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로 수세에 몰렸다. 서범수 국민의 힘 의원은 이 사장에게 "후분양제를 했다면 지금처럼 LH와 GS건설 간 갈등은 있었겠지만 주민들 피해가 없었을텐데 후분양제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사장은 "후분양제는 '일장일단'이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많이 검토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후분양제의 구체적인 장점과 단점을 논하기에는 질의 시간이 짧았다. 그렇다면 이 사장이 말하려 한 후분양제의 '일장일단'은 뭐였을까?
(사진=연합뉴스)
최근 서울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잇따라 후분양 단지가 나오고 있다. 후분양은 시공사가 자체 자금을 투입해 전체 공정의 60~80% 가량 진행된 시점에서 분양하는 방식을 뜻한다. 국내 분양 시장은 대부분이 선분양 중심으로 돌아가지만 최근 부실공사 이슈와 맞물려 후분양 제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후분양 단지인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771가구)는 이달 말까지 견본주택에서 선착순 동호수 지정계약을 받는다. 청약홈에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지 않고 곧바로 견본주택을 통한 무순위 청약에 나선 것으로 봤을 때 물량이 다수 남은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단지는 지난달 초 일반공급 401명 모집에 5626명이 청약을 신청해 약 14대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완판에는 실패했다. 단지 입주 예정일이 내년 3월인만큼 입주 예정자들은 6개월 이내에 계약금 외에 중도금과 잔금을 모두 치러야 한다.
내년 12월 입주가 예정된 서울 구로구 호반써밋 개봉(317세대)도 최근 일반 분양 190세대에 대한 1순위 청약 당시 25.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무순위 청약 물량이 72가구가 발생했다. 이후 무순위(1차) 청약을 진행한 결과에서는 1072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14.88대 1을 기록하며 완판 가능성을 높이긴 했으나 1순위 청약에서 생각보다 많은 미분양 물량이 나왔다.
후분양 단지의 저조한 흥행 성적표는 수도권에서도 발견됐다. 지난 17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힐스테이트 수원파크포레’(482세대)는 431가구 모집에 281명이 접수하면서 0.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후분양 단지는 수요자 입장에서 시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고 물건을 보고 산다는 점에서 안전 문제와 관련해서도 심리적인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 반면 자금 마련 일정이 빠듯하다는 점과 높은 분양가가 단점으로 꼽힌다.
앞서 언급된 단지는 인근 단지 시세와 비교했을 때 분양가가 높게 형성돼 있다. 호반써밋개봉 전용 84㎡최고 분양가는 9억9860만원으로 인근 '개봉 푸르지오'가 최근 8억 2000만원 수준에서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의 전용 84㎡ 최고 분양가도 13억9393만원으로 인근 상도역 롯데캐슬 파크엘과 비교했을 때 4000만원 가량 높은 액수다.
후분양 단지의 높은 분양가는 물가 상승 반영 및 금융 비용 부담에 따른 것이다. 준공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분양을 하게 되면 공사 기간 동안 올라간 원자잿값과 금리 비용 등이 고스란히 반영된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선분양과 달리 회사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 되므로 자체적인 자금 조달을 통해 사업을 진행해야하는 것도 부담이다.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에서도 통상적으로 집단 대출 형태를 띄는 선분양이 리스크가 낮다고 판단해 비교적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준다.
결국 수요자에게도 후분양 제도는 높은 분양가와 더불어 빠른 시일 내에 분양 대금을 치러야한다는 압박을 준다. 건설사는 준공을 앞둘 때까지 공사비에 대한 리스크를 짊어지게 되고 정부 또한 공급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후분양 제도가 수요없는 공급이 될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후분양 제도는 수 억, 수십 억원 짜리 물건의 실물을 보고 사야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됐다"며 "후분양 제도는 준공 마무리 시점에서 공사비를 다 반영하고 분양가를 산정하기 때문에 선분양과 달리 철근 누락 사태 또한 어느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윤 연구원은 "다만 지금처럼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후분양 제도의 정착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시장에 분양 물량이 어느정도 쌓이는 등 공급 안정화가 선행돼야 하는데 지금은 정부나 시공사, 수요자 어느 누구도 후분양을 확실히 선호한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