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가 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을 성장시켜준 산업군들의 정체와 함께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새로운 미래 기술들의 등장하면서 산업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전쟁, 자국 이기주의, 기후위기 등 여느때보다 불투명한 외생변수들이 많은 시대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어렴풋하게 보이는 미래이기는 하지만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안개로 덮인 도화지에 성장동력을 그려 나가고 있다. 뷰어스는 창간 9주년을 맞아 기업들이 그리는 미래의 핵심 성장동력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 편집자주 생성형 AI가 적용된 렐루게임즈의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사진=크래프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미래 산업의 먹거리로 꼽히고 있다. 늘어나는 개발 비용에 골머리를 앓는 게임사도 생성형 AI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AI 기술은 게임산업에서 폭넓게 활용돼 왔다. AI는 게임 배경을 제작하는 것은 물론, 이용자들의 플레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니즈를 파악하는 도구로서 적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생성형 AI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보다 넓은 영역에 적용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개발 단계에서의 비용 절감, 시간 단축을 넘어 생성형 AI만으로 게임을 제작할 수도 있게 됐다. 바야흐로 대 AI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 명령어만 입력하면 끝…맞춤형 결과물 내놓는 생성형 AI 최근 생성형 AI는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컴퓨터가 학습하여 맞춤형 결과를 내놓는 수준에 이르렀다. 기존의 AI가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그쳤다면, 생성형 AI는 스스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창의성까지 겸비했다. 이에 게임사들에게도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더 적은 투입으로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기존 게임 개발 단계에서는 투입되는 시간, 인력, 비용에 비례해 완성도를 확보했으나, 여기에 생성형 AI를 통해 효율성을 한층 높일 수 있게 됐다. 이는 게임사가 신규 콘텐츠를 보다 빠르게 개발할 수 있게 되며, 다음 신작까지의 텀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높은 수익성도 확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글로벌 게임 개발사의 생성형 AI 사용 부서 비율.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열린 글로벌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3000명의 개발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현재 생성형 AI를 본인 또는 동료가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 중이지는 않지만 관심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64%에 달했다. 해당 설문조사에서 생성형 AI 사용 부서 비율을 보면 비즈니스·재무(44%), 마케팅(41%) 등 비개발 부서들은 약 절반 가까이 생성형 AI를 활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개발 관련 부서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조하게 나타났는데, 프로그램·엔지니어링(25%), 게임 디자인(21%), 비주얼 아트(16%) 순이었다. 아직 게임 개발에 생성형 AI가 높은 비중으로 활용되고 있진 않지만, 향후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해당 비율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의 '아바타 클라우드 엔진'. (사진=엔비디아 공식 유튜브 갈무리) ■ 엔비디아부터 소셜 카지노 게임까지, 늘어나는 생성형 AI 적용 사례 지난해 엔비디아는 게임 내 NPC 개발 도구 '아바타 클라우드 엔진(ACE)를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ACE'에는 생성형 AI 기술이 적용됐으며, 'ACE'로 플레이어와의 대화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NPC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어쌔신크리드'로 알려진 유럽 게임사 유비소프트는 현재 엔비디아의 기술을 활용해 사람과 같은 NPC를 창조하는 '네오 NPC'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 밝힌 바 있다. 그동안 게이머가 생각하는 NPC는 개발자가 미리 정해놓은 스크립트대로만 움직이는 캐릭터에 불과했다. 이젠 NPC가 게이머의 행동을 분석해 창의적인 대사를 뱉고, 대답에 따라 표정과 억양 등 반응이 달라지는 '디지털 휴먼'으로 발전할 날도 머지 않은 셈이다. 