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빗썸
빗썸 혜택존 '꽝 없는 룰렛', 2만원 상당 치킨 세트와 500포인트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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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킨에서 '빗썸 도넛팩' 구매 시 5000원 상당의 비트코인 교환 쿠폰 증정.
7월 한달 동안 빗썸이 이용자들에게 뿌린 비트코인 이벤트 목록이다. 일견 좋아 보일 수 있는 혜택들이지만,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시장 교란'이라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지난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가상자산거래소 간 서열 정리도 어느 정도 마무리 됐다. 영세 거래소들은 줄폐업한 반면, 거래소 톱2 사이의 경쟁은 심화된 모양새다.
그렇다면 빗썸이 이익을 갉아먹으면서까지 이용자 늘리기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빗썸이 '국내 가상자산 업계 최초 IPO' 타이틀과 '거래소 이용자 1위 탈환'을 노리며 광폭행보를 이어가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빗썸은 지난 4월 '출금 수수료 최저가 보상제'를 도입, 타 거래소보다 빗썸의 출금 수수료가 비쌀 경우 수수료 차액의 200%를 포인트로 보상하고 있다. 현재 출금 수수료는 업계 최저 수준인 0.04%다.
가상자산거래소의 경우 매출의 대부분이 수수료에서 나오는만큼, '업계 최저 수수료'는 고육지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익을 일부 내주고라도 시장의 파이를 늘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린 선택이다.
평판 회복 작업에도 신경쓰고 있다. 빗썸코리아는 지난해 말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공개 작업에 착수했다. 기업공개 예상 시기는 내년 하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빗썸은 국내 거래소 1호로 증시 상장을 노린다는 구상이다.
자연스럽게 거래소 간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업비트는 지난 16일 마감된 '업비트 투자 메이저리그'에 총 10비트코인 규모의 상금을 걸고 이용자 유치에 나섰다. 빗썸의 '빗썸 실전 투자대회'와 기간이 겹치면서 양사의 힘겨루기 양상이 펼쳐졌다. 양사는 경쟁적으로 투자대회 경품을 추가하면서 대회 규모를 늘리며 자본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투자대회 결과 발표까지 눈치게임은 이어졌다. 업비트는 당초 수상자 발표 시기를 한차례 연기해 '업비트 투자 메이저리그 수상자 발표'를 빗썸과 맞췄다.
업비트 측은 "최종 랭킹 발표를 위한 수상자 심사 과정에서 추가적인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면서 "공정하고 정확한 수상자 선정을 위해 부득이하게 업비트 투자 메이저리그 최종 랭킹 발표 일정을 기존 안내되었던 24일에서 31일로 연기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과도한 경쟁이 자칫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뢰도에 흠집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3일 빗썸은 예치금 이율을 연 4%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가 하루만에 이를 철회하면서 이용자들에게 혼란을 준 바 있다.
빗썸 관계자는 "가상자산업 감독규정에 따라 산출한 이율이었지만 시장 질서를 만들어가는 초창기이다 보니 법 시행 초기에 있을 수 있는 일로 보고 있다"며 "공지 철회로 이용자에게 혼선과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해프닝은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예치금에 이자를 지급하는 내용이 담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지난 19일 시행되면서 거래소 간 눈치게임에서 비롯됐다. 이날 밤 업비트가 금리를 연 1.3%로 정하자, 1시간 만에 빗썸이 연 2%로 금리를 올렸고, 이에 업비트가 다시 연 2.1%로 금리를 재조정하는 등 경쟁이 과열됐다. 결국 며칠 뒤 빗썸이 연 4%라는 파격적인 금리를 제시하면서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기에 이르렀다.
금융당국은 거래소의 예치금이 은행의 예대 마진 안에서 이율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빗썸이 제시했던 이율 4%는 은행이 제공하는 2.2%에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1.8% 이율을 추가해 주려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및 특금법상 가상자산사업자가 할 수 있는 행위에는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는 현행법상 금융 서비스를 만들어서 제공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라면서 "가상자산 2단계 입법 및 유권 해석이 남아 있는 부분이라 조심스러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