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 매장 전경. 사진=김자
#.양재역을 나서 남부순환로를 따라 걷다 보면 하얀색 선명한 워크샵(Workshop) 글씨가 한눈에 들어온다. 글씨체와 바탕 등 간판에서부터 기존 배스킨라빈스 매장과는 다른 분위기다. 내부로 들어서니 탁 트인 내부 공간 덕분에 전시장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벽면에는 워크샵의 콘셉트 공간을 소개하는 전광판이 설치됐고, 테이블에는 각양각색 아이스크림과 케이크 등이 진열돼 있다.
20일 오후 5시30분, 배스킨라빈스 본사 사옥 1층에 자리 잡은 ‘워크샵 바이 베스킨라빈스’ 매장에는 이른 저녁임에도 30여명이 넘는 방문객이 있었다. 매장이 워낙 넓은 탓에 붐비는 느낌은 없었지만, 취식을 위해 마련된 테이블 대부분은 이미 주인을 찾은 모습이었다. ‘워크샵’은 배스킨라빈스가 지난 19일 문을 연 차세대 혁신매장이다. 지하 1층에 있는 별도 공간에서 배스킨라빈스 셰프가 직접 제조한 아이스크림과 케이크 등을 바로 가져와 판매한다.
워크샵에서는 본사 기획자와 연구원들의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제품도 가장 먼저 선보인다. 특히 차세대 상품 개발 모델 ’배스킨라빈스 AI NPD(신제품개발) 시스템’을 최초로 시범 운영한다. 오픈AI가 개발한 챗GPT를 통해 신제품 아이디어를 구상하면 생성형 AI로 제품 비주얼까지 그려낸다. 워크샵 매장 한정 제품으로 빅데이터 딥러닝 기술 기반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신제품 ‘딥 플레이버(Deep Flavor)’를 매달 선보이고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며 기술혁신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배스킨라빈스 관계자는 “제품 비주얼과 플레이버 등 개발에 ‘이런 제품이 있다면 어떨까’하고 상상만 하던 내용들을 모아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실제로 제품화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실험적인 성격인 만큼 워크샵 매장을 R&D 연구실처럼 운영하려고 하고 있으며, 앞으로 고객이 제안하는 제품을 구현하는 한편 올해 ‘그래이맛 어워드’에도 AI 기술을 접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구상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매장 한정 각양각색 플레이버, 소비자 발길 사로잡는다
'워크샵' 내부 전경(왼쪽)과 매장 내 취식공간(오른쪽) 모습. 사진=김성준 기자
매장은 크게 ▲스토리존 ▲케이크존 ▲버라이어티존 등 세가지 콘셉트로 꾸며졌지만 각 구역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진 않았다. 취식 공간을 제외하면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한 스토리존에는 한 테이블마다 12종씩, 총 4개 테이블 48종에 이르는 다양한 플레이버의 아이스크림이 준비돼 있었다. 앞서 단종됐던 메뉴는 물론 ‘워크샵’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단독 메뉴도 포함됐다. 일반 매장에서 맛볼 수 없는 다양한 맛이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특히 ‘와사비’, ‘크림브륄레’ 등 이색적인 플레이버가 인기였다. 플레이버가 다양한 만큼 방문객들이 주로 구매한 것은 50g씩 소량으로 4가지 메뉴를 담을 수 있는 ‘워크샵 샘플러’였는데, 이중 와사비와 크림브륄레를 고르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날 매장에서 와사비 플레이버를 구매한 A씨는 “평소 와사비 맛을 좋아해서 SNS를 통해 해당 플레이버가 출시된다는 소식을 듣고 매장을 방문했다”면서 “와사비와 아이스크림이 합쳐지면 어떤 맛을 낼지 궁금했는데 기대보다 훨씬 독특한 체험이었다”고 말했다. 크림브륄레를 구매한 B씨는 “아이스크림으로 크림브륄레를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해서 선택했는데, 진짜 크림브륄레처럼 깨서 먹을 수 있는 데다 맛까지 괜찮았다”고 평가했다.
배스킨라빈스는 마케팅 솔루션 계열사 ‘섹타나인’ 및 2300만 회원을 보유한 멤버십 서비스 ‘해피포인트’와 협업해 고객 빅데이터를 토대로 선호 플레이버를 분석·반영해 해당 플레이버를 개발했다. 워크샵 매장을 통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성 등 차세대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신제품을 선보이고 소비자 반응도 확인하는 테스트베드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귀여운 케이크와 토핑 더한 젤라또, 스토리텔링까지 더해
'워크샵'에서 판매하는 '에그 케이크'(왼쪽)과 브랜드 스토리텔러 '닥터'(오른쪽). 사진=김성준 기자
매장 중앙 한쪽을 차지한 ‘케이크 존’에는 워크샵 매장 시그니처 메뉴인 ‘에그 케이크’ 라인업도 진열돼 있었다. 다른 매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아이스크림 케이크로, 동물·과일·캐릭터 등을 달걀 모양으로 귀엽게 형상화해 눈길을 끌었다. 제품을 둘러보던 C씨는 “이렇게 공들여 만들었는데 아까워서 어떻게 먹겠나”라며 연신 제품 사진을 찍기 바빴다. 닭 모양 케이크 ‘코코 꼬꼬 에그’를 주문한 D씨도 “너무 귀엽게 생겨서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민했다.
‘케이크 존’ 맞은편에는 이탈리안 젤라또에 각종 토핑을 조합해 먹을 수 있는 ‘젤라또 라이브 스테이션’과 함께 커피머신 등이 설치된 ‘버라이어티 존’이 있었다. 먹고 싶은 젤라또와 토핑을 직접 고르면 매장 직원이 이를 즉석에서 조합해 준다. 젤라또를 주문한 E씨는 “요거트 맛 젤라또에 딸기와 믹스베리를 선택했는데 ‘맛없없(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인 만큼 굉장히 만족스러웠다”면서 “즉석에서 바로 토핑을 골라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스토리 존’ 한편에는 태블릿PC가 부착된 테이블에서 아이스크림의 역사와 각종 에피소드를 살펴볼 수 있었다. 배스킨라빈스가 운영하는 브랜드 스토리텔러 ‘닥터’다. 아이스크림과 관련된 다양한 스토리텔링 외에도 ‘닥터’는 취향에 맞는 아이스크림 플레이버를 추천하고 직접 맛본 메뉴의 콘셉트, 외관, 맛, 식감, 차별성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설문 기능도 담당한다. 배스킨라빈스는 향후 ‘아이스크림 도슨트’ 프로그램을 선보여 소비자에게 아이스크림에 대한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한다는 계획이다.
워크샵 매장 매니저는 “스토리 존에서 아이스크림 설명과 함께 맛보기 체험을 제공하고 배스킨라빈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매장을 전체적으로 둘러볼 수 있는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현재는 사전 테스트 성격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이르면 3월부터 네이버 예약을 통해 정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