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픽사베이 밤샘촬영은 물론 고강도 노동, 아울러 적은 임금까지 악명만 높았던 드라마 제작현장에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된 법정근로시간 ‘주52시간 근무제’의 유예기간이 끝나가기 때문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현 ‘주 68시간 근무제’에서 9월까지만 유예기간이 도입돼 곧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해야 한다. 50인 이상 299인 이하 사업장은 내년 1월 1일부터, 49인 이하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드라마 현장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방송사에서 직접 제작하는 자체 제작 드라마는 곧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되며, 국내 대부분의 드라마를 제작하는 외주 제작사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법안의 시행을 앞두고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 68시간 근무제’에서도 마감을 맞추느라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촬영 시간이 더 줄어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드라마 업계는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주52시간 근무제’ 드라마 현장 혼란 ‘예상’ ‘주52시간’ 근무제는 1주일에 최대 52시간 이상 초과 근무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평일 근무 40시간 과 야근과 휴일 근무를 포함해 12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다. 기존 68시간(주 40시간 + 주중 야근 최대 12시간 + 휴일 최대 8시간, 총 16시간)에 비해 주 16시간의 근로시간이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 이번 근무제의 변경 중 주요 내용 중 하나는 ‘연장 근로의 제한’이다. 업무의 양이 주 단위로 균일한 사업장은 크게 타격이 없지만, 영업 파트처럼 비정형적인 업무의 비중이 높아 업무를 계획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직군은 혼란이 예상된다. 상황에 따라 집중 근무가 불가피한 직군도 고민이 깊다. 마감 시간을 정해둔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게임 업체, 여름 성수기나 특정 이벤트에 물량이 높아지는 빙과 및 음료, 제과, 에어컨 제조업체 등이 있다. 드라마 촬영 현장 역시 마감시간이 정해진 콘텐츠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집중 근무가 불가피한 직군에 해당한다. 아울러 각종 이해관계가 다른 수백여 명이 모여 협업을 이룬다는 특수성으로 인해 각각 입장 차이가 있기 때문에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제공=MBC-KBS-SBS ◇드라마 제작사 협회 “제작기간과 예산은 늘고 임금은 줄어들 것” 방송사와 제작사는 답답한 실정이다. 위법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는 법안을 지켜야하는데 현실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방송 분량을 줄이는 방법을 내놓거나, 재량 근로 허용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으로 보기 어렵다. 배재식 한국드라마제작사 협회 사무국장은 “아무리 16시간을 촬영한다고 해도 일주일에 140분을 채우기란 굉장히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고용노동부도 이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지만, ‘특례는 안 된다’라는 입장이다. 내년부터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는데, 그 때는 어떤 일이 발생할지 가늠이 안 된다. 예산과 제작기간은 늘고, 임금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촬영 현장에서도 A팀부터 C팀까지 꾸려, 배우들은 쉼 없이 촬영하고 스태프들만 변경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스태프들의 노동 시간을 준수하기 위해서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배우는 두고 스태프만 바꾸는 형식으로 일종의 편법을 사용하는 제작 환경도 있다. 하던 사람들이 계속해야 효율적인데, 이런 방식은 비효율적인데다가 인건비도 더 많이 들지만 법망을 피해 마감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변경되면 촬영에 필요한 세팅시간이 늘어나는 비용이 발생한다. 드라마 촬영이 시작될 때마다 각 팀마다 세팅이 필요한데, 회차에 따라 일정하게 시간과 에너지가 든다. 회차가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한 가운데 결국 이는 예산 증가로 이어진다. 배 국장은 “케이스마다 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68시간제 기준 인건비로 인한 드라마 제작비가 20~30% 정도 올랐는데, 52시간제가 본격 도입되면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제작이 위축되는 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제작비를 감당 못한 방송사들이 드라마를 예능으로 대체하고 있는 게 그런 사례 중 하나”고 말했다. 