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신증권)
좀처럼 속도가 붙질 않는다. 자기자본 4조원이라는 목표를 향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본업 경쟁력까지 뒷걸음질치며 실적은 되레 후퇴 중이다. 국내 10대 증권사의 마지노선을 지키고 있는 대신증권이 일보 전진하기 위해 필요한 동력은 뭘까.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신증권의 3분기 영업이익은 36억원으로 전년대비 91.4% 급감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전년보다 41% 줄어든 1129억원이다.
이 같은 성적은 전년대비 개선된 성과를 보이며 연간 기준 1조원대 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되는 주요 증권사들의 흐름과는 사뭇 다른 기류다.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기준으로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쌓으며 가장 먼저 1조클럽 입성에 성공했고 뒤를 이어 삼성증권과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이 9000억원대, 뒤이어 메리츠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등도 4분기 성과에 따라 1조원대에 육박하는 성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 가운데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 공급(LP) 관련 사고로 인해 손실을 입은 신한투자증권을 제외하면 지난해보다 실적이 하락한 곳은 대신증권이 유일하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보유상품 평가손실에 따른 트레이딩 수익 부진이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다. 3분기 운용 손익이 165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40% 이상 줄어들었는데 특수채와 국공채에서 각각 35.2%, 22.9%의 손실을 입었다. 파생결합상품 발행과 관련해서도 전년대비 반토막 수준에 그쳤다. 이에 대신증권측은 상품손실로 인한 일시적인 부침이란 입장이다.
문제는 이처럼 운용 등 사업부문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이를 상쇄시켜줄 만한 중심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증권은 실적 부진의 또 다른 이유로 국내 증시 위축을 꼽고 있다. 실제 3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17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3.4% 줄었다. 이에 대신증권의 국내주식 위탁자산 규모 역시 한 분기만에 11.9% 줄어들며 536조원대로 내려 앉았다.
하지만 국내 증시 부진만을 이유로 들기도 애매해 보인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신증권의 점유율 자체도 3%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어 리테일 자체 경쟁력 재점검이 필요한 상태다.
경쟁사들의 경우 국내 증시 부진 속에서도 전체 리테일 부문 수익은 되레 늘었다는 점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외주식 시장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3분기 해외주식 수수료를 통해 각각 709억원, 508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키움증권 역시 전년대비 79.4% 증가한 524억원의 이익을 창출했다. 특히 토스증권은 해외주식 매매 수수료와 환전 수익을 통해 3분기에 벌어들인 이익(1444억원)을 바탕으로 1년새 8배 넘는 성장을 일궈냈다.
고액자산가(HNW) 시장에서의 존재감 역시 미미하다. 대신증권의 HNW 고객 수는 5만 8200명 수준으로 전분기보다 4.1% 줄었다. 고객 자산 역시 동반 감소하며 전분기대비 14.3% 감소한 36조1790억원에 그쳤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중심 사업이 자기자본 확충을 통한 IB 확대에서 최근 자산관리(WM), 브로커리지(BK)로 집중되며 본연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상황”이라며 “젊은 리더십, 공격적 리더십을 내세운 경쟁 대열에서 대신증권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후퇴했다”고 봤다.
이에 대해 대신증권 관계자는 "3분기 상품 평가손실로 인한 일시적인 실적 부진이 있었다"며 "종투사 라이선스 획득 등을 통해 수익구조를 다각화하고 자기자본을 꾸준히 확대하면서 성장 개선 속도를 높여갈 것"이라고 답했다.
올해 신년사를 통해 자기자본 4조원 달성과 초대형 IB 진출을 강조했던 이어룡 회장의 비전은 구체화될 수 있을까. 이제 겨우 한달 남짓 남은 2024년, 그들에겐 한 걸음도 아쉬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