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돈 1000만원이 환율 변동탓에 지금 네팔 루피로 바꾸면 40만원 가까이 손해라서 다른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제3세계에 학교짓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국경없는 학교짓기'는 네팔로 후원금을 송금할 때마다 고민이 깊다. 환율 차이 및 환전 수수료로 매번 큰 돈을 손해보게 되어 실질적인 지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투게더 위드 네팔'에서는 환율 차이를 최대한 줄여보고자 매번 백방으로 뛰어야만 한다. 환전과 수수료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부단체에 '블록체인'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세계 기부단체들은 '수수료 없는 기부'를 꿈꾸며 '은행 없는 금융'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기부는 크립토 업계에서 오래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온 주제다. 기부자와 기부 수여자가 다른 나라에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환전 수수료' 이슈가 발생한다. 또한 제3세계의 경우 금융 미비로 은행 등 서비스조차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기부에 있어서는 법정화폐보다 크립토가 훨씬 효율적인 조건인 셈이다. 결국 기부 업계에서 블록체인의 '탈중앙'은 '탈은행'을 지칭하게 된다. 한국국제개발협력센터가 2018년 발간한 '개발도상국가의 SDGs 달성 가속화를 위한 블록체인 기술의 쉬운 이해'에서 이러한 환경을 잘 설명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신뢰를 보증하는 기술이기에 정치·사회·경제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더욱 잘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은 중개 기관의 인프라(예. 은행 등)가 취약하거나 정치·사회·제도적 기반이 부족한 개발도상국가에 훨씬 더 유용하게 정착될 수 있다. 자료=한국국제개발협력센터 세계적인 기부단체들은 일찍이 블록체인 기술을 기부 프로세스에 정착시켰다. UN세계식량계획(WFP)은 2017년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빌딩블록(Building Block) 프로젝트로 난민을 지원하고 있다. 국적이 없어 자신을 증명하기 어려운 난민들이 빌딩블록 시스템을 활용하면, 홍체 정보를 바탕으로 난민 캠프 내 마켓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WFP의 뮌헨 혁신연구소의 베른하르트코와치(Bernhard Kowatsch)는 “은행 관련 비용의 98%를 절감하면서, 시범 운영에만 매달 15만 달러(한화 1억 6000만 원)가 절약됐다”고 밝혔다. 유니세프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크립토펀드(Crypto Fund)를 2019년 출범했다. 이 기금은 인도의 언어장애 아동을 돕는 앱 개발, 멕시코 아동교육 학위 ID 발급, 쌀 공급망 추적 개선 등 블록체인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에 투자됐다. 2023년 ‘업비트 D 컨퍼런스’에 참여한 주요 연사들.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기부단체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자료=업비트) 한국 가상자산 업계도 기부단체들과 발빠르게 협력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업비트는 지난해 11월 13일 열린 '업비트 D 컨퍼런스(Upbit D Conference, UDC)'에 다양한 기부단체 인사들을 초청해 '기부와 블록체인'의 실질적인 결합을 논의한 바 있다. 월드비전 정호윤 팀장은 “월드비전의 기부금은 원화가 미국 달러가 되고, 미국 달러가 다시 케냐 실링이 되는 식으로 전 세계로 다 뿌려지는데 이 사이에 얼마나 많은 환전 수수료가 붙겠느냐”며 “월드비전이 부담하는 수수료만 줄여도 나라 하나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기부금의 투명한 자금추적을 가능케 한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이다. 기부자들에게는 기부 증명을 해줄 수 있고, 특히 재능기부의 경우 참여한 사람의 이력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블록체인과 기부를 결합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최초의 블록체인 기부 플랫폼 ‘체리’는 ‘마이크로트래킹’이라는 기능을 통해 기부금 사용을 추적한다. 마치 택배 발송 조회처럼 기부금이 언제 기부단체와 수혜자에게 전달됐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기능은 지난해 국제표준화기구(ISO)에 등재되기도 했다. 비트도네이션스의 캐릭터 '비도기' (자료=비트도네이션스) 비트도네이션스는 재능 기부나 일상 기부와 같은 수치로 산출하기 경우, 이를 정량화해 토큰으로 보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봉사활동 시간이나 기부 활동의 성과를 기준으로 일정량의 토큰을 지급하기 위한 다양한 지표와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고 비트도네이션스를 밝혔다. 또한 '하늘이내'라는 봉사활동 단체도 설립해 MOU를 체결한 단체들에서 기부자들이 직접 봉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한편 가상화폐가 법정화폐를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국내 거래소의 경우, 법안계좌 개설이 막혀있어 기부자가 스스로 환전 후 기부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직접 기부를 받는 경우라도 가상화폐 가치 변동성에 따라 기부금 영수증 발급 시점을 정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어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해외 기부, '은행 대신 블록체인' 대안될까

블록체인 기술, 투명성 생명인 기부단체와 합 맞아
기부금의 환전 수수료 이슈 더해지자 시너지 ↑
법인 계좌 환전 문제 및 코인 가치 변동성은 숙제

황보람 기자 승인 2024.07.05 13:54 | 최종 수정 2024.07.05 16:18 의견 0

"한국 돈 1000만원이 환율 변동탓에 지금 네팔 루피로 바꾸면 40만원 가까이 손해라서 다른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제3세계에 학교짓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국경없는 학교짓기'는 네팔로 후원금을 송금할 때마다 고민이 깊다. 환율 차이 및 환전 수수료로 매번 큰 돈을 손해보게 되어 실질적인 지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투게더 위드 네팔'에서는 환율 차이를 최대한 줄여보고자 매번 백방으로 뛰어야만 한다.