늘어나는 제작비로 인해 각 지상파 방송사는 월화드라마 제작을 잠정 중단했다. KBS는 9월 방송되는 ‘조선로코 녹두전’ 이후 내년 3월까지 월화드라마 제작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으며, MBC는 현재 방영 중인 ‘웰컴2라이프’ 이후 편성을 하지 않았다. SBS는 예능프로그램 ‘리틀 포레스트’로 드라마를 대체하고 있다. 드라마 제작사 측은 고용노동부에 예외적인 ‘유연근무제’를 수용하게 해달라고 요구 중이지만, 고용노동부의 방침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임금근로시간과 이상인 주무관은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이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미 드라마 현장은 워낙 문제가 많았던 곳이다. 드라마 촬영 현장에 특례를 적용하는 게 과연 선진화된 노동 환경으로 변화해 가는데 옳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표준시간을 이행한 것으로 알려진 '기생충' 촬영 현장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현장 도착’부터 촬영시작…16시간 이상 연속 촬영 多” 방송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촬영 현장은 이동시간을 제외하고 촬영 현장 도착부터 노동 시간이 카운트 된다. 각 스태프들이 카메라나 조명, 장비, 분장 등 세팅을 시작하면서부터 노동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지방으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경기도 지역권을 벗어나면서부터 시작된다.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세트 촬영’은 대부분 파주에서 한다. 촬영이 끝난 뒤 각종 기구를 회수하는 시간은 노동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약 12시간에서 16시간 정도를 촬영한다. ‘16시간 촬영’을 가정하면, 7시에 여의도에서 집합해서 촬영장까지 이동 후 8시에 촬영이 시작되고 자정(밤 12시)에 촬영이 종료된 뒤 이튿날 오전 1시 30분 쯤 다시 여의도에 도착한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2시에서 3시쯤 취침하고 다시 7시에 집합해 8시부터 촬영에 돌입한다. 이 패턴으로 3일 정도하면 피로감이 급격히 높아진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중 8시부터 자정까지만 노동시간에 포함된다. 이런 식으로 촬영시간을 활용하면서 5일 68시간을 채운다. 무리한 체력 소모가 엿보이는 방식으로 촬영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주 120분에서 140분의 분량을 책임지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한 목소리다. 한 제작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아무리 타이트하게 일정을 맞춰놓고 찍는다고 해도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런 부분까지 고려가 된 법안이어야 하는데, 세분화된 논의 없이 지키라고만 하니 답답한 실정이다”며 “그래도 수년 전부터는 어떻게든 촬영시간을 지키려고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방침에 따라 드라마 촬영 현장 시간도 대폭 줄어들게 하는 추세다. 각 방송사의 드라마 PD들은 ‘주 68시간 근무제’를 맞추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약 3년여 전부터 점차 생방제작 패턴에서 휴식과 근로를 적절히 배치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실제로 드라마 카메라 팀의 보조 스태프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업무 환경에 비교적 만족감을 드러냈다. 드라마와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카메라 팀 보조로 일하고 있는 A씨는 “나는 운이 좋아서 상위 10%라고 할 만한 좋은 드라마 촬영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16시간 이상 연속 3일 정도 일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아주 흔한 일은 아니다. 3주에 한 번 정도 그렇게 일한다. 12시간 정도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전에 끝날 때도 적지 않다”며 “스케줄에 변수가 너무 많아 긴장한 상태에서 쉬어야 한다는 단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생방 제작’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되고 ‘혼술 남녀’의 故 이한빛 PD가 사망하는 사건 등이 발생면서 드라마 업계도 성찰을 통해 자체적으로 변화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방송 시간을 지키기 위해 스태프들을 고역으로 몰아넣는 상황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A씨는 “좋은 드라마 촬영 환경도 있지만, 웹드라마 현장이나 일부 작은 드라마의 경우에는 여전히 생방제작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tvN ‘호텔 델루나’가 촬영 막바지에 생방제작으로 이어졌다”며 “스태프들이 고용노동부에 익명으로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참다 참다 못해서 고발하는 것이다. 한 달 내내 잠 못 자고 촬영했던 과거보다 좋아진 것은 맞지만 개선될 점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View 기획┃드라마 촬영 ‘주52시간’①] ‘유예기간 END’…‘주52시간 근무제’ 앞둔 드라마 현장 ‘폭

