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24'가 열린 부산 벡스코 행사장 입구. (사진=백민재 기자)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4'가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는 게임업계가 주력하는 글로벌 진출 전략에 따른 결과물을 충분히 선보였다는 평가다. 다만 대형 해외 게임사들의 부재로 '글로벌 게임쇼'라기엔 부족했다는 점이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게임쇼 '지스타 2024'에는 인기 IP 기반 신작, 서브컬처, AI 게임 등 다채로운 볼거리들이 자리했다. 특히 내년 게임업계가 선보일 다장르·다플랫폼 신작들을 비롯해, 향후 나아갈 이정표를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이번 행사는 규모 면에서도 역대 행사 중 가장 화려하게 치뤄졌다. 전 세계 44개국에서 1375개 업체가 참여, 총 3359개 규모의 부스가 마련됐다. 확대된 규모만큼 약 21만5000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이는 지난해(19만7000명)보다 약 1만8000명 더 늘어난 수치다.
지스타 넥슨관에 몰린 인파. (사진=넥슨)
■ 인기 IP부터 AI 활용 게임까지…다양성 '눈길'
제1전시장에서는 메인 스폰서로 참여한 넥슨이 300여개 규모의 부스를 꾸려 '슈퍼바이브', '퍼스트 버서커: 카잔', '프로젝트 오버킬' 등 신작 4종을 선보였다. 시연작들의 인기에 지스타 넥슨관은 최대 150분의 대기 시간이 생길 정도로 압도적인 인파가 몰렸다. 또 16일에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지스타 최초로 대규모 오케스트라 공연을 열어 관람객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로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한 넷마블은 인기 IP에 기반한 작품을 소개했다. 골든글로브·에미상을 수상한 인기 IP '왕좌의 게임' 기반 오픈월드 RPG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를 비롯해, '몬스터 길들이기'의 후속작인 액션 RPG '몬길: 스타다이브'의 시연 부스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와 함께 크래프톤은 인생 시뮬레이션 '인조이'를 필두로 AI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으며, '프로젝트 아크', '딩컴 모바일' 등을 선보였다. 특히 야외부스에서는 자회사 렐루게임즈의 '마법소녀 즈큥도큥'의 체험 부스가 큰 인기를 끌었다. 행사 내내 '마법소녀'의 부스는 마법 주문을 외치는 관람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 밖에 펄어비스는 오픈월드 RPG '붉은사막'을 통해 AAA급 콘솔을 뛰어넘은 자체 기술력을 뽐냈다. 하이브IM 역시 언리얼 엔진5를 활용한 고퀄리티 신작 MMORPG '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을 소개했다. 웹젠은 서브컬처 수집형 RPG '테르비스'와 신작 '드래곤소드'를 통해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스타 넷마블관 전경. (사진=김태현 기자)
■ 모바일에서 콘솔·PC 플랫폼으로…트렌드 변화
올해 지스타에서는 기존 주류였던 모바일 MMORPG 대신 콘솔·PC 플랫폼으로 출시되는 게임들이 대거 출시됐다. '리니지라이크'로 대표되던 기존 모바일 게임들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멀티플랫폼 게임들이 대두되는 모양새다.
지스타를 찾은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경쟁력 있는 IP를 PC와 콘솔 등 멀티 플랫폼으로 다변화해 모든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는 최적화된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자 모객에 유리한 멀티 플랫폼 전략을 필두로, 글로벌 시장에서 먹힐 새로운 IP를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증명하듯 출품작 대다수는 이용자가 캐릭터를 직접 조작하는 '액션'을 내세웠다. 'P2W(Pay to Win)' 시스템에 대해 부정적인 서구권 이용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과금 대신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키보드 대신 콘솔 패드를 중점적으로 시연함으로써, 콘솔에 익숙한 글로벌 이용자들을 노렸다는 분석이다.
■ 'K-게임' 안방 잔치는 여전…숙제 남겨
다만 예년과 마찬가지로 '국내 게임사들만을 위한 잔치'라는 지적은 여전하다. 소니, 닌텐도, 블리자드 등 글로벌 게임사들의 참여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눈에 띄었던 부스는 제1전시관의 구글플레이와 그리프라인, 제2전시관에 나이언틱이 꾸린 '포켓몬 고' 정도였다. 스팀은 인디 게임사들과 함께 '인디 쇼케이스' 부스를 차린 게 전부다.
그나마도 스팀과 구글플레이 부스는 플랫폼 기업이었던 만큼, 이들의 부스에서 소개된 작품은 국산 게임이었다. 향후 지스타가 글로벌 게임쇼로 거듭나기 위해선 해외 게임사들의 신작 유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게임업계가 성장하고는 있지만 미국·중국·일본에 비해 우선순위가 낮고, 개최지 부산의 접근성이 서울보다 떨어지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