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영화 ‘써니’의 불량 학생부터 ‘곡성’의 무당, ‘우상’의 조선족 여인까지, 늘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던 천우희가 최근 달라졌다. ‘멜로가 체질’에서는 톡톡 튀는 30대 여성을, ‘버티고’에서는 흔들리는 직장인을 사실적으로 그려 공감을 자아냈다. 힘을 빼고 가벼워진 천우희가 새로운 얼굴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천우희는 극 중 고층빌딩의 사무실에서 계약직 디자이너로 일하는 30대 직장인 서영을 연기했다. 오랜만에 만난 일상적인 캐릭터에 반가움을 느낀 천우희는 그 어느 때보다 편하게 연기에 임했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야기, 내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연기를 하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 이번에 두 작품 연달아 현실적이고, 내 나이와 비슷한 여성 캐릭터를 맡아 좋았다. 지금까지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들에 관심이 갔다면, 언제부터인가 일상에 닿아있고, 현실적인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멜로 연기도 새로웠다. 천우희는 전작인 ‘멜로가 체질’에서는 안재홍과 알콩달콩한 커플 호흡을 보여줬으며, ‘버티고’에서는 유태오와 사내에서 비밀 연애를 하며 아슬아슬한 사랑을 이어간다. 그는 멜로를 등한시했던 과거가 후회된다며 ‘멜로의 달인’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유쾌하게 밝혔다.
“전에는 멜로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멜로가 체질’ 촬영을 시작하기 전 한석규 선배님이 ‘있는 그대로 해라’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멜로가 가능할 때 많이 해라’라는 말씀도 해주셨다. 인간에게 사랑의 감정이 중요하며,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게 멜로 장르라고 하셨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게 사랑인데, 왜 그걸 진부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끌리는 이야기가 있다면 멜로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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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나이대의 인물을 연기한 만큼, 인물의 감정이나 상황에 대한 공감은 충분했다. 그러나 회사 동료, 엄마의 눈치를 보며 상처를 삼키는 서영의 성격상,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드러내지 않고 내면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이번에는 서사에 기댈 수 없었다. 인물의 감정선을 그대로 따라가야 했다. 기교를 부려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내가 공간에 존재하고 있으면 카메라와 감독님이 나를 있는 그대로 담아주실 거라고 믿었다. 진심이 필요했다. 한 신 한 신 만들어가려고 노력했다”
평범한 직장인을 표현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직장 생활을 해보지 않은 천우희는 주변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연기하지 않아도 되는 디테일한 부분까지 질문하며 진짜 직장인이 되기 위해 애썼다.
“직장인 친구들에게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 또 평소에 어떤 대화를 하는지 물어봤다. 문을 통과할 때 사원증을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도 물어봤다. 직장인이지만 계약직 직원이기도 하다. 의상도 최대한 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게 고민을 많이 했다”
나이에 꼭 맞는 옷을 입은 천우희지만, 화면 속 평범한 모습을 볼 때는 낯설기도 했다. 강렬한 연기로 인상을 남기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편안한 매력으로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
“유튜브를 통해 일상을 공개하고 있는데, 내가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 처음에는 낯설었다. 어색한 순간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친근하게 봐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 나에 대한 선입견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연기 외에 내리에션이나 더빙 같은 것도 했다. 배우로서 누릴 수 있는 게 많다. 그런 기회들이 감사하다. 물론 본업이 연기니까 연기를 제일 충실하게 하고는 싶다”
②편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