함상범 기자 승인 2019.09.26 14:22 | 최종 수정 2019.10.15 16:49 의견 0
사진제공=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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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촬영은 물론 고강도 노동, 아울러 적은 임금까지 악명만 높았던 드라마 제작현장에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된 법정근로시간 ‘주52시간 근무제’의 유예기간이 끝나가기 때문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현 ‘주 68시간 근무제’에서 9월까지만 유예기간이 도입돼 곧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해야 한다. 50인 이상 299인 이하 사업장은 내년 1월 1일부터, 49인 이하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드라마 현장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방송사에서 직접 제작하는 자체 제작 드라마는 곧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되며, 국내 대부분의 드라마를 제작하는 외주 제작사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법안의 시행을 앞두고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 68시간 근무제’에서도 마감을 맞추느라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촬영 시간이 더 줄어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드라마 업계는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주52시간 근무제’ 드라마 현장 혼란 ‘예상’

‘주52시간’ 근무제는 1주일에 최대 52시간 이상 초과 근무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평일 근무 40시간 과 야근과 휴일 근무를 포함해 12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다. 기존 68시간(주 40시간 + 주중 야근 최대 12시간 + 휴일 최대 8시간, 총 16시간)에 비해 주 16시간의 근로시간이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

이번 근무제의 변경 중 주요 내용 중 하나는 ‘연장 근로의 제한’이다. 업무의 양이 주 단위로 균일한 사업장은 크게 타격이 없지만, 영업 파트처럼 비정형적인 업무의 비중이 높아 업무를 계획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직군은 혼란이 예상된다.

상황에 따라 집중 근무가 불가피한 직군도 고민이 깊다. 마감 시간을 정해둔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게임 업체, 여름 성수기나 특정 이벤트에 물량이 높아지는 빙과 및 음료, 제과, 에어컨 제조업체 등이 있다. 드라마 촬영 현장 역시 마감시간이 정해진 콘텐츠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집중 근무가 불가피한 직군에 해당한다. 아울러 각종 이해관계가 다른 수백여 명이 모여 협업을 이룬다는 특수성으로 인해 각각 입장 차이가 있기 때문에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제공=MBC-KBS-SBS
사진제공=MBC-KBS-SBS

◇드라마 제작사 협회 “제작기간과 예산은 늘고 임금은 줄어들 것”

방송사와 제작사는 답답한 실정이다. 위법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는 법안을 지켜야하는데 현실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방송 분량을 줄이는 방법을 내놓거나, 재량 근로 허용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으로 보기 어렵다.

배재식 한국드라마제작사 협회 사무국장은 “아무리 16시간을 촬영한다고 해도 일주일에 140분을 채우기란 굉장히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고용노동부도 이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지만, ‘특례는 안 된다’라는 입장이다. 내년부터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는데, 그 때는 어떤 일이 발생할지 가늠이 안 된다. 예산과 제작기간은 늘고, 임금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촬영 현장에서도 A팀부터 C팀까지 꾸려, 배우들은 쉼 없이 촬영하고 스태프들만 변경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스태프들의 노동 시간을 준수하기 위해서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배우는 두고 스태프만 바꾸는 형식으로 일종의 편법을 사용하는 제작 환경도 있다. 하던 사람들이 계속해야 효율적인데, 이런 방식은 비효율적인데다가 인건비도 더 많이 들지만 법망을 피해 마감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변경되면 촬영에 필요한 세팅시간이 늘어나는 비용이 발생한다. 드라마 촬영이 시작될 때마다 각 팀마다 세팅이 필요한데, 회차에 따라 일정하게 시간과 에너지가 든다. 회차가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한 가운데 결국 이는 예산 증가로 이어진다.

배 국장은 “케이스마다 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68시간제 기준 인건비로 인한 드라마 제작비가 20~30% 정도 올랐는데, 52시간제가 본격 도입되면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제작이 위축되는 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제작비를 감당 못한 방송사들이 드라마를 예능으로 대체하고 있는 게 그런 사례 중 하나”고 말했다.

