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경기도 수원의 주상복합 단지 ‘광교 앨리웨이’에서 실증 운영하고 있는 자율주행 로봇의 배송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 주상복합단지 내 쇼핑센터에서 음식 배달을 요청한다. 로봇이 스스로 움직여 엘리베이터를 타고 동호수를 정확히 찾아 현관 앞까지 음식 배송을 마친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경기도 수원의 주상복합 단지 ‘광교 앨리웨이’에서 실증 운영하고 있는 자율주행 로봇의 배송 모습이다. 배송 로봇은 무선 통신으로 공동 현관문을 열고 아파트 내부에 진입한다. 엘리베이터 관제 시스템과 연동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문 세대 문 앞까지 배송해준다. 영화에서 볼 법한 로봇 시대가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 자율주행 로봇, 실증사업 돌입…정의선 회장, 로봇 인재영입·투자 지속
현대차그룹은 이번 실증 사업에 투입된 배송 로봇에 올해 1월 ‘CES 2022’에서 선보인 플러그 앤 드라이브 모듈(PnD)을 적용했다. PnD 모듈은 자율주행 기술이 접목돼 주어진 환경에서 최적화된 경로를 찾아 물건을 배송할 수 있도록 한다.
현대차그룹이 '2022 CES'에서 공개한 자율주행 모듈 PnD(하단부 바퀴 부분)가 적용된 배송 로봇과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 적용 사례 영상 (자료=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의 배송 로봇은 하부에 자율주행 구동을 할 수 있는 PnD 모듈을 달았다. 그 위에는 저장 공간 유닛을 장착해 물건을 보관하고 적재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과 연동해 물건을 직접 빼서 고객에게 전달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PnD 모듈은 기반 배송 로봇은 부드러운 회피가 가능하고 자율주행이 적용돼 복잡한 환경에서도 빠르고 안전하게 배송할 수 있다”며 “이번 실증사업을 통해 대형 리조트 등 배송 서비스가 필요한 곳에 사업을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배달서비스 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로봇을 활용한 실외 배송을 다양하게 시험해보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차는 이번에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롤링힐스 호텔’에서도 실증운영을 시작했다. 투숙객들은 앱 설치 없이 카카오톡 챗봇을 통해 간단한 식음료나 수건 등을 요청할 수 있다. 로봇이 직접 고객의 방문 앞까지 배달을 한다. 실시간 배송 조회도 가능하다.
호텔에 투입된 이 로봇은 딥러닝 알고리즘이 적용돼 사물이나 사람을 인식한다. 주문한 객실의 문 열림도 감지하고 사람을 알아보고 고객이 손을 대지 않아도 적재함을 자동으로 개방한다. 엘리베이터와도 연계해 스스로 탑승할 뿐 아니라 사람이 많이 타면 다음 번에 탑승하는 분별력도 있다.
정의선 회장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해 초 열린 'CES 2022'에서 로보틱스 비전 발표를 위해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미국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과 함께 무대위로 오르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로봇 사업에 뛰어든 데는 정의선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정 회장은 올해 초 미래 모빌리티로 전환 일환으로 로봇 사업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지난 1월 ‘CES 2022’에서 정 회장은 “현대차는 로보틱스를 통해 위대한 성취를 이루고자 한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로봇을 활용한 생태계 확장과 인간을 위한 ‘지능형 로봇’ 등 로보틱스 비전을 발표했다.
이에 정 회장은 로보틱스 분야 인재 등용과 투자를 지속했다. 삼성전자 출신의 한승훈 로보틱스센터 리더(상무), 네이버 출신의 AI 전문가 김정희 최고데이터책임자(CDO) 전무, 자율주행 전문가인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의 송창현 사장 등을 현대차그룹이 영입했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로봇기술 확보를 위한 전담조직을 로보틱스 랩으로 확대 개편했다. 지난해에는 1조원을 들여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해 4족 보행 스팟과 함께 2족 보행 휴먼 로봇 ‘아틀라스’ 개발도 진행하며, 로봇 활용처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LG전자 'LG 클로이' 자율주행 대인 서비스 로봇 (사진=LG)
■ 구광모표 ‘LG 클로이’ 로봇, 물류·의료·교육·방역 등 활용 확대
자율주행 대인 로봇 사업은 LG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스마트폰 사업을 대신해 본격적으로 로봇 사업에 뛰어들었다. 구 회장은 LG전자를 주축으로 AI 기술을 반영한 ‘LG 클로이’ 로봇을 생산해 다양하게 활용토록 했다.
구 회장의 로봇 관심은 회장 취임 후 본격화됐다. 구 회장이 취임한 지난 2018년 산업용 로봇 제작사인 로보스타 경영권을 인수하며 로봇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후 엔젤로보틱스, 로보티즈 등 글로벌 로봇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사업을 강화했다. 2020년에는 LG 보스턴 로보틱스랩을 설립했다.
이후 LG전자는 ‘LG 클로이’ 로봇을 기반으로 다양한 로봇을 내놨다. 자율주행하며 물건을 운반하는 ‘서브봇’, 안내를 담당하는 ‘가이드봇’, 비대면 방영로봇인 ‘살균봇’ 등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용인세브란스병원에 ‘LG 클로이 서브봇’ 4대와 ‘가이드봇’ 3대가 제공해 로봇 서비스 운영 실증에 나섰다. 서브봇은 병원정보시스템과 로봇관제시스템 간 연동을 통해 생체 인증 기술로 의약품을 전달 받을 병원 관계자를 식별한다.
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 활용되고 있는 LG전자의 'LG 클로이 서브봇' (사진=LG전자)
LG전자 자체 개발 AI 기반 ‘LG 클로이’는 디지털 교육에도 활용되고 있다. LG전자는 경북 구미시 사곡고등학교에 이 로봇을 제공했다. 학생들은 프로그래밍 코딩 결과물을 로봇으로 구현하며 로봇 공학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자율주행 기반의 ‘LG 클로이 캐리봇’을 AI 물류 플랫폼 기업 파스토와 손잡고 물류 창고에 투입하기도 했다.
‘LG 클로이’ 로봇은 해외에도 진출하기 시작했다. 국내 호텔과 병원, 식당, 물류센터뿐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포포인츠 호텔, 일본 이온몰 나리타 지점 등에도 이 로봇이 제공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LG전자의 'LG 클로이' 로봇의 현재 대인 서비스 활용 분야 (자료=LG전자)
사람을 대면하는 전문서비스 로봇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달 초 발표된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로봇산업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로봇산업 매출은 5조6083억원으로 2020년(5조4736억원) 대비 2.5% 증가했다.
특히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서비스 로봇 분야 매출은 2021년 한 해 동안 5091억원을 기록해 2020년(3199억원)보다 10.4% 늘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오는 2024년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는 약 163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