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가락7차현대아파트 가로주택사업 조감도. (자료=진흥기업)
부동산 경기 침체와 원가율 압박에 숨을 죽이던 중견건설사들이 주택 사업 수주에 기지개를 피고 있다. 지방 정비사업은 물론 대형건설사의 주 먹거리였던 서울 내 재건축 시장에도 뛰어들면서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역주택조합 사업 중심으로 신규 수주 1조원을 달성한 두산건설이 최근 수도권 주요 도시정비사업지에 응찰한 사례가 다수 나오고 있다.
특히 두산건설은 서울 지역 알짜 사업지로 꼽히는 강남구 도곡개포한신 재건축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지난달 31일까지 DL이앤씨와 수주 경쟁을 벌였으나 시공권 확보에는 실패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2일에는 성남시 중원구에서 진행하는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에 단독 응찰하기도 했다. 기존 1900세대 최고 15층 높이의 기존 단지를 허물고 지하 6층∼지상 최고 30층, 39개동, 3198가구를 조성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워낙 좋지 않았던 업황이었으나 지역주택조합 사업장등을 중심으로 1조원의 수주를 달성했다"면서 "꾸준히 주요 도시정비사업 입지에 진출하려는 노력도 이어가고 있으며 기존에도 다수의 정비사업을 수주한 이력도 있고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한 여러 단계에 거친 수주 심의를 통해 안정된 사업을 선별 수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출혈 경쟁에 대한 우려로 수주 경쟁을 피했던 중견건설사 간의 경합도 서울에서 벌어졌다. 서울 중랑구 묵동장미아파트 재건축을 놓고 동부건설과 진흥기업이 수주 경쟁을 벌인 끝에 지난 14일에 동부건설이 시공사 지위를 확보했다.
진흥기업은 묵동장미아파트 재건축을 놓쳤으나 지난 11일 송파구 가락7차현대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또 SG신성건설이 지난 7월 서울 성북구 장위 11-1구역 시공사로 선정되는 등 하반기에 서울 지역 내에서 중견건설사의 수주 약진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서울 외에 수도권에서도 중견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HJ중공업은 지난달 남양주 호평동 남양아파트 LH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품었다. 한양도 같은 달에 경기 고양시 행신1-1구역 재개발을 수주했다.
광역시 주요 정비사업지에도 중견건설사들의 존재감이 드러나고 있다.
중흥토건은 진흥기업과 함께 컨소시엄을 이뤄 대전 중구 유천동3구역 재개발 수주가 유력하다. 대전 중구 유천동3구역 재개발은 대전 중구 유천동 334-50번지 일원에 지하 2층∼지상 35층 아파트 1595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신축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조합은 오는 28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임시 총회를 열고 해당 컨소시엄의 시공사 선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대전 용두동3구역 재개발에는 계룡건설이 눈도장을 찍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이룬 계룡건설은 지난달 27일 용두동3구역 재개발에 단독으로 응찰했다.
중견건설사들이 이처럼 정비사업에 활발히 진출하는 배경에는 정비사업이 비교적 주택사업에서 리스크가 적은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그동안 건설사들을 압박했던 원가율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졌다는 평가다. 실제로 중견건설사들은 원자잿값 상승으로 기존에 수주한 사업지에서 원가율 부담이 높아지자 상반기 실적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신세계건설은 상반기 매출원가율이 103%에 달하기도 했다. 공사를 할수록 손해가 불어난 셈이다. 발주처인 조합 측에서도 무조건 저렴한 공사비를 고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는 거다.
또한 대형건설사들이 선별 수주 기조를 강화하면서 다수의 사업장을 수주하는 게 아닌 대어급 사업지 수주에만 집중한 것도 중견건설사에겐 먹거리 확보 기회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 간 대형건설사들이 가로주택정비사업이나 서울 소규모 재건축까지도 다수 수주했었으나 지금은 중견건설사 입장에서는 훨씬 주택사업 먹거리 경쟁이 덜한 환경일 수 있다"면서 "조합과 시공사 간의 공사비 인상에 대한 합의 사례도 다수 늘고 있는 만큼 공사비 갈등에 따른 리스크도 신규 수주 사업지를 중심으로는 적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상황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