늘어나는 제작비로 인해 각 지상파 방송사는 월화드라마 제작을 잠정 중단했다. KBS는 9월 방송되는 ‘조선로코 녹두전’ 이후 내년 3월까지 월화드라마 제작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으며, MBC는 현재 방영 중인 ‘웰컴2라이프’ 이후 편성을 하지 않았다. SBS는 예능프로그램 ‘리틀 포레스트’로 드라마를 대체하고 있다.

드라마 제작사 측은 고용노동부에 예외적인 ‘유연근무제’를 수용하게 해달라고 요구 중이지만, 고용노동부의 방침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임금근로시간과 이상인 주무관은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이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미 드라마 현장은 워낙 문제가 많았던 곳이다. 드라마 촬영 현장에 특례를 적용하는 게 과연 선진화된 노동 환경으로 변화해 가는데 옳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표준시간을 이행한 것으로 알려진 '기생충' 촬영 현장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표준시간을 이행한 것으로 알려진 '기생충' 촬영 현장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현장 도착’부터 촬영시작…16시간 이상 연속 촬영 多”

방송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촬영 현장은 이동시간을 제외하고 촬영 현장 도착부터 노동 시간이 카운트 된다. 각 스태프들이 카메라나 조명, 장비, 분장 등 세팅을 시작하면서부터 노동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지방으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경기도 지역권을 벗어나면서부터 시작된다.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세트 촬영’은 대부분 파주에서 한다. 촬영이 끝난 뒤 각종 기구를 회수하는 시간은 노동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약 12시간에서 16시간 정도를 촬영한다.

‘16시간 촬영’을 가정하면, 7시에 여의도에서 집합해서 촬영장까지 이동 후 8시에 촬영이 시작되고 자정(밤 12시)에 촬영이 종료된 뒤 이튿날 오전 1시 30분 쯤 다시 여의도에 도착한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2시에서 3시쯤 취침하고 다시 7시에 집합해 8시부터 촬영에 돌입한다. 이 패턴으로 3일 정도하면 피로감이 급격히 높아진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중 8시부터 자정까지만 노동시간에 포함된다. 이런 식으로 촬영시간을 활용하면서 5일 68시간을 채운다.

무리한 체력 소모가 엿보이는 방식으로 촬영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주 120분에서 140분의 분량을 책임지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한 목소리다.

한 제작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아무리 타이트하게 일정을 맞춰놓고 찍는다고 해도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런 부분까지 고려가 된 법안이어야 하는데, 세분화된 논의 없이 지키라고만 하니 답답한 실정이다”며 “그래도 수년 전부터는 어떻게든 촬영시간을 지키려고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방침에 따라 드라마 촬영 현장 시간도 대폭 줄어들게 하는 추세다. 각 방송사의 드라마 PD들은 ‘주 68시간 근무제’를 맞추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약 3년여 전부터 점차 생방제작 패턴에서 휴식과 근로를 적절히 배치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실제로 드라마 카메라 팀의 보조 스태프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업무 환경에 비교적 만족감을 드러냈다.

드라마와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카메라 팀 보조로 일하고 있는 A씨는 “나는 운이 좋아서 상위 10%라고 할 만한 좋은 드라마 촬영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16시간 이상 연속 3일 정도 일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아주 흔한 일은 아니다. 3주에 한 번 정도 그렇게 일한다. 12시간 정도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전에 끝날 때도 적지 않다”며 “스케줄에 변수가 너무 많아 긴장한 상태에서 쉬어야 한다는 단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생방 제작’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되고 ‘혼술 남녀’의 故 이한빛 PD가 사망하는 사건 등이 발생면서 드라마 업계도 성찰을 통해 자체적으로 변화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방송 시간을 지키기 위해 스태프들을 고역으로 몰아넣는 상황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A씨는 “좋은 드라마 촬영 환경도 있지만, 웹드라마 현장이나 일부 작은 드라마의 경우에는 여전히 생방제작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tvN ‘호텔 델루나’가 촬영 막바지에 생방제작으로 이어졌다”며 “스태프들이 고용노동부에 익명으로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참다 참다 못해서 고발하는 것이다. 한 달 내내 잠 못 자고 촬영했던 과거보다 좋아진 것은 맞지만 개선될 점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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