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오세철 대표이사 사장(왼쪽), 남궁홍 삼성엔지니어링 대표. (사진=각 사)
삼성 그룹 건설계열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해외 수주를 등에 업고 호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다수 건설사들이 부동산 경기침체와 원자잿값 상승에 고전할 때 쌓아둔 해외 수주 실적을 바탕으로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2년 연간 매출액(연결 기준)이 14조5980억원으로 전년(10조9890억원)보다 32.8% 증가했다. 하반기에만 8조2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뒷심을 발휘하며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삼성물산은 국내 주요 건설사 대부분이 수익성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오히려 영업이익을 크게 늘렸다. 삼성물산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750억원으로 전년(2510억원) 동기 대비 2.5배 가량 급증했다.
신규 수주도 16조968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는 27조6530억원으로 수주 곳간도 든든하다.
이 같은 호실적은 해외 대규모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삽을 떴기 때문이라는 게 삼성물산의 설명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2021년 '해외통'인 오세철 대표이사 사장 부임과 함께 해외 수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오 대표 부임 첫해 삼성물산은 69억8000만달러(약 8조3500억원)의 해외수주액을 기록하며 국내 건설사 중 1위에 올랐다. 이듬해에도 53억8100만달러(약 6조5900억원)으로 해외 수주 왕좌를 지켰다.
삼성물산의 해외 수주를 통한 실적 기대감은 계속될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올해 신규 수주 가이던스로 전년 대비 19% 감소한 13조8000억원을 제시했으나 중동에서의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 기대감이 여전하다. 특히 사우디 네옴시티 관련 스파인 인프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승웅 연구원은 "건설부문은 그룹사 물량을 비롯한 해외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실적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 그룹의 또 다른 건설 축인 삼성엔지니어링은 '퀸텀 점프'를 이뤄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난해 매출액은 10조543억원이며 영업이익은 7029억원이다.
매출액은 전년(7조4867억원)과 비교했을 때 34.3% 증가했다. 화공 부문 매출액은 4조8196억원, 비화공 부문 매출액은 5조2347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3.6%, 31.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5033억원) 대비 39.6% 급증했다. 해외 대형 프로젝트 본격화로 인해 화공과 비화공 부문 모두 성장세를 보이면서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성을 동시에 이뤄냈다.
신규 수주에서도 웃었다. 10년 만에 연간 최대 수주 실적인 10조2336억원을 기록하면서 수주 목표였던 8조원을 초과달성했다. 카타르 석유화학 플랜트와 말레이시아 가스 플랜트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주요 프로젝트를 품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도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플랜트 사업 위주의 포트폴리오로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국내 주택 사업 리스크가 사실상 전무한 탓이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자체적으로 올 매출·영업이익·수주 목표를 지난해에 비해 크게 높였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제시한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액은 10조5000억원과 7650억원이다. 전년 목표 대비 각각 23.53%, 25.41% 늘었다. 신규 수주는 12조원을 목표로한다. 이는 지난해 목표였던 8조원에서 50% 늘어난 수치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수주 목표를 높게 책정한 배경에는 중동발 수주 기대감이 있다. 상반기에만 10억달러 가량의 요르단 자르카 정유사업(10억달러)과 사우디 자프라(25억달러), 사우디 아미랄 프로젝트(30억달러) 등을 노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자사가 제시한 실적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비화공 부문은 삼성전자 P4 및 미국텍사스 테일러 공장 기성에 힘입어 전년의 높은 수주 레벨을 유지할 전망이고 화공 부문 역시 UAE 헤일앤가샤를 비롯한 파이프라인이 두텁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주 목표 달성은 충분해 보인다"며 "비화공 부문 믹스 개선 효과와 화공 부문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목표 이상의 마진율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