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왼쪽) 대우조선해양(오른쪽) 서울사무소 전경 (사진=한화, 손기호)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해외 주요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으며 쉽게 결론이 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 시점을 늦추고 있다. 공정위가 승인 일정을 미루는 데는 동종업계의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지난달 30일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승인을 6월 이후로 미뤘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주식 취득 건에 대해 이해관계자와 관계 기관 등의 의견 청취를 진행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방향이나 처리 시기 등이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앞서 해외 경쟁 당국은 유럽연합(EU)만 제외하고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을 모두 승인했다. 한화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8개국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했고, 영국·일본·중국·베트남·튀르키예·싱가포르 등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이달 18일에는 유럽연합(EU)의 심사 결과가 남았다.
우리나라 공정위가 승인을 미루고 있는 것은 HD현대 현대중공업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시각이 있다. HD현대 측이 ‘울산급 Batch-III’ 5·6번함 수주전을 앞두고 경쟁사 대우조선해양을 경계하면서 공정위에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며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현대중공업이 함정 관련 큰 사업 입찰을 앞두고 있다”며 “한화-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순조롭게 진행돼 강력한 경쟁자가 생기는 걸 경계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울산급 ‘Batch-III’ 조감도 (사진=방위사업청)
이 관계자는 특히 “지난 2020년 현대중공업이 패널티를 받으면서 사업 수주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라며 “대우조선의 한화 인수를 최대한 늦추고 싶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방사청의 ‘Batch-III’ 사업은 현대중공업이 1번함을 수주하고, 삼강엠엔티(현 SK오션플랜트)가 2~4번함을 수주했다. 하지만 삼강엠엔티는 저가수주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올해 방사청의 ‘Batch-III’ 5·6번함 발주에서 현대중공업이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이 수주전에서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 지난 2020년 9월24일 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소속 직원 9명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해 11월19일 8명에 대해 유죄가 확정된 것이다.
이로 인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19일부터 3년간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 1.8점이 감점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제안서 평가에서 소수점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만큼 1.8점 감점은 수주에 불리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이러한 패널티로 인해 수주전에 대우조선을 경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이 부담스러운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현대중공업의 노이즈 작업이 사실이라며, 새 주인 찾기를 통한 조속한 정상화, 조선업계의 새로운 경쟁과 혁신을 통한 국가 경제 이바지라는 정부의 기조와 상충된다”며 “또한 해외 국가들도 승인해주는 기업결합 심사를 공정위가 지연시키는 것은 당연히 우려할 만한 만큼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