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논란,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김태현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을 앞두고 전문가들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16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등재에 대한 현장 토론회가 열렸다. 문화연대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WHO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논란, 어디까지 왔나?'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번 토론회는 현재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이용장애 도입 논란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마련됐다. 토론회에는 이동연 한국예술종합교 교수, 박종현 국민대학교 교수 등 업계 관계자 및 학계인이 참석했으며, 게임이용장애의 국내 도입 부작용 및 진행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WHO는 지난 2019년 '국제 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에 게임이용장애를 정식 질병코드로 등재했다. 이에 정부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한국표준 질병사인분류체계(KCD) 도입과 관련한 민·관 협의체를 구성, 논의를 이어오고 있으나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이날 박종현 국민대학교 교수는 ‘국내 게임 규제정책 환경에서 WHO 게임이용장애 도입 논란의 쟁점들’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박 교수는 "게임이 합법적 놀이문화로 자리잡았음에도, 단지 과도한 몰입을 이유로 질병이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본질적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대해 보다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한 것은 물론, 논의를 거쳐 신중한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그는 국내의 ICD-11에 대한 맹목적인 수용의 적정성에 대해 언급했다. 우리 사회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찬·반 여론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깊은 논의 없이 통계법 조항의 형식적인 해석에 따라 이를 기계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는 국가의 재정을 소모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정책을 요구하는 만큼, 민주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국민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에도 행정부처가 국제기구 기준에 따라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인정할 경우 나타날 부작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질병코드 등재는)게임 창작의 자유에 심각한 위축을 초래할 수 있으며, 질병 치료에 쓰일 부담금이 신설되거나 게임 이용자들이 잠재적 중독자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질병코드 등재는 지금은 사라진 '게임 셧다운제'가 지난 10년간 게임업계에 남긴 부정적 효과보다 강력한 산업위축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와 관련해 지난 2013년 국회에서 폐기된 여성가족부가 게임사에 '인터넷 게임 중독 치유 부담금'을 부과하는 골자로 추진된 법안을 사례로 언급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이번 질병코드 등재에 대한 헌법적 타당성과 관련한 쟁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등록되면 국가가 개인의 사적인 활동에 대해 국가가 질병 치료를 명목으로 적극 개입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그는 "개인의 사적 영역에 영향을 끼치는 사안의 경우, 국가는 헌법적 정당성에 대해 엄격하게 접근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의 경우 게임이용과 같은 특정 행위를 법적으로 질병화 하는 것인 만큼, 국민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자유권을 침해할 소지가 높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문화연대 대표)는 정부가 구성한 민·관 협의체에서 질병코드 등재와 관련한 토론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난 2019년 협의체가 발족한 후 5년 간 연 2회 수준으로 총 11번 회의가 진행됐는데, 이는 해당 사안에 대해 적절한 논의가 이루어지긴 어려운 횟수"라며 "주요 활동은 연구용역에 대한 검토와 자문에 그쳤다"고 말했다. 한편,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코드에 도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형 표준질병분류(KCD) 작성 시 국제표준분류(ICD)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참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통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게임이용장애, WHO 기준 맹목적 수용 부적절"

16일 'WHO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논란,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 개최

김태현 기자 승인 2024.07.16 18:58 의견 0
'WHO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논란,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김태현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을 앞두고 전문가들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16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등재에 대한 현장 토론회가 열렸다.

문화연대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WHO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논란, 어디까지 왔나?'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번 토론회는 현재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이용장애 도입 논란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마련됐다.

토론회에는 이동연 한국예술종합교 교수, 박종현 국민대학교 교수 등 업계 관계자 및 학계인이 참석했으며, 게임이용장애의 국내 도입 부작용 및 진행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WHO는 지난 2019년 '국제 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에 게임이용장애를 정식 질병코드로 등재했다. 이에 정부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한국표준 질병사인분류체계(KCD) 도입과 관련한 민·관 협의체를 구성, 논의를 이어오고 있으나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이날 박종현 국민대학교 교수는 ‘국내 게임 규제정책 환경에서 WHO 게임이용장애 도입 논란의 쟁점들’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박 교수는 "게임이 합법적 놀이문화로 자리잡았음에도, 단지 과도한 몰입을 이유로 질병이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본질적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대해 보다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한 것은 물론, 논의를 거쳐 신중한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그는 국내의 ICD-11에 대한 맹목적인 수용의 적정성에 대해 언급했다. 우리 사회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찬·반 여론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깊은 논의 없이 통계법 조항의 형식적인 해석에 따라 이를 기계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는 국가의 재정을 소모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정책을 요구하는 만큼, 민주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국민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에도 행정부처가 국제기구 기준에 따라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인정할 경우 나타날 부작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질병코드 등재는)게임 창작의 자유에 심각한 위축을 초래할 수 있으며, 질병 치료에 쓰일 부담금이 신설되거나 게임 이용자들이 잠재적 중독자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질병코드 등재는 지금은 사라진 '게임 셧다운제'가 지난 10년간 게임업계에 남긴 부정적 효과보다 강력한 산업위축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와 관련해 지난 2013년 국회에서 폐기된 여성가족부가 게임사에 '인터넷 게임 중독 치유 부담금'을 부과하는 골자로 추진된 법안을 사례로 언급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이번 질병코드 등재에 대한 헌법적 타당성과 관련한 쟁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등록되면 국가가 개인의 사적인 활동에 대해 국가가 질병 치료를 명목으로 적극 개입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그는 "개인의 사적 영역에 영향을 끼치는 사안의 경우, 국가는 헌법적 정당성에 대해 엄격하게 접근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의 경우 게임이용과 같은 특정 행위를 법적으로 질병화 하는 것인 만큼, 국민의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자유권을 침해할 소지가 높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문화연대 대표)는 정부가 구성한 민·관 협의체에서 질병코드 등재와 관련한 토론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난 2019년 협의체가 발족한 후 5년 간 연 2회 수준으로 총 11번 회의가 진행됐는데, 이는 해당 사안에 대해 적절한 논의가 이루어지긴 어려운 횟수"라며 "주요 활동은 연구용역에 대한 검토와 자문에 그쳤다"고 말했다.

한편,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코드에 도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형 표준질병분류(KCD) 작성 시 국제표준분류(ICD)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참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통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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