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건면 인제품 멸치 칼국수, 라면왕 김통깨, 신라면 건면 등 3종. (사진=농심)
라면 시장에 ‘건면’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일부 식품업체가 ‘유탕면’ 대신 ‘건면’으로 만든 라면을 선보이면서 건면을 놓고 라면 업계 내에서 조차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 건면은 마케팅의 전략일 뿐 트렌드로 보지 않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유탕면이 대부분인 국내 라면 시장에서 건면이 라면의 트렌드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농심‧삼양식품‧풀무원, ‘건면’ 마케팅 활발…“소비자 니즈 충족 우선”
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최근 건면 브랜드 쿠티크를 론칭했다. 쿠티크는 최근 첫번째 제품으로 쿠티크 에센셜짜장을 선보였다. 쿠티크 브랜드 면은 스팀으로 쪄서 고온으로 말리는 다른 건면과 달리 물에 삶아 장시간 저온으로 건조한 방식으로 차별화했다.
앞서 농심은 지난달 건면 제품인 멸치칼국수를 용기면으로 출시한 바 있다. 지난 1997년 출시된 멸치칼국수는 최근 전년 대비 27% 가까이 매출이 상승하는 등 건면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농심은 멸치칼국수 용기면 외에도 현재 건면 브랜드만 13개다. 농심의 지난해 10월까지 건면 매출은 전년 대비 40% 늘어난 780억원으로 신기록을 달성했다. 특히 농심이 지난 8월 내놓은 건면 신제품 ‘라면왕김통깨’가 2달여 만에 100억원 매출을 돌파했다.
풀무원도 건면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풀무원은 지난 2020년 '자연은 맛있다 정백홍' 3종을 선보여 꾸준히 건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풀무원은 지난해 11월 로스팅 짜장면 시리즈 신제품으로 갈릭오일을 출시했다. 이 제품에는 ‘풀무원 자연건면’이 적용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찬 바람이 부는 겨울이 되면, 담백하고 깔끔한 국물 맛이 일품인 건면의 인기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건면으로 만든 라면이 수익성이 높지는 않지만,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건면도 출시하고 있다. 앞으로도 유탕면뿐만 아니라 건면도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열풍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 라면 시장에서 건면 비중 ‘6%’…“트렌드로도 보지도 않는다”
반면 일각에서는 건면을 트렌드로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 라면 시장에서 건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유탕면을 포함한 라면 전체 생산액은 2조4920억원이다. 이 중 건면 시장 규모는 15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라면 시장에서 건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6%대에 불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건면이 인기라면 건면 시장 규모가 크게 성장했을 것이지만 수치가 보여주듯 많은 소비자들이 찾고 있지 않다”며 “일부 소비자들만 원하는 라면을 만들기 위해 생산 공정이 다른 공장을 새로 만드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건면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하나의 전략일 뿐”이라며 “소비자들도 건면을 호기심으로 식음해 보더라도 대부분 유탕면을 다시 찾는다. 이에 건면을 트렌드로 보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 소비자들도 ‘호불호’ 갈려…“칼로리 낮아 선호” vs “유탕면 보다 비싸”
건면을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입장은 엇갈렸다. 일부 소비자는 유탕면에 비해 칼로리가 낮아 건면을 선호한 반면, 다른 소비자는 유탕면 보다 가격이 비싸 건면을 선호하지 않았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40대 주부 A씨는 “일반 라면 보다 칼로리가 낮아 건면으로 만든 라면을 자주 구매하고 있다”면서 “아기를 키우다 보니 일반 라면은 아기를 잠깐 돌본 사이 불어있다. 그러나 건면은 그렇지 않아 먹기 편했다”고 전했다.
건면은 튀기는 과정에서 면이 기름을 흡수한 유탕면에 비해 칼로리가 낮다. 실제 신라면 건면의 칼로리는 350㎉로, 일반 신라면(500㎉) 대비 30%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남에 살고 있는 30대 직장인 남성 B씨는 “호기심에 건면으로 된 라면을 먹어봤는데 일반 라면의 맛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면서도 “가격이 조금 더 비싸 그 이후부터 일반 라면을 계속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