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산업계에서는 '작년보다 더 힘든 시기가 될 것 같다'는 전망이 많았다. 작년에도 어려웠지만 올해는 작년의 악재에 더해 'AI로의 패러다임 전환' '더욱 심해진 자국 이기주의' '전기차 캐즘' 등 다양한 변수들의 한치 앞을 내다보기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같은 기업들의 한숨은 3분기가 거의 지나고 있는 현 시점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많은 업종의 대표 기업들의 영업 부진으로 힘들면서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투자를 멈출 수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 등 업황이 살아나 턴어라운드한 업종 역시 불확실한 전망 등으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에 상반기 주요 업종 대표 기업들의 현금 흐름 속도나 재고 상황 등을 통해 기업들의 상황을 분석해 봤다. 14일 각 기업들의 상반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와 가전을 제외한 대부분 주요 업종 대표기업들의 현금전환주기(CCC)가 작년 상반기에 비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반도체 업종은 작년 상반기 업황이 최악 수준이라는 기저효과에 더해 작년말부터 급격하게 회복세를 보이면서 큰폭으로 개선됐다. CCC는 기업이 원재료를 구입해 제품을 제조한 뒤 이를 팔아 현금이 들어오는데까지 걸리는 기간을 말한다. CCC가 짧을수록 운전자본 소요액이 감소하고 차입의 필요성이 줄어든다. 즉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파악하는 지표 중 하나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기준 CCC는 101.65일로 작년 상반기 114.91일보다 열흘 이상 줄었다. 원자재를 구입해 제품을 생산하고 이 제품을 팔아 번 돈이 다시 회사로 들어오는 기간이 작년 상반기에는 약 115일 걸렸던 것이, 올해 상반기에는 102일로 단축됐다는 이야기다. SK하이닉스의 개선 속도는 더 빠르다. 작년 상반기 275.21일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125.28일로 단축됐다. 150일 정도 준 것이다. 작년 상반기에 비해 올해 돈을 회수하는 기간이 5달 정도짧아진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가전, 전장 등 반도체 이외의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사업만 하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업황에 따른 CCC 변동성이 더 큰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재고 관련 지표 역시 눈에 띄게 개선됐다. 재고자산 회전율을 보면 삼성전자는 작년 상반기 2.30%에서 올해 2.72%로, SK하이닉스는 0.77%에서 2.15%로 높아졌다. 가전, 전장, 디스플레이 등 전자업종의 대표주자인 LG전자 역시 CCC가 작년 상반기 43.03일에서 올해 상반기 41.49일로 소폭 줄었다. 다만 재고자산 회전율은 작년 상반기와 동일한 4.49%를 유지했다. 현대차는 작년 상반기보다 올해 상반기 더 많은 매출을 올렸음에도 현금전환주기는 길어졌다. 현금 회수 기간이 작년 상반기 21.45일에서 올해 25.97일로 4.52일 더 걸리게 된 것이다. 재고자산 회전율도 작년 5.05%에서 올해 4.70%으로 떨어졌다. 전기차 캐즘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배터리 업계는 크게 악화됐다. LG에너지솔루션의 CCC는 작년 상반기보다 약 한달 정도 길어진 111.77일, 삼성SDI는 21일 늘어난 50.11일을 기록했다. SK온을 포함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CCC가 그나마 1.7일 정도 짧아졌지만 이는 다른 사업군들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중국·중동발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학업종의 LG화학이 약 15일 정도 현금전환주기가 늘었고, 철강업종의 대표주자인 포스코홀딩스도 2.3일 정도 악화됐다.

기업들 현금화 속도, 반도체·전자 빼고 다 느려졌다

자동차, 배터리, 화학, 철강 등 상반기 현금전환주기 작년보다 늘어

백진엽 기자 승인 2024.09.14 08:01 의견 0

연초 산업계에서는 '작년보다 더 힘든 시기가 될 것 같다'는 전망이 많았다. 작년에도 어려웠지만 올해는 작년의 악재에 더해 'AI로의 패러다임 전환' '더욱 심해진 자국 이기주의' '전기차 캐즘' 등 다양한 변수들의 한치 앞을 내다보기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같은 기업들의 한숨은 3분기가 거의 지나고 있는 현 시점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많은 업종의 대표 기업들의 영업 부진으로 힘들면서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투자를 멈출 수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 등 업황이 살아나 턴어라운드한 업종 역시 불확실한 전망 등으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에 상반기 주요 업종 대표 기업들의 현금 흐름 속도나 재고 상황 등을 통해 기업들의 상황을 분석해 봤다.


14일 각 기업들의 상반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와 가전을 제외한 대부분 주요 업종 대표기업들의 현금전환주기(CCC)가 작년 상반기에 비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반도체 업종은 작년 상반기 업황이 최악 수준이라는 기저효과에 더해 작년말부터 급격하게 회복세를 보이면서 큰폭으로 개선됐다.

CCC는 기업이 원재료를 구입해 제품을 제조한 뒤 이를 팔아 현금이 들어오는데까지 걸리는 기간을 말한다. CCC가 짧을수록 운전자본 소요액이 감소하고 차입의 필요성이 줄어든다. 즉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파악하는 지표 중 하나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기준 CCC는 101.65일로 작년 상반기 114.91일보다 열흘 이상 줄었다. 원자재를 구입해 제품을 생산하고 이 제품을 팔아 번 돈이 다시 회사로 들어오는 기간이 작년 상반기에는 약 115일 걸렸던 것이, 올해 상반기에는 102일로 단축됐다는 이야기다.

SK하이닉스의 개선 속도는 더 빠르다. 작년 상반기 275.21일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125.28일로 단축됐다. 150일 정도 준 것이다. 작년 상반기에 비해 올해 돈을 회수하는 기간이 5달 정도짧아진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가전, 전장 등 반도체 이외의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사업만 하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업황에 따른 CCC 변동성이 더 큰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재고 관련 지표 역시 눈에 띄게 개선됐다. 재고자산 회전율을 보면 삼성전자는 작년 상반기 2.30%에서 올해 2.72%로, SK하이닉스는 0.77%에서 2.15%로 높아졌다.

가전, 전장, 디스플레이 등 전자업종의 대표주자인 LG전자 역시 CCC가 작년 상반기 43.03일에서 올해 상반기 41.49일로 소폭 줄었다. 다만 재고자산 회전율은 작년 상반기와 동일한 4.49%를 유지했다.

현대차는 작년 상반기보다 올해 상반기 더 많은 매출을 올렸음에도 현금전환주기는 길어졌다. 현금 회수 기간이 작년 상반기 21.45일에서 올해 25.97일로 4.52일 더 걸리게 된 것이다. 재고자산 회전율도 작년 5.05%에서 올해 4.70%으로 떨어졌다.

전기차 캐즘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배터리 업계는 크게 악화됐다. LG에너지솔루션의 CCC는 작년 상반기보다 약 한달 정도 길어진 111.77일, 삼성SDI는 21일 늘어난 50.11일을 기록했다. SK온을 포함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CCC가 그나마 1.7일 정도 짧아졌지만 이는 다른 사업군들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중국·중동발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학업종의 LG화학이 약 15일 정도 현금전환주기가 늘었고, 철강업종의 대표주자인 포스코홀딩스도 2.3일 정도 악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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