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는 22%의 양도세를 내고 삼성전자는 원금을 낸다” 코스피지수가 2400선까지 내려 앉고 '5만전자'까지 위협받자 증권가에 떠도는 자조섞인 표현입니다. 코스피지수 주가수익비율(PER) 0.84배. 2022년 9월 말 코스피가 2000선을 위협받던 당시의 밸류에이션 수준까지 내려왔으니 ‘패닉장’이라는 말도 무리가 아닌 듯합니다. 투자자들 대응은 항상 민첩합니다. 3분기 국내 주식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7조4000억원으로 작년보다 23.4% 줄었습니다. 반면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같은 기간 80% 늘면서 하루 평균 1조5000억원까지 확대됐습니다. 국내 증시의 불치병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이대로 요원한 일일까요. 무엇이 시장을 이토록 짓누르고 있는 걸까요.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책 리스크와 정부 정책 전략의 부재,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힌 문제라고 진단합니다. ■ 벌어지는 국가 경쟁력과 트럼프 시대에 대한 '공포' 먼저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의 말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편관세를 언급한 것은 수출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우리 입장에서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트럼프가 임명하는 스텝들의 면면을 보면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대부분 벤쳐캐피탈(VC) 출신의 억만장자들입니다. 이들을 통해 규제를 혁파하고 4년 안에 첨단 기술을 초격차로 벌려 중국을 밟겠다는 의지가 분명하죠. 중국 역시 디지털 대전에서 인공지능(AI)대전으로 전환하는 국면에서 미국에 맞서 경쟁하고 있죠. 2009년부터 여기에 쏟아부은 투자자금부터 각종 세금감면 등을 모두 합산하면 무려 320조원 규모에 달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보면 어떤가요. 오히려 연구개발(R&D) 예산을 줄였죠. 넥스트 스텝인 AI시대로 전환할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를 포기하고 현대차는 자율주행을 포기했죠. 우리가 알던 그 기업들이 더이상 아닙니다. AI시대인데 주도할 만한 종목이 보이지 않으니 똑똑한 투자자들은 미국으로 가는 겁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트럼프 정책 리스크에 대한 영향을 가장 먼저 꼽았습니다. “트럼프가 반중 강경파인 루비오 의원을 국무장관으로, 왈츠 의원을 국토안보보좌관에 지명하면서 트럼프 정책 리스크가 확대됐습니다. 두 사람 모두 중국에 강경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인물들로 관세 정책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죠. 또 강달러와 함께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는 등 원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이탈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상대적 매력도가 낮은 국내 증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기본적으로 시장은 이제 자율경쟁입니다. 미국은 주주환원율 자체가 평균 90% 수준인 데다가 마치 우리나라 부동산처럼 지속 상승 중입니다. 여기에 환율까지 오르니 거의 땅짚고 헤엄치기 수준이고 자고 일어나면 돈이 복사돼 있는 상황이죠.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여전히 후진적인 기업 행태 등 폭탄이 수시로 떨어져 어려운 장애물들이 있는 시장이죠. 정부 차원의 제도적인 개선을 통해 미국 등 선진 시장 대비로도 매력적인 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 지금 국장 탈출, 실익은? 이처럼 현재 나타나고 있는 증시의 부진이 당장 하루 이틀 내에 방향을 바꿀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국장을 떠나야 할까요. 시장 흐름이 뒤집힐 가능성은 전혀 없는 걸까요. 이들은 밸류에이션 레벨 다운의 속도나 외국인의 순매도 작업의 속도를 감안한다면 현 가격대에 국장 탈출을 결정하는 것은 실익 자체가 크지 않다고 조언합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보면 주인공 진도준이 위기의 타이밍에 주식을 사잖아요. 지나고 보면 ‘그때 그랬지’ 하게 되는 그 순간이 지금이 아닐까 합니다. 2001년 당시 닷컴버블 꺼질 때 버블 뿐 아니라 밸류에이션이 싼 것도 빠졌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돌아보면 기회가 되거든요. 나라가 망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은 물반 고기반이라는 믿음으로 좋은 기업들을 잘 추려내야 할 때입니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 “일단 트럼프 정부가 본격적으로 개별 산업단과 관세 협상을 어떻게 결론지을지 봐야합니다. 20%를 예상하고 우려를 잔뜩 반영했는데 실제 5%면 시장은 화답하게 되죠. 일례로 조선업의 경우 미국이 아쉽기 때문에 먼저 콜했듯이 미국의 편의에 의한 접근들이 나타날 겁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 “트럼프의 정책 불확실성은 내년 1월 20일 취임식 이후 트럼프가 중국 관세나 대중 반도체 규제를 발표한 이후에나 해소될 겁니다. 따라서 주가 추세를 기대하면서 대응하기보다는 트럼프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업종 위주의 전술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에게 외국인 순매도의 대부분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가의 바닥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주가만 놓고보면 거의 다 빠진 것 아닐까요. 기다리다 지친 주체들까지 던지는 국면이니 더 빠지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항상 극단적인 상황에서 기회를 만든다는 걸 감안한다면 삼성전자는 현 상황에서 대안을 세우고 쇄신하고 혁신을 통해 V자 반등할 체력이 있는 기업입니다. 이대로 망할 기업은 아니니까요.”

