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최근 수준한 전주 병무청인근구역 재개발 투시도. (자료=HDC현대산업개발)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원자잿값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주택사업 '선별 수주' 전략을 이어가고 있으나 올해 정비사업 신규 수주 규모는 전년 대비 훨씬 클 전망이다. 주택사업을 전개하기 위한 대외 환경 여건이 여전히 좋지는 못하지만 대형 사업지의 발주 물량이 늘어나고 먹거리로도 '이만한 게 없다'는 거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전 용두동3구역 재개발 조합이 이날 총회를 열고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대산업개발·계룡건설산업 컨소시엄의 시공사 선정 여부를 결정한다.
용두동3구역 재개발은 대전광역시 중구 용두동 56-53번지 일원에 지하3층~지상35층, 공동주택 1991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해당 프로젝트의 시공권을 확보하면 올해 정비사업 누적 수주액이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일 전주 병무청인근구역재개발정비사업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9420억원의 정비사업 수주액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정비사업 수주액인 1794억원을 크게 웃돌고 있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열 곳의 건설사 중 정비사업 신규 수주액이 1조원을 넘어서지 못한 건설사는 HDC현대산업개발과 현대엔지니어링 뿐이다. 그러나 연말까지 이들 모두 무난히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8월에 강남 삼성 서광아파트 리모델링 사업(1992억원)을 수주한 이후 다음달에 서울 사당5 주택재건축 정비사업(2343억원)의 시공권도 따내며 총 4335억원 가량 수주액을 쌓았다. 연내 전농제9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4000억원),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룬 방화3구역(6920억원) 등의 수주가 유력해 1조 클럽에 안착할 전망이다.
지난해 10대 건설사 다수가 경쟁 입찰 등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보수적인 수주 전략을 취한 끝에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은 정비사업 신규 수주액이 각각 5173억원, 1794억원에 그치기도 했다.
올해도 10대 건설사는 선별 수주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나 전체 정비사업 수주액 20조8000억원 가량으로 이미 전년도 연간 수주 규모(20조496억원)를 뛰어넘었다. 연말까지도 조 단위 사업장인 한남5구역, 신길2구역 등 대규모 사업장이 시공사 선정 총회를 계획하고 있어 수주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전반적인 수주액이 늘어난 배경으로는 경기 침체 속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등 발주 여건이 개선됐다는 점이 꼽힌다. 이와 함께 공사비도 안정화된 흐름을 보이면서 대형건설사들의 수주 활동에도 숨통이 트였다는 거다.
실제로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2년에 전년 대비 11.1%가 급등하고 이듬해에는 3.3% 상승한 수준을 나타냈다. 그러나 올해는 1월부터 8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2.1% 오르는 수준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대형건설사 A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쭉 나오다가 현실화가 되기도 하는 등 도시정비사업장에서 발주 심리가 개선된 영향이 크다"면서 "선별 수주 기조 자체에는 변화가 없지만 지난해 발주 자체가 미뤄지거나 안됐던 현장들이 올해 늘어나면서 관련 사업장들에서 시공권 확보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건설사 B 관계자는 "그동안 공사비가 오르면서 수주에 대한 부담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발주처마다 공사비 인상에 대한 필요성도 느끼고 있다"면서 "결국 주택사업에서는 재건축·재개발이 가장 안정적인 먹거리로 '이만한 게 없다'고 여기는 만큼 목표로 한 사업지는 수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