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최고경영자(CEO). ‘기업금융(IB) 하우스’ 메이커. 독보적 리더십.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주옥같은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이번만큼은 마음을 놓을 수 없어 보인다. 찬바람 부는 여의도 증권가의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김성현 KB증권 대표(사진)이사 거취에도 시선이 쏠린다. 대신증권에 입사하며 증권가에 첫 발을 들인 김 대표는 2008년 KB증권으로 이직한 이후 줄곧 기업금융(IB) 부문을 맡아왔다. 현직에서 검증된 경쟁력으로 2019년 CEO 자리에 오른 그는 올해까지 6년째 CEO로 자리매김하면서 KB증권 내 가장 롱런한 CEO 기록을 갖고 있다. ■ 김성현 대표, DCM·ECM 균형 통해 성장 이끌어 대부분의 장수 CEO들이 그렇듯 김 대표의 가장 큰 무기는 단연 실적이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증권가에서 KB증권의 존재감은 확실히 달라졌다. 지난 2018년 2500억원 수준이던 KB증권의 영업이익은 그가 취임했던 2019년 3600억원대로 증가했고 2021년 8210억원까지 늘었다.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7300억원으로 전년보다 20.5% 늘어 KB금융지주 내에서도 두번째로 높은 성과를 일궈냈다. 국내 4대 금융그룹 산하 계열 증권사들과 경쟁에서도 완벽한 선두다. 특히 KB증권이 ‘IB 하우스’로서 입지를 다지기까지 김 대표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은 없다. KB증권은 자타공인 채권발행시장(DCM) 강자다. 숱한 견제에도 10년 넘게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는 KB증권의 역사는 한누리투자증권 시절부터 맥을 이어온 김 대표의 자취와도 궤를 같이 한다. 주식발행시장(ECM) 부문에서 인정받기까지도 김 대표 공이 컸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IB총괄본부를 3개로 분리, 확대하면서 영업 커버리지를 넓히고 IB 토탈 솔루션 제공 등을 추진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약했던 기업공개(IPO) 부문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ECM 본부를 확대 개편하기도 했다. “ECM 부문을 키우기 위한 작업은 현대증권 합병 이후 김 대표가 IB본부를 총괄하면서부터 본격화됐습니다. 조직개편을 비롯해 전체 인프라도 개선했고 빅딜에 대한 경험도 없었기 때문에 김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토론하며 직접 제안서도 만들었죠.” 수없이 반복된 시행착오와 실패 끝에 KB증권은 지난 2022년 증시 개장 이래 최대 규모로 불렸던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서 대표 주관사로 선정되는 쾌거도 맛봤다. 당시 들어온 청약 증거금만 1경5000조원. 이때 만들어진 온라인 계좌가 100만개가 넘는다. KB증권이 IB 부문의 ‘만능 하우스’로서 균형점을 맞추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되는 시점도 이때부터다. KB증권은 올해 역시 HD현대마린솔루션의 대표 주관사로 선정되면서 리그 테이블 선두에서 경쟁 중이다. ■ 양종희 회장 두번째 인사, 변화에 초점 맞출까 하지만 탄탄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올해 말 김 대표의 연임을 단정짓긴 쉽지 않다. KB증권은 현대증권과 합병 이후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해왔다. 김 대표는 지난 2019년 이후 자산관리(WM) 부문을 이끌던 박정림 전 대표와 투톱 체제를 이어왔지만 지난해 박 전 대표가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처분을 받으면서 현재 이홍구 대표이사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당시 김 대표의 거취에도 시선이 쏠렸지만 취임 첫해였던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6개 계열사 대표이사를 교체하면서도 김 대표에 대해서만은 연임을 택했다. 안정과 변화를 함께 꿰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양 회장이 올해도 같은 선택을 할 지에 대해선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나이다. 올해 양 회장이 새롭게 앉힌 KB지주 계열사 CEO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1965~1969년생으로 김 대표(1963년생)와는 차이가 난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도 1966년생이다. 이 같은 흐름은 여의도 증권가 역시 다르지 않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대다수 대형사들은 1960년대 후반대 생으로 물갈이를 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도모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EO 선정에 있어 나이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순 없지만 대내외 트렌드에 민감한 금융사의 CEO 선정에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인 것도 맞다”며 “오너 기업이 아닌 이상 KB 역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특히 양 회장이 최근 주문하고 있는 '새로고침'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양 회장은 지난 9월 말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우리의 성장에는 늘 ‘변화’라는 단어가 함께 했다”며 “압도적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KB금융의 모든 부문에서 경영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재정비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KB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수년간 IB 성장과 실적 향상으로 KB증권을 한단계 발전시켰다는 데 이견은 없다”면서도 “다만 현 체제가 이미 내부적으로 시스템화 돼 있고 양 회장이 현재 성장 국면에 들어선 KB증권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추구한다면 교체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귀띔했다.

