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태현 기자)
법원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등에 대한 1심 공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합병의 주 목적이 이 회장의 승계만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 법원 “이재용 회장 등 무죄…합병, 주 목적이 승계만으로 보기 어려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이 회장의 1심 선고 공판에서 “(합병 과정에서) 양사의 이사회를 거친 것을 보면 이 회장의 지배력 강화만이 합병의 목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실제로 유리한 합병이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면서도 “합병은 양사의 합병 필요성 등의 검토를 거쳤기에 사업성이 인정된다고 본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재판부는 “합병은 삼성물산 주주에게도 이익이 되는 부분이 있어 합병의 주 목적이 이 회장의 승계만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어 “검찰은 부당한 합병으로 주주들이 불이익을 봤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주가와 증권사 리포트 등을 봤을 때 (합병이) 주주들의 손해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대법원이 2017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관련 재판에서 이 회장의 승계 작업을 인정했다 하더라도, 미래전략실이 삼성물산 의사에 반해 이 회장의 주도로 합병을 주도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공소장에 밝힌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승계 계획안 ‘프로젝트 G(Governance, 거버넌스)’에 대해선 “프로젝트 G에 관한 문건은 기업 검토에서 자연스러운 부분”이라며 “내부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대한 검토 종합 보고서”라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의 주장처럼 약탈적 승계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17일 열린 이 사건의 결심 공판에서 “이는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것”이라며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 이재용 회장, 법원 들어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 부답’
이재용 회장은 이날 오후 1시42분경 서울중앙지법원에 출석하면서부터 무죄 선고를 받고 법원을 벗어나기까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말도 답하지 않았다.
출석 현장에는 선고 결과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을 증명하듯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일부 지지자들은 “이재용, 삼성 파이팅”이라고 외치는가 하면 한편에선 “감옥에 가라”며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그룹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1일 기소됐다.
당시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의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제일모직의 주가는 올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는 낮추는 등의 부정행위에 관여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재판부는 이날 공소사실별로 무죄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 이재용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재용 회장은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떠났다. 일부 지지자는 “이재용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