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 디타워 돈의문 사옥. (사진=DL이앤씨)
DL이앤씨가 도시정비 수주 현장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와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주택사업 확장을 최소화하는 모양새다. 대신 친환경 에너지 신사업 포트폴리오에 역량을 집중할 전망이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가 최근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 현장설명회에 모두 불참했다.
DL이앤씨는 연초 서울 대어급 사업지로 꼽히는 신반포27차 재건축과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 현장설명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수주 격전지로 꼽힌 부산 사업지도 도외시했다. 민락2구역 재개발, 광안3구역 재개발 현장설명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도시정비사업에서 현장설명회는 시공사 선정 이전에 응찰을 하기 위한 첫 관문이다. 현장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입찰이 불가능한 사업지가 대다수다. 현장설명회 불참은 사실상 사업지에 대한 관심이 전무하다는 걸 의미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실제 입찰을 하지 않더라도 주요 사업지에는 현장설명회에 참석을 해서 최소한의 관심을 표한다"라며 "물론 일부 사업지에 현장설명회를 불참하는 건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그동안 활발히 수주 활동을 벌였던 대형건설사의 존재감이 급격하게 사라지는 건 흔치 않다"고 말했다.
DL이앤씨가 도시정비사업 수주에서 신중함을 기하는 모습은 잠실우성4차 재건축에서도 감지된다.
DL이앤씨는 잠실우성4차 재건축의 입찰참가 확약서를 제출했으나 지난달 26일 2차 입찰에는 응찰하지 않았다. 이에 잠실우성4차 재건축 조합은 3.3㎡(평)당 공사비를 기존 760만원에서 810만원으로 높이는 등 시공사 유치를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DL이앤씨는 인천 부개5구역 재개발을 제외하고는 아직 눈에 띄게 수주 기대감이 나오는 사업지가 없다. 해당 사업지는 SK에코플랜트와 현대건설과 함께 컨소시엄을 이뤄 응찰하면서 리스크가 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조합 측이 아직 수의계약 여부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여부 등을 결정하지 않아 시공사 선정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DL이앤씨의 이 같은 도시정비 수주에서의 소극적인 모습은 포트폴리오 변화 의지로 풀이된다. 원자잿값 상승으로 주택사업에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공사비 조율도 쉽지 않다. 실제로 DL이앤씨의 지난해 주택사업 원가율은 90%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수익성에 발목을 잡았다.
DL이앤씨는 올해 도시정비를 포함한 주택사업 신규 수주 목표를 별도 기준 4조원으로 제시했다. 2021년 첫 출범 이후로 가장 낮은 주택사업 수주액수를 목표로 삼은 것이다. 지난해 주택사업 수주 실적(6조7192억원) 대비 40% 이상 낮은 수치다.
DL이앤씨는 대신 토목과 플랜트 수주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토목과 플랜트 수주 목표를 각각 2조원, 3조원으로 제시했다. 특히 토목 수주 목표는 전년 수주 실적(1조4290억원) 대비 40% 이상 높였다.
이와 함께 친환경 미래 신사업 분야 역량 강화에도 주력한다. 지난 15일 글로벌 소형모듈원전(SMR)사업 개발 추진을 위해 한전KPS와 미국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에 손을 잡은 게 대표적이다. 아울러 자회사인 탈탄소 솔루션 전문기업 카본코를 통한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분야 확대도 지속적으로 꾀한다.
DL이앤씨 관계자는 "도시정비에서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유지하고 올해나 내년에 발주가 기대되는 여의도와 압구정 등 서울 주요 단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전체적으로는 주택사업보다 토목과 플랜트, 신사업 분야 등에 힘을 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