈꿨던 지주형 회사 전환을 완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KT와 업계에 따르면 심사위는 대표이사 후보자 2차 면접을 13일 진행한다. 심사위는 지난 8일 구 대표에 대해 첫 면접을 통해 그간 경영 성과와 연임 이후 계획을 청취했다. 하지만 심사위 이사진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결론을 짓지 못했다. 이에 이날 구 대표를 다시 불러 심층 면접을 진행한 후 연임 여부를 결정짓기로 했다.
KT 관계자는 “구 대표에 대한 두 번째 면접 이후 이사회 논의를 통해 최종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늦어도 16일까지는 심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연임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 대표가 그간 추진한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 전환 전략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달성하고 있어서다. 구 대표 취임 당시 2만원대도 되지 못했던 주가가 최근 악화된 증권시장에서도 3만7000원대를 유지했다. 시가총액은 10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기존 통신기업에서 디지코 전환 추진과 ‘지주형 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도 나선 점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KT의 지주형 회사 전환은 구 대표가 “앞으로 사업구조 조정 측면에서 지주형 회사로의 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알려졌다. 그는 “지주형 회사 전환이 된다면 KT 주가는 더욱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구 대표는 2차 면접 발표(PT)에서 디지코2.0 추진과 지주형 회사 전환 완주 등을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PT에서 구 대표는 KT가 금융(신한금융그룹), 콘텐츠(CJ ENM), 모빌리티(현대차그룹), 생활가전·렌탈(코웨이) 등의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디지코 생태계 구축을 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의 연임읖 앞두고 1만6000여명의 조합원을 둔 KT노조도 지지 입장을 표명하면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 노조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KT 노조는 지난 3년간의 성과를 종합하고 향후 도약을 위해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구 대표가 KT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본궤도에 오른 KT의 미래 비전을 성공적으로 결실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불안 요소가 몇 가지 있다. 과거 정치자금법 위반에 따른 벌금형이다. 구 대표는 이에 불복해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번 이사회 심사를 통과해도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이를 이유로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초 KT는 박종욱 경영기획부문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려 했지만 국민연금이 동일한 이유를 들며 반대했다.
또 하나 불안 요소는 전날 공정거래위원회가 KT 계열사 KT텔레캅에 대해 특정 업체와 부당하게 거래한 혐의로 조사에 나섰다. 구 대표의 면접 상황에서 이러한 일이 터졌다.
다만 구 대표가 지분을 나눈 현대차그룹과 신한금융그룹 등이 구 대표를 지지하고 나설 수도 있다. KT 지분은 현대차그룹이 7.7%, 신한은행이 5.58%를 갖고 있다. 이들 지분을 합치면 국민연금의 지분 10.35%보다 앞선다.
또한 구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 사안이 대표가 아닌 임원 시절에 지시에 의해 발생한 일인 점, 대표 결격 사유인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것도 아닌 점을 강조할 수도 있다.
여기에 최근 금융권에 불어닥친 '낙하산' 바람도 변수다. NH농협금융지주는 새 회장으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낙점했다. 이 회장 내정자는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이어서 외풍 논란이 일고 있다. 회장 또는 행장 선임을 앞둔 우리금융지주, BNK금융지주, IBK기업은행 등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공기업에서 민영화한 KT지만 외압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