정신줄 놓은 패닉장, 누가 국장을 망쳤나

"우리가 알던 삼성전자, 현대차 아냐...투자자 이탈 당연"
"트럼프 관세 공포에 고환율까지...선진시장화 위한 고민해야"
"트럼프 리스크 회피 가능한 업종별 전술 필요"
"삼성전자, 더 빠지기도 쉽지 않아...이대로 망할 기업은 아냐"

박민선 기자 승인 2024.11.14 14:08 | 최종 수정 2024.11.14 14:30 의견 0


“엔비디아는 22%의 양도세를 내고 삼성전자는 원금을 낸다”

코스피지수가 2400선까지 내려 앉고 '5만전자'까지 위협받자 증권가에 떠도는 자조섞인 표현입니다. 코스피지수 주가수익비율(PER) 0.84배. 2022년 9월 말 코스피가 2000선을 위협받던 당시의 밸류에이션 수준까지 내려왔으니 ‘패닉장’이라는 말도 무리가 아닌 듯합니다.

투자자들 대응은 항상 민첩합니다. 3분기 국내 주식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7조4000억원으로 작년보다 23.4% 줄었습니다. 반면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같은 기간 80% 늘면서 하루 평균 1조5000억원까지 확대됐습니다.

국내 증시의 불치병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이대로 요원한 일일까요. 무엇이 시장을 이토록 짓누르고 있는 걸까요.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책 리스크와 정부 정책 전략의 부재,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힌 문제라고 진단합니다.

■ 벌어지는 국가 경쟁력과 트럼프 시대에 대한 '공포'

먼저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의 말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편관세를 언급한 것은 수출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우리 입장에서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트럼프가 임명하는 스텝들의 면면을 보면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대부분 벤쳐캐피탈(VC) 출신의 억만장자들입니다. 이들을 통해 규제를 혁파하고 4년 안에 첨단 기술을 초격차로 벌려 중국을 밟겠다는 의지가 분명하죠. 중국 역시 디지털 대전에서 인공지능(AI)대전으로 전환하는 국면에서 미국에 맞서 경쟁하고 있죠. 2009년부터 여기에 쏟아부은 투자자금부터 각종 세금감면 등을 모두 합산하면 무려 320조원 규모에 달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보면 어떤가요. 오히려 연구개발(R&D) 예산을 줄였죠. 넥스트 스텝인 AI시대로 전환할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를 포기하고 현대차는 자율주행을 포기했죠. 우리가 알던 그 기업들이 더이상 아닙니다. AI시대인데 주도할 만한 종목이 보이지 않으니 똑똑한 투자자들은 미국으로 가는 겁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트럼프 정책 리스크에 대한 영향을 가장 먼저 꼽았습니다.

“트럼프가 반중 강경파인 루비오 의원을 국무장관으로, 왈츠 의원을 국토안보보좌관에 지명하면서 트럼프 정책 리스크가 확대됐습니다. 두 사람 모두 중국에 강경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인물들로 관세 정책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죠. 또 강달러와 함께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는 등 원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이탈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상대적 매력도가 낮은 국내 증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기본적으로 시장은 이제 자율경쟁입니다. 미국은 주주환원율 자체가 평균 90% 수준인 데다가 마치 우리나라 부동산처럼 지속 상승 중입니다. 여기에 환율까지 오르니 거의 땅짚고 헤엄치기 수준이고 자고 일어나면 돈이 복사돼 있는 상황이죠.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여전히 후진적인 기업 행태 등 폭탄이 수시로 떨어져 어려운 장애물들이 있는 시장이죠. 정부 차원의 제도적인 개선을 통해 미국 등 선진 시장 대비로도 매력적인 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 지금 국장 탈출, 실익은?

이처럼 현재 나타나고 있는 증시의 부진이 당장 하루 이틀 내에 방향을 바꿀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국장을 떠나야 할까요. 시장 흐름이 뒤집힐 가능성은 전혀 없는 걸까요. 이들은 밸류에이션 레벨 다운의 속도나 외국인의 순매도 작업의 속도를 감안한다면 현 가격대에 국장 탈출을 결정하는 것은 실익 자체가 크지 않다고 조언합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보면 주인공 진도준이 위기의 타이밍에 주식을 사잖아요. 지나고 보면 ‘그때 그랬지’ 하게 되는 그 순간이 지금이 아닐까 합니다. 2001년 당시 닷컴버블 꺼질 때 버블 뿐 아니라 밸류에이션이 싼 것도 빠졌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돌아보면 기회가 되거든요. 나라가 망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은 물반 고기반이라는 믿음으로 좋은 기업들을 잘 추려내야 할 때입니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

“일단 트럼프 정부가 본격적으로 개별 산업단과 관세 협상을 어떻게 결론지을지 봐야합니다. 20%를 예상하고 우려를 잔뜩 반영했는데 실제 5%면 시장은 화답하게 되죠. 일례로 조선업의 경우 미국이 아쉽기 때문에 먼저 콜했듯이 미국의 편의에 의한 접근들이 나타날 겁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

“트럼프의 정책 불확실성은 내년 1월 20일 취임식 이후 트럼프가 중국 관세나 대중 반도체 규제를 발표한 이후에나 해소될 겁니다. 따라서 주가 추세를 기대하면서 대응하기보다는 트럼프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업종 위주의 전술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에게 외국인 순매도의 대부분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가의 바닥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주가만 놓고보면 거의 다 빠진 것 아닐까요. 기다리다 지친 주체들까지 던지는 국면이니 더 빠지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항상 극단적인 상황에서 기회를 만든다는 걸 감안한다면 삼성전자는 현 상황에서 대안을 세우고 쇄신하고 혁신을 통해 V자 반등할 체력이 있는 기업입니다. 이대로 망할 기업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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