양종희 KB금융, 김성현 KB증권 대표 교체 카드 꺼내나

김 대표, 바닥부터 바꿔 IB 하우스 입지 구축 성과
금융지주 계열사 중 성장세로 '우뚝'
'새로고침' 통한 변화 트렌드에 교체 가능성 열려있어

박민선 기자 승인 2024.11.06 10:20 의견 0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기업금융(IB) 하우스’ 메이커. 독보적 리더십.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주옥같은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이번만큼은 마음을 놓을 수 없어 보인다. 찬바람 부는 여의도 증권가의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김성현 KB증권 대표(사진)이사 거취에도 시선이 쏠린다.

대신증권에 입사하며 증권가에 첫 발을 들인 김 대표는 2008년 KB증권으로 이직한 이후 줄곧 기업금융(IB) 부문을 맡아왔다. 현직에서 검증된 경쟁력으로 2019년 CEO 자리에 오른 그는 올해까지 6년째 CEO로 자리매김하면서 KB증권 내 가장 롱런한 CEO 기록을 갖고 있다.

■ 김성현 대표, DCM·ECM 균형 통해 성장 이끌어

대부분의 장수 CEO들이 그렇듯 김 대표의 가장 큰 무기는 단연 실적이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증권가에서 KB증권의 존재감은 확실히 달라졌다. 지난 2018년 2500억원 수준이던 KB증권의 영업이익은 그가 취임했던 2019년 3600억원대로 증가했고 2021년 8210억원까지 늘었다.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7300억원으로 전년보다 20.5% 늘어 KB금융지주 내에서도 두번째로 높은 성과를 일궈냈다. 국내 4대 금융그룹 산하 계열 증권사들과 경쟁에서도 완벽한 선두다.

특히 KB증권이 ‘IB 하우스’로서 입지를 다지기까지 김 대표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은 없다. KB증권은 자타공인 채권발행시장(DCM) 강자다. 숱한 견제에도 10년 넘게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는 KB증권의 역사는 한누리투자증권 시절부터 맥을 이어온 김 대표의 자취와도 궤를 같이 한다.

주식발행시장(ECM) 부문에서 인정받기까지도 김 대표 공이 컸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IB총괄본부를 3개로 분리, 확대하면서 영업 커버리지를 넓히고 IB 토탈 솔루션 제공 등을 추진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약했던 기업공개(IPO) 부문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ECM 본부를 확대 개편하기도 했다.

“ECM 부문을 키우기 위한 작업은 현대증권 합병 이후 김 대표가 IB본부를 총괄하면서부터 본격화됐습니다. 조직개편을 비롯해 전체 인프라도 개선했고 빅딜에 대한 경험도 없었기 때문에 김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토론하며 직접 제안서도 만들었죠.”

수없이 반복된 시행착오와 실패 끝에 KB증권은 지난 2022년 증시 개장 이래 최대 규모로 불렸던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서 대표 주관사로 선정되는 쾌거도 맛봤다. 당시 들어온 청약 증거금만 1경5000조원. 이때 만들어진 온라인 계좌가 100만개가 넘는다. KB증권이 IB 부문의 ‘만능 하우스’로서 균형점을 맞추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되는 시점도 이때부터다. KB증권은 올해 역시 HD현대마린솔루션의 대표 주관사로 선정되면서 리그 테이블 선두에서 경쟁 중이다.

■ 양종희 회장 두번째 인사, 변화에 초점 맞출까

하지만 탄탄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올해 말 김 대표의 연임을 단정짓긴 쉽지 않다.

KB증권은 현대증권과 합병 이후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해왔다. 김 대표는 지난 2019년 이후 자산관리(WM) 부문을 이끌던 박정림 전 대표와 투톱 체제를 이어왔지만 지난해 박 전 대표가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처분을 받으면서 현재 이홍구 대표이사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당시 김 대표의 거취에도 시선이 쏠렸지만 취임 첫해였던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6개 계열사 대표이사를 교체하면서도 김 대표에 대해서만은 연임을 택했다. 안정과 변화를 함께 꿰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양 회장이 올해도 같은 선택을 할 지에 대해선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나이다. 올해 양 회장이 새롭게 앉힌 KB지주 계열사 CEO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1965~1969년생으로 김 대표(1963년생)와는 차이가 난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도 1966년생이다.

이 같은 흐름은 여의도 증권가 역시 다르지 않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대다수 대형사들은 1960년대 후반대 생으로 물갈이를 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도모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EO 선정에 있어 나이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순 없지만 대내외 트렌드에 민감한 금융사의 CEO 선정에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인 것도 맞다”며 “오너 기업이 아닌 이상 KB 역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특히 양 회장이 최근 주문하고 있는 '새로고침'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양 회장은 지난 9월 말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우리의 성장에는 늘 ‘변화’라는 단어가 함께 했다”며 “압도적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KB금융의 모든 부문에서 경영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재정비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KB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수년간 IB 성장과 실적 향상으로 KB증권을 한단계 발전시켰다는 데 이견은 없다”면서도 “다만 현 체제가 이미 내부적으로 시스템화 돼 있고 양 회장이 현재 성장 국면에 들어선 KB증권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추구한다면 교체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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