엔씨소프트의 생성형AI 기반 창작 도구 '바르코 스튜디오'. (사진=엔씨소프트) 국내에서도 엔씨소프트, 넥슨, 크래프톤 등 주요 게임사들이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먼저 엔씨소프트는 생성형 AI 기반 창작 도구 '바르코스튜디오'를 자체 개발했다. '바르코스튜디오'는 게임 개발에 필요한 콘텐츠를 생성하는 자동화 도구로, 기획서 작성, 캐릭터 이미지 및 배경 생성, 사운드 제작 등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바르코스튜디오'는 자체적으로 캐릭터를 3D로 전환한 후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적합한 음성까지 입히는 것도 가능하다. 이에 기존에는 개발자가 일일이 작업해야 했던 사항을 손쉽게 마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엔씨는 AI 기반 '바르코 서비스'틑 통해 스튜디오에서 생성한 콘텐츠를 게임 내에서 통합·운영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언어 번역 기능, 챗봇 서비스, 데이터베이스 관리 등과 같은 기능이 대표적이다. 넥슨 역시 지난해 4월 공개한 플랫폼·데이터 기반 솔루션 '게임스케일' 등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 중이다. '게임스케일'은 유저 취향과 플레이 스타일을 반영하여 게임 매칭을 진행하거나, 업데이트 내용 중 유저가 선호할 만한 콘텐츠를 선별해 추천해 줄 수 있다. 또한 넥슨은 AI 전담조직 인텔리전스랩을 통해 생성형 AI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중이다. 자회사 엠바크스튜디오에서 개발한 FPS 게임 '더파이널스'의 캐릭터에 AI가 생성한 음성을 입힌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밖에도 넥슨은 지난 4월 구글 클라우드와 협력해 유해 이미지 탐지기술을 확보하는 등, 다방면으로 AI 기술 역량 확보에 힘쓰고 있다. 생성형 AI의 유용성을 인정하면서도 아직 대다수의 국내 게임사들은 일부 게임 어셋(Asset) 제작, 부정 프로그램 탐지, 서비스 등 일부 영역에만 적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 아직 기술이 충분히 발달되지 않았고, 게임 이용자들의 AI에 대한 적잖은 반감도 이러한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렐루게임즈의 신작 '마법소녀 즈큥도큥'. (사진=크래프톤) 이러한 가운데 크래프톤의 사례가 눈길을 끈다. 자회사 렐루게임즈에서 생성형 AI가 게임 개발의 대부분을 담당한 작품들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먼저 렐루게임즈가 지난 5월 출시한 '마법소녀 즈큥도큥'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즈큥도큥'은 플레이어의 목소리를 통해 게임이 진행된다. 적을 상대할 때 플레이어에게 AI가 생성한 '마법주문'이 제공되고, 이를 직접 소리내어 마법을 시전하고 상대방을 물리치는 방식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즈큥도큥'에서는 AI가 플레이어의 육성에 담긴 감정과 의도를 분석해 마법의 위력을 조절하는 부분이다. 개발사가 자체 개발한 AI 알고리즘을 통해 플레이어의 감정이 진짜인지, 분명한 의도를 담고 있는 지 분석 가능하다는 것이다. '즈큥도큥'은 개발 단계에서도 생성형 AI가 활용됐다. 이 게임의 그래픽, 음향, 캐릭터 디자인 등 핵심 요소는 모두 생성형 AI가 담당했으며, 이에 3명의 개발자가 1개월 만에 게임 개발을 마칠 수 있었다는 게 렐루게임즈의 설명이다. 아쉽게도 '즈큥도큥'은 출시부터 B급 감성을 목표로 한 만큼 엄청난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AI가 만든 만큼 이미지나 캐릭터에도 허술한 부분이 보였고, 게임 볼륨도 상대적으로 작았다. 다만 기획의 신선함만큼은 독보적이었다는 평가다. 렐루게임즈가 지난달 24일 출시한 추리게임 신작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역시 생성형 AI가 핵심 파트를 담당했다. '스모킹건'은 기존 추리 게임과 달리 자연어 처리 기반의 채팅을 통해 사건의 용의자인 로봇들을 심문하고 증거를 파헤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게임은 미리 짜여진 스크립트 기반의 선택지를 고르는 게 아닌, '주관식'으로 정답을 기입하는 것이 핵심 요소다. 렐루게임즈는 오픈AI가 출시한 대형언어 모델(LLM) 기반 대화형 AI 서비스 'GPT-4o(포오)'를 자체 기술로 게임에 맞춤 적용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게임 속 용의자들이 단순히 이용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수준을 넘어, 각자 부여된 개성에 맞는 말투로 실제 사람과 채팅하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소셜 카지노 게임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국내 게임사 더블유게임즈의 사례를 들 수 있다. 더블유게임즈는 이미지 생성 AI 툴인 '스테이블 디퓨전'과 '미드저니' 등 같은 AI 프로그램을 슬롯 게임 개발에 도입하고 있다. 이에 더해 게임의 기획, 시나리오 작성에도 오픈 AI의 챗봇 ChatGPT를 적극 활용하는 중이다. 더블유게임즈에 따르면 회사의 슬롯 게임 개발팀은 디자이너 2명, 개발자 1명, 기획자 1명이다. 소셜카지노 게임은 장르의 특성상 매주 1개의 신규 슬롯 게임을 출시해야 하는데, 4명의 인원이 이를 담당하는 부분에서 생성형 AI의 높은 효율성을 체감할 수 있다. 생성형 AI는 향후 게임산업의 혁신을 주도할 잠재력을 가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생성형 AI의 저작권 침해, 기술 양극화 등 각종 문제들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따라서 국내 게임사들은 AI의 장점과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논의를 통해 적절한 활용 가능성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창간기획] 생성형 AI, 게임산업의 미래 될 수 있을까

