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19년 8월 '삼성청년SW아카데미' 광주캠퍼스를 방문해 교육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삼성)
삼성 임직원들이 새해 200억원이 넘는 기부를 약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상생’ 철학이 그룹 전반으로 퍼지면서 기부 문화 확산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 임직원들은 새해 기부금을 내거나 자신의 재능을 나누고 싶은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사업을 선택해 기부를 약정하는 ‘기부 페어’를 진행해 약 233억원의 기부를 약정했다. 여기에는 계열사 임직원들 약 70%가 참여했다.
삼성 주요 계열사들은 지난해 11월 사내 인트라넷에 임직원들이 기부를 약정할 수 있는 ‘나눔과 상생의 실천, 삼성 CSR’ 코너를 개설했다. 임직원들은 이를 통해 지난해 말까지 어떤 CSR 프로그램에 기부할지 선택하고 원하는 기부 금액을 약정했다.
기부 페어는 각 계열사들이 진행하는 CSR 프로그램에 임직원들이 기부를 약정하는 삼성의 사내 제도. 삼성전자는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 삼성희망디딤돌, 삼성푸른코끼리, 삼성드림클래스 등을 진행한다. 삼성생명은 삼성 안내견 사업, 희망디딤돌, 드림클래스, 삼성 생명존중사업 등을 한다. 기부 방식은 올해 매월 급여에서 약정 금액 만큼 임직원이 선택한 CSR 프로그램에 자동 기부된다.
삼성은 더 많은 임직원들이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약정한 기부금과 같은 금액을 해당 CSR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매칭 그랜트’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첫 도입 이후 이듬해부터 지난해까지 삼성 임직원들과 회사가 매칭 기부한 금액은 누적 6318억원에 달한다.
삼성 임직원들이 삼성청년SW아카데미 프로그램에 참여해 재능기부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 임직원들은 CSR 사업에 직접 참여해 본인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재능 기부도 약정했다. 재능 기부는 CSR 수혜자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고 진로·직업 등을 상담해주는 재능 멘토링, 강사로 나서 수혜자들의 학습을 돕는 학습 멘토링, CSR 행사에 진행요원·홍보대사로 참여하는 서포터스 활동으로 나뉜다. 지난해 재능 기부자로 활동한 삼성 임직원은 600여명에 이른다.
이번 기부금 동참은 이재용 회장의 그간 사회와의 동행을 강조한 경영 철학이 근간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10월 회장직에 오르며 취임사를 대신해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는 글을 사내 인트라넷에 게재하고 “우리 삼성은 사회와 함께 해야 한다”며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며 더불어 성장해야 하고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서 진행한 임직원 간담회에서는 “봉사에 적극 참여하고 싶은데 얼굴이 알려져 쉽지 않다”며 “대신 익명으로 여기저기에 기부를 많이 하려 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 회장의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올해부터 기부 프로그램을 확대하기로 했다. 임직원들이 재능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CSR 프로그램부도 늘렸다.
기존 SSAFY, 희망디딤돌, 푸른코끼리, 드림클래스 등에 더해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돕는 안내견 사업, 삼성 다문화 청소년 스포츠 클래스, 노인세대 디지털 활용 역량 향상 삼성 시니어 디지털 아카데미, 생명존중사업, 저소득층 무료 안과 진료·수술을 지원 ‘무지개’ 사업 등에서 재능 기부를 신청을 받았다.
삼성은 “신청한 임직원 중 심사를 거쳐 올해 9개 CSR 프로그램에 참여할 재능 기부자를 예년의 두 배 가량 많은 총 1090명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