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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촬영 현장의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에 제작사나 방송사, 고용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올바른 방향이라는 시선이 존재하지만, 도제식으로 결정된 법안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의 촬영 현장이 워낙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를 지키기엔 유예기간도 짧으며, 복잡하고 다양한 계약 형태 관련 법안 마련 등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하다는 얘기다.
특히 노동계에서 반발하고 있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대한 세분화 되고 명확한 법안이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드라마가 가장 많이 제작되고 있는 형태의 외주제작사의 경우 이 부분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한다.
드라마 제작현장 스태프들이 체결하고 있는 계약은 개별적인 업무 위탁계약, 팀 단위의 도급계약, 근로계약 등 형태도 다양했고, 계약 당사자도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다만 큰 틀에서는 ▲외주제작사와 현장 스태프가 직접 개별적으로 업무위탁계약(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거나 ▲외주제작사와 팀장급 스태프가 팀 단위로 도급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로 나뉘었다.
최근 들어 제작사가 직접 나서 도급계약 대신 직접 개별적으로 계약하는 형태로 변하는 추세인데, 제작사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한다.
사진제공=고용노동부
외주 제작사 한 관계자는 “제작되는 드라마가 워낙 많아지다 보니 스태프들의 권한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카메라 팀의 위세가 정말 강해졌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라 그렇게 됐다”며 “그러면서 카메라 팀의 팀원들과 제작사가 직접 계약을 맺게 됐다. 그러면 사용자가 제작사가 되는데 팀원들을 활용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은 카메라 감독이다. 하지만 카메라 감독이 하도급 계약을 원치 않는다. 실력 있는 카메라 감독을 구하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팀원에 대한 직접 계약을 맺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카메라 팀원이 감독으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신고를 하면 그 책임은 제작사가 지어야 한다. 제작사 입장에서 보면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는 상황이다. 이제는 카메라 팀 뿐 아니라 전 팀에 이런 계약이 확산되고 있다”라며 “이 부분은 분명 문제가 있어 드라마 제작을 위축시킬 것이다. 현장에서 업무 권한이 강한 팀장급을 제외하고 팀장의 지휘를 받는 팀원들은 하도급 체계로 바뀌어야 하는데, 관련 부분에 있어서 노동계의 반발만 있을 뿐 현실에 맞는 논의도 없다”고 토로했다.
영화의 경우에는 제작사가 대부분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제작사가 연출 감독을 캐스팅하거나 전권을 위임할 뿐 아니라, 봉준호, 박찬욱, 한재림, 최동훈, 김한민 감독 등처럼 제작사 대표가 연출 감독인 경우도 많아 감독이 모든 스태프와 계약을 맺어도 크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드라마는 형편이 다르다. 제작사가 캐스팅하는 경우가 아닌 방송사 PD가 드라마를 연출한다. 드라마 현장에서 가장 목소리가 강한 연출 PD가 제작사 소속이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가운데 영화와 마찬가지로 각 스태프들을 모은 형태로 계약이 진행된다. 콘트롤 타워 역할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가운데 계약을 맺다보니 권한 없는 책임만 생길 뿐이라는 게 제작사의 토로다.
제작사 관계자는 “이전에 팀장급 들인 영세기업자들이 법망을 피해 스태프들에게 임금을 주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하도급 체계가 문제가 아닌 이를 악용한 스태프들이 문제였던 것”이라며 “고용노동부가 근로 감독을 철저히 해서 임금 체불 등 하도급 체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막아야 하는데, 현재는 그 짐을 제작사가 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예산이 많이 발생하는 건 시대의 흐름상 어쩔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유예기간만 1년 정도 더 있다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면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방송사는 6개월 이상 남은 시간에 편성을 해주고, 제작사는 질 좋은 대본 등 프리 프로덕션을 촘촘하게 구성하면서 발생하는 변수를 최대한 줄이면서 가면 된다. 하지만 계약체계에 있는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