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수도권 고가 아파트 거래가 급감했다. 자산가의 자산 방어 심리와 영끌 매수자 손실 최소화 심리 동시에 확산한 결과다. 그러나 서울 일부 지역의 경우 현금부자들이 노후 재건축 단지에 투자하며 가격이 상승하기도 했다. 서울 재건축에만 자금이 몰리는 경우 수도권 지역 공급이 늦어지며 집값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들. (사진=연합)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집토스에 따르면 6·27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수도권 10억원 초과 아파트의 계약 취소 비율이 크게 늘었다. 아파트 매매 해제 계약 중 10억원 초과 아파트의 비율은 대책 이전 26.9%에서 8%포인트(p) 늘어난 35.0%에 달했다.
계약 취소 현상은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 뿐만 아니라 영끌 매수자들의 중심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자산가들의 수요가 집중되는 강남권의 경우, 강남구는 계약 취소 비율이 5.1%에서 6.5%로 1.4%p 상승, 서초구는 2.5%에서 이후 5.7%로 3.2%p 늘었다. 자산가치 방어를 위한 하락 회피 심리가 계약 해제로 이어진 것이다.
노원구 월계동의 공인중개사무소들. (사진=문재혁 기자)
영끌 매수자들이 주로 찾던 노원구도 해제 계약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3%에서 7.3%로 2%p 늘었다. 도봉구는 1.4%에서 1.9%, 강북구는 1.3%에서 1.9%로 세 곳 모두 상승했다. 자기 자본이 부족한 매수자들이 집값 하락과 이자 부담 이중고를 두려워하며 손실 최소화를 위해 계약을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부 지역 아파트의 경우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역설적인 변화를 보였다. 6·27 대책 전후 실거래가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서울 10억원 초과 아파트는 3.6% 상승, 30년 초과 노후 단지는 그 2배를 넘는 7.3%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와 대비되게 주변 수도권 지역들의 경우 경기도는 0.5% 상승, 인천은 오히려 6.1% 급락했다.
이러한 상승세는 대출 규제 영향이 적은 현금 부자들의 수요가 서울 30년 초과 노후 단지에 몰리면서 일어난 결과다. 지난 29일 부동산 R114에 따르면, 서울 총 아파트 171만1444가구 중 입주 30년을 초과한 경우는 48만8457가구로 28.54% 수준이다. 이는 전국 평균 노후비율 24.85% 보다 높은 수치다.
재개발이 진행중인 서울 을지로. (사진=연합)
반면 신규 공급의 경우 내년 서울시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1만8044가구로 올해 입주 물량 3만5779가구의 절반 정도다. 오는 2027년에는 8217가구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결국 부족한 서울 아파트 공급이 노후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이끌어내며, 현금 부자들이 안전한 투자처로 서울 30년 초과 노후 단지를 선호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서울 재건축에만 자금이 몰리는 경우,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수도권 지역은 공급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5월 기준 전국 주택 착공은 1만5211가구로 전월 대비 39.3% 줄었다. 수도권의 경우 9157가구로 50.1% 급감했다.
이러한 규제발 공급 절벽은 6.27 대책이 발표되기 전, 국토교통부가 한 차례 경고한 바 있다. 국토부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지에 동일한 대출규제를 적용할 시 공급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수도권 지역 재건축이 줄어들경우 이 우려가 현실화 될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수요 억제 정책을 먼저 꺼내면서 민간 사업자도 공급에 소극적이 되는 분위기"라며 "현재 공급 공백이 수년 뒤 입주 절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