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웅'의 포스터 지난 14일 개최된 두나무 '업비트 D 컨퍼런스 2024'에는 현장 방문객 1350명이 다녀갔습니다. 온라인 스트리밍 조회수도 20만회를 넘는 등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블록체인 초고수 50여명이 참여해 현재 블록체인 업계가 돌아가는 상황도 한눈에 볼 수 있던 행사였습니다. 특히 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처하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차기 대통령에 선출된 가운데 치러진 행사라 '이것이 미래다'라는 확신 속에서 행사가 진행된 것 같습니다. 비트코인을 대표로하는 블록체인 서사에 트럼프가 '도장 꽝' 찍어서 '미래 승인'을 해주었다고나 할까요. 미국 달러 중심, 중앙 통제의 기득권에서의 해방을 선언하며 창조된 비트코인이 강달러를 주창하는 트럼프와 레거시 금융권, 법정 화폐와의 결속 속에서 비로소 투기에서 투자로 신분이 바뀌었다는 점은 참 아이러니한 부분입니다. 비트코인이 이만큼 입지를 공고히 한 것은 블랙록 등 금융권 거물이 현물 ETF에 편입시키면서였습니다. 스테이블코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언제든지 '법정 화폐'로 교환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는 데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공감합니다. 결국 현재 블록체인 산업 방향은 '크립토 네이티브 자산'을 '전통적 환경'에 편입시키는 것이 관건입니다. 결국 어느 시점에는 두 가지가 섞일 것이고, 그 가운데 '베스트 프랙티스'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사전 학술 컨퍼런스를 포함해 이틀동안 현장에 참여하면서 유독 많이 들었던 키워드는 '신뢰'와 '규제'였습니다. 이 둘은 상호 모순적으로도, 상호 보완적으로도 쓰였는데요. 특히 이제 막 테동하기 시작한 블록체인 업계의 사업자들은 '일관된 규제'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불확실성 해소 측면 뿐 아니라,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으로 '규제'를 활용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시장이 신뢰하는 '규제'를 잘 준수하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신뢰감도 구축될 것이라는 전략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NFT 티켓 등 블록체인이 창출한 현실의 변화가 더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여전히 블록체인에 대한 의문과 다양한 도전이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실물 금융에 직접 적용되고 법과 정책적으로도 제도화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말한 송치형 두나무 회장의 컨퍼런스 오프닝 멘트가 현재 상황을 압축적으로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초고수들의 관점을 보면서 불현듯 장이모 감독의 2002년 영화, '영웅'이 떠올랐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전국시대 말기, 자객들은 천하통일을 꿈꾸며 주변국을 병탄하고 있는 진왕(이후 진시황)을 암살하기 위해 머리를 맞댑니다. 진왕은 특히 위협적인 자객인 장공, 진검, 비설 등 셋을 죽인 자에게 어마어마한 상금과 더불어 자신의 10보 앞까지 와 술을 마실 수 있는 보상을 내겁니다. 그러던 어느날 '무명'이라는 자가 그 셋을 처단했다며 진왕을 찾아옵니다. 진왕은 무명을 10보 앞에 두고 술잔을 나누며 자객 셋을 처단한 이야기를 묻습니다. 무명은 장공은 실력으로 꺾었고, 연인 사이었던 비설과 진검은 질투심을 불러일으켜 싸움을 붙여 죽였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진왕은 무명의 이야기를 믿지 않습니다. 장공과 진검, 비설은 비록 자신을 암살하려는 자객들이지만, 그들의 실력이나 인품은 그렇게 하찮지 않다는 것이죠. 진왕의 뛰어난 안목을 무명은 간과했던 것입니다. 사실 무명은 십보 앞이면 누구든 살해할 수 있는 '십보일살'을 연마한 자객으로, 장공, 진검, 비설과 모의해 진왕의 살해를 시도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진왕의 앞에 서자, 십보일살을 주저합니다. 진검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계속 전쟁을 하면 죽어나가는 건 백성들뿐이고, 난세를 끝내려면 강력한 중앙집권국가가 통일해야 한다. 그 일을 할 사람은 진왕 뿐이다." 이 말을 듣고 진왕은 눈물을 흘립니다. 진왕은 자신의 대의를 이해해 준 이가 하나라도 있었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무검에게 자신의 검을 내어줍니다. 무명은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스포 아닌 스포라면, 실제 역사에서 진시황은 결국 천하를 통일합니다. 영화의 제목 '영웅'은 우리나라에서 붙인 것이라고는 합니다만, 그 영웅이 무명인지 진검인지 진시황인지는 분명하지는 않습니다. 해석하기 나름이겠지요. 그렇다면 블록체인 업계의 '영웅'은 누가 될까요. 비트코인일지, 트럼프일지, 달러일지 그것도 아니면 또 다른 블록체인 기술일 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모두가 '천하통일' 대의를 꿈꾸고 있는 것만은 알 것도 같습니다. 혁명적 철학으로 크립토 세계를 열어 제쳤던 천재적 자객들은 결국 어떤 선택을 내릴까요. 세계 통일을 도모하는 미국과 달러 앞에 무릎을 꿇게 될까요. '블록체인 시대의 영웅' 그 서사의 결말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황보람의 너클볼] 블록체인 춘추전국시대 영웅은?

