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맨덜리는 아름답지만 음산하고, 웅장하지만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다. 마치 죽은 레베카가 살아 숨 쉬고 있는 듯 맨덜리 저택의 모든 것을 여전히 레베카의 흔적이 진하게 남겨져 있다. 레베카라는 인물이 실제로 등장하지 않음에도 뮤지컬의 이름이 ‘레베카’인 것도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 ‘레베카’는 ‘엘리자벳’ ‘모차르트!’ ‘마리 앙투아네트’ 등으로 전 세계가 사랑하는 뮤지컬계 최강 콤비 대본 및 작사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의 대표작이다. 작품은 영국의 대표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1938년 작 소설 ‘레베카’를 원작으로 하고 스릴러 영화의 거장 히치콕의 1940년 영화 ‘레베카’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되었다.  이야기는 ‘나’(I)로부터 시작된다. 나는 여행 중 맨덜리 저택의 주인인 영국 최상류층 시사 막심 드 윈터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죽은 레베카의 자리에 ‘나’가 새로운 안주인으로 들어서면서부터 맨덜리 저택에서 숨진 레베카를 둘러싼 인물들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레베카 죽음의 비밀이 수면위로 드러나는 과정을 통해 작품은 트라우마와 집착으로 대변되는 인물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특히 맨덜리 저택에 레베카의 흔적을 묶어두고 있는 댄버스 부인은 이 작품 전체를 이끌어가는 강력한 힘을 보여준다.  특히 배우 신영숙은 이번 시즌까지 총 다섯 번의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한 번도 댄버스 부인 역을 놓지 않았다. 그만큼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누구보다 자신감이 넘쳤다. 특히 신영숙이 부르는 킬링넘버 ‘레베카’는 날카롭고 한이 서린 듯 차갑다.  또 ‘나’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은 ‘레베카’의 강점 중 하나로 꼽힌다. 막심과의 행복한 삶을 꿈꾸던 ‘나’는 레베카의 그림자가 드리운 맨덜리 저택에서 점점 위축되며 심리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가 사랑을 통해 다시금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은 ‘쇼’ 위주의 뮤지컬 시장에서 ‘드라마’를 강조하며 새로운 판도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했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자칫 드라마 위주의 작품에 ‘볼거리’의 결여가 뒤따를 수 있다. 하지만 ‘레베카’는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풍성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화려한 무대 연출로 이 빈틈을 빼곡하게 채워냈다.  ‘나’가 작은 스케스치북에 그리는 그림을 스크린으로 보여주고, 이 스크린 속 그림이 실제 무대로 드러나는 과정은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또 작품의 명장면이기도 한 발코니 회전 씬, 레베카가 빠진 바다의 성난 파도의 움직임, 아름다웠던 맨덜리 저택이 불타오르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강렬하게 기억된다.  ‘레베카’는 2020년 3월 15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객석에서] ‘레베카’, 드라마 위주의 뮤지컬…‘쇼’는 없다?

신영숙의 레베카, 한 서린 목소리의 힘

박정선 기자 승인 2019.12.05 16:02 | 최종 수정 2019.12.06 10:15 의견 0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맨덜리는 아름답지만 음산하고, 웅장하지만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다. 마치 죽은 레베카가 살아 숨 쉬고 있는 듯 맨덜리 저택의 모든 것을 여전히 레베카의 흔적이 진하게 남겨져 있다. 레베카라는 인물이 실제로 등장하지 않음에도 뮤지컬의 이름이 ‘레베카’인 것도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

‘레베카’는 ‘엘리자벳’ ‘모차르트!’ ‘마리 앙투아네트’ 등으로 전 세계가 사랑하는 뮤지컬계 최강 콤비 대본 및 작사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의 대표작이다. 작품은 영국의 대표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1938년 작 소설 ‘레베카’를 원작으로 하고 스릴러 영화의 거장 히치콕의 1940년 영화 ‘레베카’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되었다. 

이야기는 ‘나’(I)로부터 시작된다. 나는 여행 중 맨덜리 저택의 주인인 영국 최상류층 시사 막심 드 윈터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죽은 레베카의 자리에 ‘나’가 새로운 안주인으로 들어서면서부터 맨덜리 저택에서 숨진 레베카를 둘러싼 인물들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레베카 죽음의 비밀이 수면위로 드러나는 과정을 통해 작품은 트라우마와 집착으로 대변되는 인물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특히 맨덜리 저택에 레베카의 흔적을 묶어두고 있는 댄버스 부인은 이 작품 전체를 이끌어가는 강력한 힘을 보여준다. 

특히 배우 신영숙은 이번 시즌까지 총 다섯 번의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한 번도 댄버스 부인 역을 놓지 않았다. 그만큼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누구보다 자신감이 넘쳤다. 특히 신영숙이 부르는 킬링넘버 ‘레베카’는 날카롭고 한이 서린 듯 차갑다. 

또 ‘나’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은 ‘레베카’의 강점 중 하나로 꼽힌다. 막심과의 행복한 삶을 꿈꾸던 ‘나’는 레베카의 그림자가 드리운 맨덜리 저택에서 점점 위축되며 심리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가 사랑을 통해 다시금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은 ‘쇼’ 위주의 뮤지컬 시장에서 ‘드라마’를 강조하며 새로운 판도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했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자칫 드라마 위주의 작품에 ‘볼거리’의 결여가 뒤따를 수 있다. 하지만 ‘레베카’는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풍성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화려한 무대 연출로 이 빈틈을 빼곡하게 채워냈다. 

‘나’가 작은 스케스치북에 그리는 그림을 스크린으로 보여주고, 이 스크린 속 그림이 실제 무대로 드러나는 과정은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또 작품의 명장면이기도 한 발코니 회전 씬, 레베카가 빠진 바다의 성난 파도의 움직임, 아름다웠던 맨덜리 저택이 불타오르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강렬하게 기억된다. 

‘레베카’는 2020년 3월 15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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