환전과 수수료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부단체에 '블록체인'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세계 기부단체들은 '수수료 없는 기부'를 꿈꾸며 '은행 없는 금융'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기부는 크립토 업계에서 오래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온 주제다. 기부자와 기부 수여자가 다른 나라에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환전 수수료' 이슈가 발생한다. 또한 제3세계의 경우 금융 미비로 은행 등 서비스조차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기부에 있어서는 법정화폐보다 크립토가 훨씬 효율적인 조건인 셈이다.

결국 기부 업계에서 블록체인의 '탈중앙'은 '탈은행'을 지칭하게 된다. 한국국제개발협력센터가 2018년 발간한 '개발도상국가의 SDGs 달성 가속화를 위한 블록체인 기술의 쉬운 이해'에서 이러한 환경을 잘 설명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신뢰를 보증하는 기술이기에 정치·사회·경제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더욱 잘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은 중개 기관의 인프라(예. 은행 등)가 취약하거나 정치·사회·제도적 기반이 부족한 개발도상국가에 훨씬 더 유용하게 정착될 수 있다.

자료=한국국제개발협력센터

세계적인 기부단체들은 일찍이 블록체인 기술을 기부 프로세스에 정착시켰다.

UN세계식량계획(WFP)은 2017년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빌딩블록(Building Block) 프로젝트로 난민을 지원하고 있다. 국적이 없어 자신을 증명하기 어려운 난민들이 빌딩블록 시스템을 활용하면, 홍체 정보를 바탕으로 난민 캠프 내 마켓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WFP의 뮌헨 혁신연구소의 베른하르트코와치(Bernhard Kowatsch)는 “은행 관련 비용의 98%를 절감하면서, 시범 운영에만 매달 15만 달러(한화 1억 6000만 원)가 절약됐다”고 밝혔다.

유니세프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크립토펀드(Crypto Fund)를 2019년 출범했다. 이 기금은 인도의 언어장애 아동을 돕는 앱 개발, 멕시코 아동교육 학위 ID 발급, 쌀 공급망 추적 개선 등 블록체인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에 투자됐다.

2023년 ‘업비트 D 컨퍼런스’에 참여한 주요 연사들.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기부단체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자료=업비트)

한국 가상자산 업계도 기부단체들과 발빠르게 협력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업비트는 지난해 11월 13일 열린 '업비트 D 컨퍼런스(Upbit D Conference, UDC)'에 다양한 기부단체 인사들을 초청해 '기부와 블록체인'의 실질적인 결합을 논의한 바 있다.

월드비전 정호윤 팀장은 “월드비전의 기부금은 원화가 미국 달러가 되고, 미국 달러가 다시 케냐 실링이 되는 식으로 전 세계로 다 뿌려지는데 이 사이에 얼마나 많은 환전 수수료가 붙겠느냐”며 “월드비전이 부담하는 수수료만 줄여도 나라 하나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기부금의 투명한 자금추적을 가능케 한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이다. 기부자들에게는 기부 증명을 해줄 수 있고, 특히 재능기부의 경우 참여한 사람의 이력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블록체인과 기부를 결합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최초의 블록체인 기부 플랫폼 ‘체리’는 ‘마이크로트래킹’이라는 기능을 통해 기부금 사용을 추적한다. 마치 택배 발송 조회처럼 기부금이 언제 기부단체와 수혜자에게 전달됐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기능은 지난해 국제표준화기구(ISO)에 등재되기도 했다.

비트도네이션스의 캐릭터 '비도기' (자료=비트도네이션스)

비트도네이션스는 재능 기부나 일상 기부와 같은 수치로 산출하기 경우, 이를 정량화해 토큰으로 보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봉사활동 시간이나 기부 활동의 성과를 기준으로 일정량의 토큰을 지급하기 위한 다양한 지표와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고 비트도네이션스를 밝혔다. 또한 '하늘이내'라는 봉사활동 단체도 설립해 MOU를 체결한 단체들에서 기부자들이 직접 봉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한편 가상화폐가 법정화폐를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국내 거래소의 경우, 법안계좌 개설이 막혀있어 기부자가 스스로 환전 후 기부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직접 기부를 받는 경우라도 가상화폐 가치 변동성에 따라 기부금 영수증 발급 시점을 정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어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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