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SKT)의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에이닷(A.)이 또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AI의 환각현상(Hallucination) 즉, 주어진 데이터 또는 맥락에 근거하지 않은 잘못된 정보나 허위 정보를 생성하는 것을 극복하지 못한 모습이다.
31일 SKT는 에이닷에서 채팅이나 음성으로 ‘대화형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에이닷은 어떤 통신사를 사용하는 이용자든 모바일 앱을 설치해 사용할 수 있다. 이 앱을 실행하면 하단 메뉴바에 ‘챗T’, ‘대화형 AI’, ‘프랜즈’ 등의 채팅·대화형 AI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 에이닷 ‘챗T’ 엉뚱한 답변…“나는 인간”, “SKT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 후보”
특히 SKT는 ‘챗T’ 서비스를 올 상반기 말에 선보였다. 이는 MS 애저 오픈AI 서비스의 ‘챗GPT’ 모델을 활용했다. 이 서비스에는 GPT 3.5가 적용됐다.
SKT 관계자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고도화해 에이닷 이용자가 단답형 대화가 아닌 복잡한 의도를 파악해 연속적으로 대화할 수 있고 논리적으로 답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챗T’에 질문을 몇 개 던져보니 엉뚱한 답변을 내놓거나, 아예 질문과 동떨어진 답변을 내놨다.
예를 들어 ‘에이닷 챗T와 챗GPT의 능력 차이’를 묻는 질문에 ‘챗T’는 “챗GPT는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자동응답 시스템”이라면서 “저(챗T)는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이라고 답을 했다.
이에 다시 ‘챗T가 인간이라고?’라고 묻자 ‘챗T’는 “저는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이 아닌 AI 어시스턴트”라고 답했다. ‘인공지능도, 인간도 아닌, AI(인공지능) 이시스턴트’라는 답이다.
SKT 에이닷 신규 AI 서비스 '챗T'는 자신이 '인간'이라며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SKT 에이닷 챗T 갈무리)
이뿐만이 아니다. ‘SKT 챗T에 적용된 기술이 뭔지’를 묻는 질문엔 “죄송합니다. 저의 답변이 잘못됐습니다. SKT의 현재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 후보자”라고 답했다.
질문과 전혀 다른 답변을 한 것. 답변도 SKT 전·현직 사장의 이름을 댄 것도 아니고, 대통령의 후보 시절을 언급했다.
뒤이어 답변으로 “SKT 챗T에 적용된 기술은 오픈AI에서 제공하는 GPT 모델을 기반으로 작동한다”고 덧붙였다.
SKT 에이닷의 '대화형 AI 서비스'도 '챗T'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인간'이라고 소개하며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SKT 에이닷 갈무리)
‘챗T’보다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에이닷 대화형 AI’ 서비스도 음성 지원이 되는 부분과 캐릭터가 적용됐다는 특징 외엔 엉뚱한 답변을 내놓긴 마찬가지였다.
‘챗T와 너(에이닷 대화형 AI)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대화형 AI 서비스는 “챗T는 인공지능 채팅 로봇이고, 저(에이닷)는 인간으로서 직접 생각하고 말하며 행동하는 존재”라고 답했다.
물론 에이닷 챗T에 적용된 챗GPT 3.5은 최신 정보 업데이트 일자가 2021년 11월22일이기 때문에 최신 정보가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질문에 전혀 맞지 않는 대답이나, 답변 자체도 연관성이 없는 말들로 답한다면 이용자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SKT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챗T의 경우 챗GPT를 반영했다”며 “다만 한국 문화와 맞지 않거나 문제가 될만한 요소만 제거하고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밝혔듯이, 최근 파라미터(매개변수)는 390억개까지 고도화를 진행하는 등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으니 지켜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챗T에 반영했다는 '오픈AI'의 '챗GPT'에선 동일한 질문에 엉뚱한 답변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오픈AI 챗GPT에서 ‘SKT 에이닷 챗T와 챗GPT의 능력 차이는’이라고 '챗T'에 했던 동일한 질문을 하면 “2021년 9월까지의 정보를 기반으로 답하겠다”며 “SKT의 에이닷 챗T와 오픈AI의 챗GPT는 모두 자연어 처리에 기반한 인공지능 모델이지만, 두 모델 간 능력 차이가 있다”고 답한다.
'챗GPT'는 업데이트 일자가 2021년까지이지만, 질문과 전혀 관계 없는 답은 하지 않았다.
■ 유영상 SKT 사장 ‘AI 컴퍼니’ 강조…‘에이닷 고도화’ 약속했지만 ‘아직’
SKT는 유영상 사장이 연초부터 ‘AI 컴퍼니’ 전환을 회사의 핵심 목표로 설정했다. 이러한 잘못된 답변을 내놓는 서비스를 계속하는 것은 이용자로부터 이해받을 수 없는 부분이다.
유영상 SKT 사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AI 컴퍼니로의 도약을 본격화하겠다”며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핵심 사업의 AI 혁신’, ‘AI 서비스로 고객 관계 강화’, ‘산업 전반으로 AI 확산’ 등 3대 핵심 전략을 제시했다.
앞서 올해 2월에 있었던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모바일IT 전시회인 MWC2023에선 에이닷의 기술과 고객 서비스 고도화와 글로벌 진출을 선언했다.
당시 유 사장은 “에이닷은 지난 2022년 5월 거대 언어모델을 B2C로 상용화한 AI 서비스로 출시 9개월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확보했다”며 “에이닷의 서비스 고도화와 글로벌 진출 계획을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SKT의 에이닷(A.) 소개 페이지에는 '챗T'나 '대화형 AI' 서비스에 대해서는 소개하고 있지 않고 있다. (사진=SKT 홈페이지 갈무리)
한편 SKT는 홈페이지 에이닷 소개 부분에선 ‘챗T’나 ’대화형 AI’ 서비스를 소개하지도 않고 있다. 생성형 AI 서비스를 고객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드러내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경쟁사는 어떨까. ‘초거대 AI’를 고도화하며 고부가가치 산업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네이버는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내놨다. 이는 챗GPT보다 6500배 많은 한국어를 학습해 에이닷과 같은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 등을 선보였다.
KT는 대화형 AI 서비스는 아니지만, 오는 10월 초거대 AI ‘믿음’을 금융과 의료 등 특정 산업분야에 특화된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LG도 ‘엑사원’을 신약·신소재 개발 등에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