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복합위기와 불확실성, 지정학적 갈등, 양극화 등으로 우리 기업들의 수출길이 험난하다. 주요 그룹 총수들은 새해부터 미국 가전·IT전시회 ‘CES 2023’와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글로벌 기업과 협력 논의에 나서는 등 출구 찾기에 매진하고 있다. 새해부터 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한 우리 기업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 편집자 주
삼성전자 DX부문장 한종희 부회장이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IT 전시회 CES 2023에 참여해 ‘맞춤형 경험으로 여는 초연결 시대’를 주제로 프레스컨퍼런스를 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복합위기 시대에 맞서 삼성전자는 ‘초연결성’ 카드를 꺼내들었다. 기존 삼성 기기를 넘어 전 세계 모든 가전·IT를 연결해 인공지능(AI)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21일 삼성전자 뉴스룸에는 지난 5~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강조한 삼성의 ‘초연결성’에 대한 현지 인터뷰가 올라와 있다. 삼성이 주목하는 ‘초연결성’은 사람과 교감하는 ‘일상 속 캄테크(Calm Technology)’다. 한 마디로 눈치를 볼 줄 아는 가전·IT 기기들이 됐으면 한다는 말이다.
이번 CES에 참여한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페데리코 카살레뇨 부사장은 “미국 가정의 경우 집마다 연결 가능한 기기가 약 22대 가량 된다”면서 “하지만 사용자의 3분의 1 이상은 이러한 연결성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 79%가 재택근무 중 전자제품 등의 알람으로 집중력 저하가 가장 불편했다고 답했다”며 “기기가 사용자를 방해하지 않고 끊김 없이 연결되도록 하는 ‘맞춤형 초연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을 때 옆 방에서 노트북으로 화상회의를 시작하면 거실 TV의 음량이 자동으로 줄어든다. 삼성은 이러한 일상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솔루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삼성의 ‘스마트싱스’는 단순히 기기를 연결하는 수준이었다면, 올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점은 AI의 접목이다. AI를 통해 사용자에게 맞는 기기 동작을 학습시켜 사용자의 행동과 필요에 맞춰 알아서 연결되고 동작하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삼성전자가 지난 5~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전시한 ‘다양한 기기와 초연결성’을 강조한 영상 (사진=삼성전자)
이번 ‘CES 2023’에서 삼성 스마트싱스의 비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 TV와 1000개 이상의 스마트싱스 호환기기를 통해 외출 시에도 집을 지키는 사례를 선보였다. TV에 부착된 카메라로 집 안을 확인하고 누수 및 연기 감지 센서로 침수나 화재 상황도 받을 수 있다.
올해 3월부터는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제트봇 AI’에 빈 집에서 사람이 있는지를 인식하고 알림을 받을 수 있는 기능도 업데이트 할 예정이다. 이 AI 청소 로봇은 고양이나 강아지 인식 기능도 추가돼 반려동물이 열린 문틈으로 집을 나갈 경우 알림과 위치 정보를 알려준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을 통해 삼성전자 제품을 이용한 스마트 워크 기능도 있다. 화상 통화 앱 구글 미트나 윈도우즈와 연결 기능을 활용해 업무를 볼 수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싱스는 현재 300여개 파트너사 약 3000종의 제품을 지원하고 있다”며 “스마트홈 표준인 매터(Matter)와 사물인터넷 표준 기구인 HCA(홈 커넥티비티 얼라이언스) 표준도 지원해 삼성뿐 아니라 다양한 가전, IT 기기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CES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현대 출시된 140억 개의 기기들을 원활하게 연결해 일상과 지구 환경에 많은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모두의 꿈과 바람이 담긴 이 기술을 현실로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LG 올레드(OLED) TV는 올해 CES 2023에서 최고 혁신상 2개를 포함해 역대 최다인 총 12개의 혁신상을 수상했다. ‘시그니처 올레드 M(97M3)’는 현존 최대 크기인 97형 올레드 TV에 세계 최초로 4K, 120Hz 무선 전송 솔루션을 탑재해 CES 2023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사진=LG전자)
LG전자는 가전의 고급화 전략으로 위기의 파고를 넘는다는 전략이다. 본궤도에 오른 전장부문 사업도 전기차 시대를 맞아 관련 전 계열사가 뛰어들고 있다. 생활 밀착형 로봇 사업도 진출 분야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신년사에 ‘고객 중심의 가치’를 강조했다. LG전자는 구 회장의 고객 가치 기조를 바탕으로 위기의 파고를 넘는다는 방침이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초 CES 2023에 참석해 “위기 상황에서도 기회는 늘 있다”며 “기회는 결국 고객으로부터 나온다는 신념을 가지고 위기를 돌파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TV 하면 LG’라는 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언급되곤 한다. LG전자는 독보적으로 자체 발광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활용한 TV 덕분이다. 독보적인 만큼 가치가 있기 때문에 고급화 전략에도 유용하다. LG전자가 올레드(OLED) TV를 통해 고급화 전략을 펼치는 이유다.
LG전자는 지난 10년간 올레드 TV 시장에서 1위를 유지했다. LG 올레드 TV 누적 출하량은 1500만대를 넘어섰다. 올해에는 더 진화한 올레드 에보(OLED evo)를 내세우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 올레드 에보를 필두로 최다 라인업에 무선 AV 솔루션, 투명, 벤더블, 롤러블 등 다양한 혁신 기술을 접목해 차별화한 가치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LG전자는 무선 신기술이 적용된 ‘시그니처 올레드 M(97M3)’를 공개했다. 이는 ’CES 2023 어워드’에서 최고 제품으로 선정됐다. 현존 최대 크기인 97형 올레드 TV에 세계 최초로 4K, 120Hz 무선 전송 솔루션을 탑재했다. 선명한 초대형 화면에 전원을 제외한 주변 선까지 없애 얇은 TV가 더 얇고 간결해졌다. 침체된 TV 시장을 혁신 기술과 고급화로 극복하는 모습이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사장)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3' 현장에서 LG전자의 미래 비전과 사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밝혔다. (사진=LG)
LG전자는 전기차 시대에 발맞춰 전장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증권가는 LG전자가 지난해 전장 사업에서 사업 시작 이후 처음으로 연간 턴어라운드를 이뤘다고 전망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기준 전장 사업 수주 잔고는 80조원에 이른다”며 “높은 글로벌 경쟁력을 방증하는 수치”라고 평가했다.
LG는 계열사들도 전기차 등 자동차 부품사업에 힘을 쏟는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LG이노텍은 자율주행차를 위한 카메라와 레이다 모듈 등에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미래 신사업인 로봇 분야도 생활 밀착형 로봇 ‘클로이’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최근엔 경남교육청 창원도서관에 LG 클로이 가이드봇을 공급했다. 앞서 병원, 전시장, 학교 등에서도 클로이 봇을 공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