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홍콩 ELS 자율배상 권고에 따라 KB금융이 올해 최대 조 단위 배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증권가는 KB금융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어 주목된다.
일회성 비용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에 변함이 없고 주주환원 의지도 높기 때문이다. 올해 처음 총주주환원율 40%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25일 증권가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올해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 규모(세전)는 적게는 7000억원, 많게는 1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하나증권은 7000억~8000억원, 한화투자증권은 9160억원, 키움증권은 1조700억원 수준을 예상했다.
신한, 하나, 농협, 제일, 우리 등 다른 5개 은행의 경우 배상액이 최대 3000억원 수준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국민은행의 배상액은 올해 실적에 부담이 되는 수준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올해 국민은행이 거둬들일 수익규모를 감안하면 심각한 타격을 주는 정도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견해다.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홍콩 ELS 배상액을 반영해 KB금융의 올해 예상 순익을 5조1200억원에서 4조6400억원으로 4800억원 낮춰 잡았다. 낮춰 잡은 전망치가 신한지주(4조5700억원), 하나금융(3조6500억원)보다 더 높다.
김은갑 키움증권 애널리스트의 경우 기존 전망치 대비 14.5% 하향 조정해 4조4530억원을 제시했다. 최 애널리스트와 달리 신한지주(4조6760억원)보다 순익이 낮을 것으로 봤지만 차액(2230억원)이 크지는 않다.
김 애널리스트는 "KB금융에 대한 이익전망 하향조정 규모가 작지 않았지만 일회성 비용으로 볼 수 있다"며 "과거 축적된 자본 덕분에 이번 이익감소가 주주친화 강화 여력을 훼손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 단위 손실을 반영하더라도 이익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큰 타격이 없을 것이란 예상이다. KB금융의 순익은 2018년 3조원을 돌파한 이래 상향 곡선을 그려 올해는 창립 최초 5조원 돌파가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KB금융이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갖춘 데에는 비은행 부문 역할이 컸다. 2010년대 인수합병(M&A)을 통해 증권(현대증권), 보험(LIG손보), 캐피탈(우리파이낸셜) 등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면서 은행에 대한 수익 의존도를 크게 낮췄다.
KB금융의 지난해 계열사별 이익을 살펴보면 은행 3조2610억원, 손해보험 7530억원, 증권 3900억원, 카드 3510억원, 생명보험 820억원, 캐피탈 1870억원 등 비은행 쪽에서도 2조원 가까운 수익을 냈다.
하나금융의 경우 비은행 부문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취약하고, 신한지주 역시 손해보험 부문 매출이 부족한 것과 비교하면 '포트폴리오 강자'로 평가받을 만하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KB금융은 가장 많은 자본 여력을 지닌 동시에 은행, 손보, 생보, 증권, 카드, 캐피탈 등 금융 계열사를 모두 갖추고 있다"며 "자회사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출자는 집행될 수 있겠으나 M&A 등에 자본을 소요해야 할 필요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은행의 ELS 배상 규모가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이슈는 거의 소멸되었다는 판단"이라며 목표주가를 9만3000원으로 직전 대비 10% 넘게 끌어올렸다.
홍콩 ELS 손실 반영으로 올해 총주주환원율이 업계 최초 40%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회성 비용으로 순익이 크게 감소하는 와중에 주주환원 의지는 유지되면서 총주주환원율이 크게 오를 것이란 예상.
최정욱 애널리스트는 "계획하고 있는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가 손익 변화와 관계없이 동일하게 진행될 경우에는 총주주환원율이 큰폭 상향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예상 총주주환원율이 40%를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전망치는 38%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