창의성 갖춘 생성형 AI…게임 개발 시간·비용 절감 기대
엔비디아-엔씨소프트-크래프톤 등 늘어나는 적용 사례

김태현 기자 승인 2024.07.05 08:19 의견 0

산업계가 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을 성장시켜준 산업군들의 정체와 함께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새로운 미래 기술들의 등장하면서 산업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전쟁, 자국 이기주의, 기후위기 등 여느때보다 불투명한 외생변수들이 많은 시대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어렴풋하게 보이는 미래이기는 하지만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안개로 덮인 도화지에 성장동력을 그려 나가고 있다. 뷰어스는 창간 9주년을 맞아 기업들이 그리는 미래의 핵심 성장동력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 편집자주

생성형 AI가 적용된 렐루게임즈의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사진=크래프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미래 산업의 먹거리로 꼽히고 있다. 늘어나는 개발 비용에 골머리를 앓는 게임사도 생성형 AI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AI 기술은 게임산업에서 폭넓게 활용돼 왔다. AI는 게임 배경을 제작하는 것은 물론, 이용자들의 플레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니즈를 파악하는 도구로서 적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생성형 AI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보다 넓은 영역에 적용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개발 단계에서의 비용 절감, 시간 단축을 넘어 생성형 AI만으로 게임을 제작할 수도 있게 됐다. 바야흐로 대 AI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 명령어만 입력하면 끝…맞춤형 결과물 내놓는 생성형 AI

최근 생성형 AI는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컴퓨터가 학습하여 맞춤형 결과를 내놓는 수준에 이르렀다. 기존의 AI가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그쳤다면, 생성형 AI는 스스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창의성까지 겸비했다.

이에 게임사들에게도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더 적은 투입으로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기존 게임 개발 단계에서는 투입되는 시간, 인력, 비용에 비례해 완성도를 확보했으나, 여기에 생성형 AI를 통해 효율성을 한층 높일 수 있게 됐다.

이는 게임사가 신규 콘텐츠를 보다 빠르게 개발할 수 있게 되며, 다음 신작까지의 텀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높은 수익성도 확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글로벌 게임 개발사의 생성형 AI 사용 부서 비율.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열린 글로벌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3000명의 개발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현재 생성형 AI를 본인 또는 동료가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 중이지는 않지만 관심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64%에 달했다.

해당 설문조사에서 생성형 AI 사용 부서 비율을 보면 비즈니스·재무(44%), 마케팅(41%) 등 비개발 부서들은 약 절반 가까이 생성형 AI를 활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개발 관련 부서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조하게 나타났는데, 프로그램·엔지니어링(25%), 게임 디자인(21%), 비주얼 아트(16%) 순이었다. 아직 게임 개발에 생성형 AI가 높은 비중으로 활용되고 있진 않지만, 향후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해당 비율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의 '아바타 클라우드 엔진'. (사진=엔비디아 공식 유튜브 갈무리)

■ 엔비디아부터 소셜 카지노 게임까지, 늘어나는 생성형 AI 적용 사례

지난해 엔비디아는 게임 내 NPC 개발 도구 '아바타 클라우드 엔진(ACE)를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ACE'에는 생성형 AI 기술이 적용됐으며, 'ACE'로 플레이어와의 대화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NPC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어쌔신크리드'로 알려진 유럽 게임사 유비소프트는 현재 엔비디아의 기술을 활용해 사람과 같은 NPC를 창조하는 '네오 NPC'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 밝힌 바 있다.

그동안 게이머가 생각하는 NPC는 개발자가 미리 정해놓은 스크립트대로만 움직이는 캐릭터에 불과했다. 이젠 NPC가 게이머의 행동을 분석해 창의적인 대사를 뱉고, 대답에 따라 표정과 억양 등 반응이 달라지는 '디지털 휴먼'으로 발전할 날도 머지 않은 셈이다.

엔씨소프트의 생성형AI 기반 창작 도구 '바르코 스튜디오'. (사진=엔씨소프트)

국내에서도 엔씨소프트, 넥슨, 크래프톤 등 주요 게임사들이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먼저 엔씨소프트는 생성형 AI 기반 창작 도구 '바르코스튜디오'를 자체 개발했다. '바르코스튜디오'는 게임 개발에 필요한 콘텐츠를 생성하는 자동화 도구로, 기획서 작성, 캐릭터 이미지 및 배경 생성, 사운드 제작 등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바르코스튜디오'는 자체적으로 캐릭터를 3D로 전환한 후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적합한 음성까지 입히는 것도 가능하다. 이에 기존에는 개발자가 일일이 작업해야 했던 사항을 손쉽게 마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엔씨는 AI 기반 '바르코 서비스'틑 통해 스튜디오에서 생성한 콘텐츠를 게임 내에서 통합·운영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언어 번역 기능, 챗봇 서비스, 데이터베이스 관리 등과 같은 기능이 대표적이다.

