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매주 극장가에는 수많은 신작들이 쏟아진다. 상업영화의 해일 속 새로운 소재로 틈새시장을 노린 작은 영화들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이에 작은 영화들의 존재를 상기시키고, 이 영화들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조명해보고자 한다.
사진=영화 '디어 마이 프렌드' 스틸
■ ‘디어 마이 프렌드’: 죽음에 대한 유쾌한 접근
9일 개봉한 영화는 ‘투 두 리스트(To Do List)’를 써야 할 나이에 서포터 그룹에서 만난 두 친구 스카이와 캘빈이 ‘투 다이 리스트(To Die List)’를 써 내려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톡톡 튀는 10대를 연기한 에이사 버터필드와 메이지 윌리암스의 호흡이 영화의 매력도를 높인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스카이와 자신이 시한부 인생이라고 믿고 싶은 캘빈, 개성 강한 두 10대가 ‘투 다이 리스트’를 실천하는 과정이 유쾌하게, 때로는 뭉클하게 그려진다. 죽음이라는 묵직한 소재를 심각하지 않게 다뤄내며 삶의 진짜 의미를 고민하게 만든다. 10대의 성장을 다룬 여느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건네는 응원과 위로가 마음에 남는다.
■ ‘여배우들의 티타임’: 대배우들의 수다에 담긴 지혜와 관록
주디 덴치, 매기 스미스, 에일린 앗킨스, 조안 플로라이트까지 평균 연기 경력 70년에 달하는 위대한 여배우들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위대한 네 배우들의 무대 위의 화려한 삶과 그 이면의 여자, 엄마, 아내로서의 모습까지 최초 공개한다.
사진=영화 '여배우들의 티타임' '판소리 복서' 스틸
식탁에 둘러앉아 티타임을 가지는 여배우들의 허심탄회한 모습이 흥미를 자아낸다. 편안하게 오가는 수다 속에서는 깊은 지혜가 느껴진다. 과감한 폭로와 수위 높은 농담들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지난날을 돌아보는 베테랑 배우들에게서는 관록이 느껴진다.
■ ‘판소리 복서’: 판소리와 복싱의 신박한 만남, 낯선 전개가 주는 재미
9일 개봉한 ‘판소리 복서’는 과거의 실수로 체육관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가던 전직 프로복서 병구(엄태구 분)가 자신을 믿어주는 든든한 지원군 민지(이혜리 분)를 만나 잊고 있었던 미완의 꿈 판소리 복싱을 완성하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자진모리, 중모리 등 구성진 가락에 맞춰 복싱을 하는 병구의 모습이 영화의 낯설지만 매력적인 분위기를 증명한다. 덥수룩한 머리에 어눌한 말투를 가진 소심하고 순박한 병구가 판소리 복싱을 할 때만큼은 무아지경에 빠지는 모습은 그를 매력적인 주인공을 보이게 한다. 미숙하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 병구와 그런 병구를 지켜주는 박 관장, 민지 등 착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진심 어린 이야기가 감동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