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업계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이른 바 '스타'급 인력들의 이동에 관심이 쏠린다. 회사의 상징같던 선배들의 이직, 시장에서 회자되는 이들의 '몸값'은 진로를 계획하는 후배들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 치열해진 인재 영입 시대, 그 현장을 바라보며 운용업계에서 'ETF 스타'를 꿈꾸는 주니어들도 늘고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디지털ETF마케팅 본부장은 1일부터 KB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겨 ETF사업본부장을 맡을 예정이다.
삼성자산운용 출신인 김 본부장이 한투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지난 2022년. 당시 배재규 사장과 함께 이동한 케이스로 이후 배 사장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ACE ETF’의 새로운 브랜드 마케팅 등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3위’의 반란을 꿈꾸는 KB운용이 올해 ETF 강화를 최우선 사업과제로 내걸면서 파격적인 조건으로 김 본부장 영입에 성공했다. 배 사장 역시 김 본부장을 수차례 만류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ETF 부문 총괄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나는 후배를 끝까지 잡을 순 없었다. 이로써 김 본부장의 이직으로 공석이 된 자리는 김승현 마케팅 부장이 맡고 김 본부장은 KB운용에서 리브랜딩을 포함해 공격적인 마케팅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 몸값 뛰는 삼성출신들, ETF 선호도 높아져
각 운용사에서 ETF 부문을 이끄는 인물들은 모두 삼성자산운용 출신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김남기, 이경준 본부장과 신한자산운용의 김정현 ETF 사업본부장 역시 삼성운용에서 자리를 옮긴 이후 현재 각사의 ETF 성장의 핵심축을 맡고 있다.
이들이 ETF 시장의 중심에서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단순명료하다.
“삼성운용 출신들은 ETF의 시작과 성장을 경험 과정에서 다양한 노하우를 축적한 데다가 각자의 기량 역시 뛰어나기 때문에 상징성과 성장성을 함께 내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영입전이 삼성운용 출신 선수들에만 국한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ETF 시장이 100조원 시대를 넘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향후 성장과 맞물려 인재 확보에 대한 쟁탈전은 가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운용사에서도 ETF 부서에 대한 선호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게 다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대형운용사 입사 3년차 직원은 “업계 내 인력은 제한적이고 모든 운용사들의 주력부서이다보니 주변에도 ETF 부서에서 경험을 쌓고 싶어하는 동료들이 많다”며 “지금 경쟁력을 키운다면 수년 내 좋은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관련 업무에 대해 배워보려는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ETF 시장이 액티브 ETF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향후 매니저들의 운용 능력에 따른 영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도 포인트다.
지수형 ETF와 달리 액티브 ETF의 경우 매니저의 운용 능력이 성과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만큼 펀드의 ETF화라는 관점에서 이들의 경쟁력은 새로운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ETF 부문에서 수익성이 크지 않은 만큼 전체적인 처우 개선은 ETF 부문의 수익성 확보가 선행된 이후에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운용사들이 ETF에서 수익을 크게 거두진 못하는 현실”이라면서 “현재로선 몇몇 분들 중심으로 이뤄지는 영입전이지만 ETF 시장에서 수익이 나는 시점부터는 확실히 달라질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