넥슨 역시 지난해 4월 공개한 플랫폼·데이터 기반 솔루션 '게임스케일' 등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 중이다. '게임스케일'은 유저 취향과 플레이 스타일을 반영하여 게임 매칭을 진행하거나, 업데이트 내용 중 유저가 선호할 만한 콘텐츠를 선별해 추천해 줄 수 있다.

또한 넥슨은 AI 전담조직 인텔리전스랩을 통해 생성형 AI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중이다. 자회사 엠바크스튜디오에서 개발한 FPS 게임 '더파이널스'의 캐릭터에 AI가 생성한 음성을 입힌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밖에도 넥슨은 지난 4월 구글 클라우드와 협력해 유해 이미지 탐지기술을 확보하는 등, 다방면으로 AI 기술 역량 확보에 힘쓰고 있다.

생성형 AI의 유용성을 인정하면서도 아직 대다수의 국내 게임사들은 일부 게임 어셋(Asset) 제작, 부정 프로그램 탐지, 서비스 등 일부 영역에만 적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 아직 기술이 충분히 발달되지 않았고, 게임 이용자들의 AI에 대한 적잖은 반감도 이러한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렐루게임즈의 신작 '마법소녀 즈큥도큥'. (사진=크래프톤)

이러한 가운데 크래프톤의 사례가 눈길을 끈다. 자회사 렐루게임즈에서 생성형 AI가 게임 개발의 대부분을 담당한 작품들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먼저 렐루게임즈가 지난 5월 출시한 '마법소녀 즈큥도큥'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즈큥도큥'은 플레이어의 목소리를 통해 게임이 진행된다. 적을 상대할 때 플레이어에게 AI가 생성한 '마법주문'이 제공되고, 이를 직접 소리내어 마법을 시전하고 상대방을 물리치는 방식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즈큥도큥'에서는 AI가 플레이어의 육성에 담긴 감정과 의도를 분석해 마법의 위력을 조절하는 부분이다. 개발사가 자체 개발한 AI 알고리즘을 통해 플레이어의 감정이 진짜인지, 분명한 의도를 담고 있는 지 분석 가능하다는 것이다.

'즈큥도큥'은 개발 단계에서도 생성형 AI가 활용됐다. 이 게임의 그래픽, 음향, 캐릭터 디자인 등 핵심 요소는 모두 생성형 AI가 담당했으며, 이에 3명의 개발자가 1개월 만에 게임 개발을 마칠 수 있었다는 게 렐루게임즈의 설명이다.

아쉽게도 '즈큥도큥'은 출시부터 B급 감성을 목표로 한 만큼 엄청난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AI가 만든 만큼 이미지나 캐릭터에도 허술한 부분이 보였고, 게임 볼륨도 상대적으로 작았다. 다만 기획의 신선함만큼은 독보적이었다는 평가다.

렐루게임즈가 지난달 24일 출시한 추리게임 신작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역시 생성형 AI가 핵심 파트를 담당했다.

'스모킹건'은 기존 추리 게임과 달리 자연어 처리 기반의 채팅을 통해 사건의 용의자인 로봇들을 심문하고 증거를 파헤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게임은 미리 짜여진 스크립트 기반의 선택지를 고르는 게 아닌, '주관식'으로 정답을 기입하는 것이 핵심 요소다.

렐루게임즈는 오픈AI가 출시한 대형언어 모델(LLM) 기반 대화형 AI 서비스 'GPT-4o(포오)'를 자체 기술로 게임에 맞춤 적용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게임 속 용의자들이 단순히 이용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수준을 넘어, 각자 부여된 개성에 맞는 말투로 실제 사람과 채팅하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소셜 카지노 게임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국내 게임사 더블유게임즈의 사례를 들 수 있다. 더블유게임즈는 이미지 생성 AI 툴인 '스테이블 디퓨전'과 '미드저니' 등 같은 AI 프로그램을 슬롯 게임 개발에 도입하고 있다. 이에 더해 게임의 기획, 시나리오 작성에도 오픈 AI의 챗봇 ChatGPT를 적극 활용하는 중이다.

더블유게임즈에 따르면 회사의 슬롯 게임 개발팀은 디자이너 2명, 개발자 1명, 기획자 1명이다. 소셜카지노 게임은 장르의 특성상 매주 1개의 신규 슬롯 게임을 출시해야 하는데, 4명의 인원이 이를 담당하는 부분에서 생성형 AI의 높은 효율성을 체감할 수 있다.

생성형 AI는 향후 게임산업의 혁신을 주도할 잠재력을 가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생성형 AI의 저작권 침해, 기술 양극화 등 각종 문제들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따라서 국내 게임사들은 AI의 장점과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논의를 통해 적절한 활용 가능성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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