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지난 10월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공식을 가진 가운데 정의선 회장이 기공식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와 SK온이 오는 2025년부터 미국 내 배터리 생산에 협력하기로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배터리 기업과 미국 내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현대차그룹과 SK온은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북미 전기차 배터리 공급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체결식에는 최영찬 SK온 경영지원총괄, 김흥수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 미래성장기획실장(EV 사업부장) 등이 참석했다.
김흥수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 미래성장기획실장은 “이번 북미 지역 배터리 공급 협약으로 전기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사의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을 바탕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에서 양측은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주요 전기차 공장에 SK온 배터리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공급 시점은 2025년 이후다. SK온 관계자는 “공급 물량과 협력 형태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현재 정해진 것은 없고 향후 논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8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은 이번 MOU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이 SK온과 미국 내 합작법인(JV) 설립에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대차와 SK온은 지난 10월 현대차그룹이 기공식을 연 조지아주 인근에 합작공장 설립을 추진한다는 것. 이 공장의 초기 생산규모는 연 20GWh로 연간 전기차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라고 외신은 전했다.
29일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 미래성장기획실장·EV사업부장 김흥수 부사장(왼쪽)과 SK온 최영찬 경영지원총괄이 북미 전기차 배터리 공급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SK온)
정 회장은 이번 MOU를 시작으로 국내 배터리 기업들과 협력해 IRA 규제를 정면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올해 8월 발효된 IRA를 통해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해서 보조금 혜택을 지급해줄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초 조지아주에서 전기차 신공장(HMGMA)을 통해 미국에서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와 맞물려 SK온과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공장 협력이 필수적이다.
현대차와 SK온은 그간 전기차 배터리 협력을 지속했다. 양사 간 합작사 설립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기아 EV6 등에는 SK온 배터리가 탑재됐다. 오는 2024년 출시 예정인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7과 내년 북미 시장 투입을 앞둔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등에도 SK온의 배터리가 탑재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SK온과 마찬가지로 미국 내 합작법인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현대차와 배터리 협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와 인도네시아에서 합작공장을 설립한 바 있다. 또한 현대차 아이오닉6와 코나, 기아 니로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협력을 지속했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초부터 미국 내 전기차 신차 출시와 함께 전기차 생산을 늘릴 예정이어서 SK온뿐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과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에서 아이오닉6,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기아 EV9을 출시할 예정이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내년 상반기에 완성차 실적 모멘텀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에서는 아이오닉6 판매량이 월 2000대 미만이지만, 5000대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미국 내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SK온뿐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동맹을 지속 추진하며 IRA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