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자료=연합뉴스)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재건축 중 규제 완화 혜택을 처음으로 누리게 될 '선도지구'의 윤곽이 공개됐다. 분당과 일산에 각각 8000가구와 6000가구 등 총 2.6만 가구 이상의 물량이 올해 선도지구로 지정된다.
정부는 연내 선도지구를 최종 선정해 2030년 입주를 목표로 내세웠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업 목표 일정을 놓고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기 신도시 각 지자체가 내달 25일부터 1기 신도시 선도지구 공모를 시작한다. 이에 맞춰 지자체는 특별정비구역안과 선도지구 선정 기준, 동의서 양식 및 동의서 징구 방식 등 공모 지침을 확정한다.
전날 국토교통부와 경기도, 1기신도시 단체장은 간담회를 갖고 ▲분당 8000호 ▲일산 6000호 ▲평촌 4000호 ▲중동 4000호 ▲산본 4000호 등을 포함해 지자체별로 1~2개 구역을 추가하기로 한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1기 신도시 선도지구 규모는 전체 정비대상 물량의 10~15% 내외 수준인 2만6000가구 이상이 될 전망이다.
선도지구 공모에 신청할 주민들은 구역 내 전체 토지등 소유자의 50% 이상 동의와 단지별 토지등소유자의 50%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선정기준은 국토부가 제시한 표준평가를 기본으로 주민동의율(60점)과 정주환경 개선 시급성(10점)을 비롯해 ▲통합정비 참여 주택단지 수(10점) ▲통합정비 참여 세대 수(10점) ▲도시기능 활성화 필요성(10점) 등을 살펴본다. 이에 더해 사업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되면 가산점 5점을 부여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노후도심의 재정비는 어느 시기건 필요한 사안"이라면서 "선도지구 대상 선정권한은 사실상 지자체에게 주어지는데 해당 지역을 가장 잘아는 것은 중앙부처가 아닌 지자체이기에 적절한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규모를 놓고 보면 1기 신도시 대개조 수준의 로드맵으로 단순 선도지구 공모 발표만으로도 상징성이 있다"면서 "건축 규제를 완화 및 인허가 간소화에 미래도시펀드 통한 보증으로 금융지원에 나서는 등 정부나 지자체의 사업 추진 의지가 강하다. 선도지구로 지정되는 게 여러모로 사업 추진에 있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비사업 추진 제도적 뒷받침 있지만…목표 일정은 빠듯
정부는 연내 1기 신도시 선도지구를 선정한 후 내년에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그 다음해에는 시행 계획 및 관리처분 계획 수립 등을 거쳐 2027년에는 착공, 2030년 입주 등을 목표 사업 일정으로 제시했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선도지구에 대한 지원 및 관리방안도 공개했다. 계획 수립부터 완공까지 주민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이른바 '협력형 미래도시 정비모델' 도입이다.
'협력형 미래도시 정비모델'은 선도지구 주민대표와 경기도·1기 신도시 지자체, LH 등 노후계획도시정비지원기구로 협의체를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이 협의체가 사업의 모든 주민을 지원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거다.
또 사업 착수단계에서도 미래도시지원센터를 통해 주민과 추진위원회를 대상으로 교육 및 컨설팅 제공한다. 계획 수립단계에서는 특별정비 계획·사업시행계획 사전 협의 및 LX 플랫폼을 통한 정비계획 시뮬레이션도 제공해 사업 속도 단축에 나선다.
시행자 지정 단계에서도 공공지원으로 추진위원회 구성없이 조합을 설립하거나 공공이 사업을 대행할 수 있도록 한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지원사격에 나선다. 경기도는 내년 중 정비사업 종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사업 투명성을 높이고 사업단계별 갈등에 대응이 가능하도록 협의체를 통한 조정으로 사업지연을 예방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공공의 전방위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정책 방향성은 올바르지만 분담금 문제 같은 걸 고려하면 원활한 사업 추진을 장담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공급 정책에 대한 의지를 표현한 것 정도로 보는 게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 사업 핵심은 이주대책에 조합원 '자금력'…"지역별 양극화 예상돼"
정부는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전세시장 불안을 최소화하고 자금적인 문제에서도 일정 부분 지원이 가능토록 했다. 특히 착공 단계에서는 HUG가 사업비용 조달을 지원해 비용 절감을 돕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이와 더불어 이주대책 수립 논의에도 나섰다. 정부는 단계적·순차적 계획에 따라 신도시 전체를 질서 있게 정비해 나간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1기 신도시 주택 약 30만호가 단기가에 입주했을 때 향후 정비시기가 일시에 도래함으로써 시장 혼란이 우려된다. 이를 막기 위해 체계적 계획 수립으로 정비 시기를 분산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또한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신규 택지사업과 소규모 신규 개발 사업과 정비 사업 후 신규 공급되는 주택도 이주 수요 분산에 활용한다.
아울러 전세시장 불안이 나타나면 연도별 정비 선정불량을 조정하고 인허가 물량 관리 이주시기 분산 등으로 권역별 전세시장 안정화 방안도 시행한다.
끝으로 지자체가 신도시별 기본계획에 이와 같은 이주대책을 포함하고 정부는 지자체가 수립한 이주대책을 지원한다. 이 과정에서 주민의견을 반영해 주민 수요에 맞는 이주대책을 수립한다.
다방면에서 1기 신도시 사업 추진에 힘을 싣고 있으나 조합원의 자금력 문제 등이 관건이다. 목표로 한 사업 기간을 맞추더라도 지역별로 사업 속도에 차이가 있을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주대책 문제 등을 고려하면 일단 1기 신도시 전체 재정비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상당할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재건축사업의 인허가는 문제가 되지 않겠으나 개별 조합원들의 자금여력, 즉 추가분담금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으냐가 정비사업 추진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사업 속도는 부촌중심으로 두드러질 여지가 크고, 이는 국지적 양극화로 연결된다"고 덧붙였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선도지구 정비사업 추진만으로 전세 시장을 크게 자극할 요소는 없을 것 같다. 인접한 정비 구역들이 있고 순차적으로 사업이 이뤄지기 때문"이라면서 "다만 어느 곳은 빠르고 어느 곳은 느리게 진행돼 사업지별로 주민들의 불만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