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메리츠증권)
메리츠증권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불과 지난해까지 ‘이자장사’ 증권사의 사례로 꼽히던 메리츠증권이 고객의 거래 편의성과 수익성 확대를 전면에 내걸면서 브로커리지 시장의 판을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22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슈퍼365계좌’의 고객자산은 270억원(21일 기준)을 넘어섰다. 지난 12월 출시한 ‘슈퍼365계좌’가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은 예수금에 대해서도 일복리로 연 3.15%(외화 4.0%)의 금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는 대부분 증권사들의 예탁금 이용료율이 1% 미만임을 감안할 때 획기적인 수준이다.
이 계좌는 브로커리지 시장에서의 입지 확장을 선언한 장원재 사장의 각오를 보여준다는 데 상징성이 있다. 고객이 별도의 요청을 하지 않더라도 계좌 내 있는 현금을 매일 자동으로 투자한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슈퍼365계좌’는 장 사장이 S&T 부사장으로 근무하던 시절부터 직접 구상해온 결과물이다. S&T 부문을 총괄하는 장 사장은 최근 신설된 디지털플랫폼 본부의 본부장을 겸직하며 리테일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파이낸셜프로젝트(PF) 시장에서의 성장을 기반으로, 기업금융(IB), S&T(세인즈앤트레이딩) 등까지 수익성을 다각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이를 통해 지난해 증권업계 한파에도 불구하고 ‘나홀로’ 성장을 이뤄내며 영업이익 1조925억원을 달성했다.
이에 비해 브로커리지의 비중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순영업수익 중 브로커리지가 차지한 규모는 불과 3% 정도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14년 이후 점포 대형화 전략을 통해 소수 지점 운영에만 집중해왔다. 이에 2014년 4개 지역에서 시작된 메리츠증권의 금융센터는 ▲2018년 6개 ▲2019년 7개 ▲2021년 8개 등 점진적 확장을 이뤄왔다. 고객 예탁자산 역시 지난 2018년 14조4188억원에서 2022년 21조3085억원으로 꾸준히 늘어왔다.
하지만 메리츠증권은 최근 브로커리지 시장에 대해서도 공세로 바뀐다. 이미 대형사들 중심으로 견고하게 짜여진 판을 흔들기 위해선 파격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장 사장의 판단. 장 사장은 연간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예탁금 이용료를 포기하는 대신 고객들의 이익 확대를 통해 영토 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메리츠증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신용융자에 대한 금리 역시 최대 9.8%에서 7.4%로 2.4%p 인하하고 나섰다. 경쟁사들 모두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비교 불가한 인하폭이다.
특히 메리츠증권의 이 같은 전략은 최근 금융당국 가이드라인과도 일치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들에 이어 증권사들의 ‘이자장사’와 관련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수차례 언급했다.
현재 증권사들이 고객들의 예탁금에 대해 주급하는 예탁금 이용료율은 0%대에 묶어 놓은 반면 신용융자 금리는 10% 가깝게 측정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증권사(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의 예탁금이용료율과 신용융자 금리(91~120일 기준)의 격차는 평균 9.115%p에 달했다. 메리츠증권 역시 지난해까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현재 2.8% 수준까지 떨어뜨렸다.
한 증권사 임원은 “코로나 국면 이후 주식에 투자하는 고객층이 늘면서 이용료율에 대한 재논의 필요성이 커졌다”면서 “최근 당국의 지침 등을 감안하더라도 신용융자와 이용료율에 대해 업계 전반적인 조정이 있을 것 같다”고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