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이 하반기 최대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가총액 2조원대를 예고한 대한조선은 활황기를 맞은 업황을 등에 업고 화려한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증시 랠리 온기가 아직까지 퍼지지 않은 IPO 시장이 대한조선을 기회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 바닥치고 올라온 업황..."글로벌 입지 강화 자신"

대한조선은 글로벌 중대형 선박 리딩 기업이다. 지난 1987년 신영조선공업으로 설립된 대한조선은 원유운반선, 정유운반선, 컨테이너선 등의 설계 및 건조를 주력으로 한다.

대한조선은 40년 가까운 업력만큼이나 굴곡이 많았다. 2000년대 이후 대규모 워크아웃과 기업회생절차 등을 겪은 대한조선은 지난 2022년 KHI가 인수한 이후 조선업황이 개선되면서 비로소 실적 개선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지난 2023년과 2024년 각각 359억원, 1581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대한조선은 지난 1분기 697억원까지 이익 규모를 키우며 국내 조선주들의 성장 흐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지난 2021년까지 12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최근 3년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조선에 대한 증권가 관심도 높은 편이다.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총 2106개 국내외 기관들이 참여한 수요예측에서 약 27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시장 예상대로 희망밴드(4만2000~5만원) 최상단인 5만원에 확정,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1조9263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대한조선은 이번 IPO를 계기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왕삼동 대한조선 대표는 “조선업의 질적 전환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대한조선은 이번 상장을 통해 내재화된 생산 경쟁력과 차세대 친환경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강력한 입지를 확보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대한조선의 영업이익률(OPM)이 업계 최고 수준인 20%를 상회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2027년 상반기까지 인도 일정을 확정하고 있어 실적 가시성 역시 안정적이다. 특히 대한조선의 주력 선종인 중대형 탱커선의 노후화 비중이 높아 신규 발주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 PBR 5배 고평가 논란 해소될까

다만 대한조선도 공모가 고평가에 대한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대한조선은 공모가 책정시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HD현대미포 등을 비교대상기업으로 선정한 뒤 이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인 4.58배를 기준으로 공모희망가를 산정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연매출 10조원 규모의 초대형 조선사인 데다가 최근 다양한 수출 실적을 기반으로 강세 흐름을 이어온 상태다. 국내 상장 기업의 상당수가 여전히 PBR 1배 이하를 기록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대한조선의 공모가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업계 1위사들을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을 측정한 것에 대해 과도한 프리미엄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IPO 시기에 업황이 좋으면 상장사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높은 밸류에이션을 기대하게 되고 주관사들 역시 최근 실적과 상황을 기준으로 공모가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조선업황이 어느 정도 활황기 성장을 보일 것일지, 향후 대한조선이 주력하는 부문에서 거둘 실적 개선폭에 따라 기업 가치의 적정성을 확인해주지 않겠느냐”고 전해왔다.

실제 대한조선 역시 증권신고서에 “조선업 회복세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한조선은 22일과 23일 이틀에 걸쳐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을 진행한다. 총 1000만주의 공모주 가운데 신주가 800만주, 대주주인 KHI가 내놓은 구주매출이 200만주다. 청약을 원하는 투자자들은 KB증권과 NH투자증권, 신영증권을 통해 신청 가능하다. 청약 최소 단위는 10주로 상장 예정일은 내달 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