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31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브리핑을 열고 철근 누락 아파트를 공개했다.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추가적으로 철근 누락 단지가 나온 거다. 철근 누락 아파트 명단 공개 이후 관련 단지 주민들의 커뮤니티가 술렁였다.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인근 단지 주민들도 "완공 후 누락된 단지도 나왔는데 우리는 문제가 없는 걸까요"와 같은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불안감을 공유했다. 아파트도 제대로 짓지 못하는 건설강국의 허울이 드러난 순간이다.
보강공사 중인 철근 누락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2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LH가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전국 91개 단지 점검 결과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는 15곳으로 나타났다.
15곳 중 이미 입주를 마친 단지는 ▲공주월송(A4) ▲남양주별내(A25) ▲아산탕정(2-A14) ▲음성금석(A2) ▲파주운정(A34) 등 5곳이다.
완공을 마쳤으나 아직 입주가 이뤄지지 않은 단지는 ▲수서역세권(A3) ▲수원당수(A3) ▲오산세교2(A6) ▲충남도청이전신도시(RH11) 등 4곳이다.
공사가 진행 중인 단지는 ▲양주회천(A15) ▲광주선운2(A2) ▲양산사송(A2) ▲양산사송(A8) ▲인천가정2(A1) ▲파주운정3(A23) 등 6개 단지다.
무량판 구조에서 건물 지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기둥 전체에 철근이 누락된 단지도 나왔다. 양주회천은 전체 기둥 154개 모두 철근 누락으로 확인됐다. 음성금석도 123곳 중 101곳에서 철근 누락으로 나타났다.
단지 곳곳에서 철근 누락 사실이 확인되자 LH와 시공사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LH는 시공를 통해 기둥 보강 공사를 진행하고 이미 입주를 마친 단지 내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 개최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LH의 조치를 놓고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시공을 마친 단지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보강공사를 하더라도 어떻게 믿고 살 수 있나"와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철근 누락 단지 명단에는 없었지만 LH가 시행사로 나선 단지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하자 문제와 관련해서도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불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파주A16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A씨는 "불안해서 못살겠다. 해당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모두 전수점검을 했으면 좋겠다"면서 "다른 입주민들도 하자로 말들이 많은데, 혹시나 이런 것 때문에 문제가 많은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강조했다.
입주민들의 철근 누락에 대한 공포는 LH를 넘어 민간 아파트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민간 건설사 자체적으로도 안전점검에 나서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안전진단을 요청하는 일이 많아져 점검을 벌이고 있으나 아직 문제가 나온 단지는 없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민간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철근 누락'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민간아파트는 집값 등 재산권과 관련해 민감한 부분이 있어 명단 공개가 막힐 가능성도 있다. '부실 시공 아파트'라는 낙인에 따른 재산상 손해 우려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 균열이나 하자와 같이 집값 상승 저해 요인으로 꼽히는 부분에 대해서 쉬쉬하는 분위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이참에 이런 폐단을 청산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결국 입주민들의 의지가 중요한데 인근 단지나 다른 지역 내 동일 브랜드 단지에 대한 영향력도 고려할 필요가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