'업비트 D 컨퍼런스 2024' 블록체인 초고수들 한자리에
탈중앙·탈은행·탈 레거시 꿈꿨지만...정작 필요한 건 '통일된 콘트롤'

황보람 기자 승인 2024.11.17 09:00 의견 0
영화 '영웅'의 포스터

지난 14일 개최된 두나무 '업비트 D 컨퍼런스 2024'에는 현장 방문객 1350명이 다녀갔습니다. 온라인 스트리밍 조회수도 20만회를 넘는 등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블록체인 초고수 50여명이 참여해 현재 블록체인 업계가 돌아가는 상황도 한눈에 볼 수 있던 행사였습니다.

특히 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처하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차기 대통령에 선출된 가운데 치러진 행사라 '이것이 미래다'라는 확신 속에서 행사가 진행된 것 같습니다. 비트코인을 대표로하는 블록체인 서사에 트럼프가 '도장 꽝' 찍어서 '미래 승인'을 해주었다고나 할까요.

미국 달러 중심, 중앙 통제의 기득권에서의 해방을 선언하며 창조된 비트코인이 강달러를 주창하는 트럼프와 레거시 금융권, 법정 화폐와의 결속 속에서 비로소 투기에서 투자로 신분이 바뀌었다는 점은 참 아이러니한 부분입니다.

비트코인이 이만큼 입지를 공고히 한 것은 블랙록 등 금융권 거물이 현물 ETF에 편입시키면서였습니다. 스테이블코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언제든지 '법정 화폐'로 교환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는 데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공감합니다.

결국 현재 블록체인 산업 방향은 '크립토 네이티브 자산'을 '전통적 환경'에 편입시키는 것이 관건입니다. 결국 어느 시점에는 두 가지가 섞일 것이고, 그 가운데 '베스트 프랙티스'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사전 학술 컨퍼런스를 포함해 이틀동안 현장에 참여하면서 유독 많이 들었던 키워드는 '신뢰'와 '규제'였습니다. 이 둘은 상호 모순적으로도, 상호 보완적으로도 쓰였는데요. 특히 이제 막 테동하기 시작한 블록체인 업계의 사업자들은 '일관된 규제'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불확실성 해소 측면 뿐 아니라,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으로 '규제'를 활용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시장이 신뢰하는 '규제'를 잘 준수하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신뢰감도 구축될 것이라는 전략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NFT 티켓 등 블록체인이 창출한 현실의 변화가 더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여전히 블록체인에 대한 의문과 다양한 도전이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실물 금융에 직접 적용되고 법과 정책적으로도 제도화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말한 송치형 두나무 회장의 컨퍼런스 오프닝 멘트가 현재 상황을 압축적으로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초고수들의 관점을 보면서 불현듯 장이모 감독의 2002년 영화, '영웅'이 떠올랐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전국시대 말기, 자객들은 천하통일을 꿈꾸며 주변국을 병탄하고 있는 진왕(이후 진시황)을 암살하기 위해 머리를 맞댑니다. 진왕은 특히 위협적인 자객인 장공, 진검, 비설 등 셋을 죽인 자에게 어마어마한 상금과 더불어 자신의 10보 앞까지 와 술을 마실 수 있는 보상을 내겁니다.

그러던 어느날 '무명'이라는 자가 그 셋을 처단했다며 진왕을 찾아옵니다. 진왕은 무명을 10보 앞에 두고 술잔을 나누며 자객 셋을 처단한 이야기를 묻습니다. 무명은 장공은 실력으로 꺾었고, 연인 사이었던 비설과 진검은 질투심을 불러일으켜 싸움을 붙여 죽였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진왕은 무명의 이야기를 믿지 않습니다. 장공과 진검, 비설은 비록 자신을 암살하려는 자객들이지만, 그들의 실력이나 인품은 그렇게 하찮지 않다는 것이죠. 진왕의 뛰어난 안목을 무명은 간과했던 것입니다.

사실 무명은 십보 앞이면 누구든 살해할 수 있는 '십보일살'을 연마한 자객으로, 장공, 진검, 비설과 모의해 진왕의 살해를 시도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진왕의 앞에 서자, 십보일살을 주저합니다. 진검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계속 전쟁을 하면 죽어나가는 건 백성들뿐이고, 난세를 끝내려면 강력한 중앙집권국가가 통일해야 한다. 그 일을 할 사람은 진왕 뿐이다."

이 말을 듣고 진왕은 눈물을 흘립니다. 진왕은 자신의 대의를 이해해 준 이가 하나라도 있었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무검에게 자신의 검을 내어줍니다.

무명은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스포 아닌 스포라면, 실제 역사에서 진시황은 결국 천하를 통일합니다.

영화의 제목 '영웅'은 우리나라에서 붙인 것이라고는 합니다만, 그 영웅이 무명인지 진검인지 진시황인지는 분명하지는 않습니다. 해석하기 나름이겠지요.

그렇다면 블록체인 업계의 '영웅'은 누가 될까요. 비트코인일지, 트럼프일지, 달러일지 그것도 아니면 또 다른 블록체인 기술일 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모두가 '천하통일' 대의를 꿈꾸고 있는 것만은 알 것도 같습니다.

혁명적 철학으로 크립토 세계를 열어 제쳤던 천재적 자객들은 결국 어떤 선택을 내릴까요. 세계 통일을 도모하는 미국과 달러 앞에 무릎을 꿇게 될까요. '블록체인 시대의 영웅' 그 서사의 결말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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