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아워 바디' 스틸
최희서가 ‘아워 바디’로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극적인 표현 없이도, 디테일한 내면 연기로 한 인물의 성장 과정을 납득시키며 영화 전체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26일 개봉한 영화 ‘아워 바디’는 불확실한 미래에 지친 청춘 자영(최희서 분)이 달리는 여자 현주(안지혜 분)를 우연히 만나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이야기를 다룬다.
무기력하던 인물이 우연히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고, 정직한 몸의 변화를 겪으며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한 인물을 진지하게 탐구하며 공감을 만드는 영화인만큼, 주인공 자영의 역할이 특히 중요했다.
자영의 내면을 파고들기 위해 카메라는 인물에 가깝게 다가갔다. 클로즈업이 많이 사용된 것은 물론, 변화를 포착하기 위해 몸에 가깝게 다가가기도 했다. 최희서는 감정 없는 눈동자로 인물의 무기력함을 표현하는가 하면, 달리기로 에너지를 얻으며 묘하게 달라지는 분위기까지 풍기며 큰 외적 변화 없이도 인물의 성장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개성 넘치는 연기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2017년 영화 ‘박열’ 이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특히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연기를 보여주며 넓은 스펙트럼도 증명했다.
최희서는 ‘박열’로 상업 영화 첫 주연을 맡은, 충무로에 혜성처럼 등장한 새 얼굴이었다. 이 영화에서 최희서는 박열의 연인이자 동지인 가네다 후미코를 연기했다. 후미코는 일본제국주의에 저항하는 일본인 여성 캐릭터로, 최희서는 진짜 일본인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만큼 생생한 연기를 보여줬다.
사형을 앞둔 상황에서도 타협하지 않는 당당함과 여유는 특히 인상적이었으며, 최희서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더욱 매력적으로 그려내 주인공에 버금가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충무로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이 그려낸 신선한 캐릭터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독특함으로 대중에게 먼저 다가간 최희서였기에 ‘아워 바디’의 현실적인 인물을 제대로 그려낼지 궁금증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최희서가 ‘박열’에서 보여준 사실감을 떠올리면 이번 영화의 성과는 당연한 것일 수 있다. 최희서는 후미코의 어눌한 한국 말투를 실제 일본인처럼 완벽하게 구사해 캐릭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이번에도 수수한 모습으로 의욕을 잃어버린 청춘의 외양마저 완벽 묘사한 최희서의 열연이 영화를 더 빛냈다. 한계 없는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 최희서는 이번 영화로 타이틀롤로 극 전체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