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 속 외침일 뿐이다.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주름이 생기는 등 외적인 변화 뿐 아니라, 심적인 변화도 크다. ‘왕년에 나도’를 외치면서도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느낀다. 이러다보니 젊은 시절 느꼈던 ‘사랑’의 감정은 사치로 받아들인다.  이미 무대에 오른 지 10년이 훌쩍 넘은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이런 보편적인 생각에 그동안 ‘약간’의 반기를 들었다. 비록 세월의 흐름에 따른 불가피한 제약이 있지만 여전히 그들에게는 진한 우정과 사랑이 존재한다. 작품은 강풀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이해제 연출이 연극적으로 재구성했다.  사진=아크컴퍼니 제공 이미  동명의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되면서 큰 사랑을 받았던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노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선입견을 갖게 할 수 있지만, 젊은 층도 전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감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만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동화적인 색감의 무대와 연출도 인상적이다.  연극은 한 마을에 사는 네 명의 노인들을 주축으로 시작된다. 우유배달을 하는 김만석이 파지를 줍는 송씨(송이뿐)를 신경 쓰면서, 겉으론 퉁명스럽지만 수레도 밀어주고 주민등록증 발급도 도와주는 등 조금씩 가까워진다. 또 주차관리소에서 일하는 장군봉은 기억을 잃어버린 아내 조순이를 돌보며 생활한다. 어느 날 길 잃은 조순이를 송씨가 찾아주면서 네 명의 남녀가 인연을 맺는다.  사진=아크컴퍼니 제공 120분에 걸쳐 진행되는 동안 연극은 시종일관 덤덤하고 잔잔하다. 죽음의 순간에서도 말이다. 하지만 이를 보는 관객들의 가슴은 결코 잔잔하지 못했다. 따뜻한 이들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에 흐뭇한 미소를 짓다가도 가슴을 ‘툭’ 건드리는 인물들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눈물을 쏟아 낸다. 배우들이 예고 없이 쏟아내는 거칠고 정감 넘치는 말투는 눈물 짓는 관객들의 배꼽을 잡게도 한다.    작품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도 관객들에 감흥을 주지만, 무엇보다 중년 배우들의 조화로운 연기 덕에 작품이 빛을 발한다. 11월 28일 공연에 오른 이순재와 손숙은 제14회 골든티켓어워즈에서 이 작품을 통해 연극배우 부문에서 남녀 수상자로 각각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이순재는 영화, 드라마에 이어 연극에서도 김만석을 연기한 만큼 ‘김만석’이라는 캐릭터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 듯 자연스럽니다. 무심하면서도 좋아하는 송씨를 살뜰히 챙기는 ‘츤데레’의 성격의 김만석은 관객들의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건드리는 주요 인물이다.  신철진과 박해진 배우가 보여주는 알콩달콩한 노년 부부의 모습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또 김만석의 손녀 연아 역의 문고은, 원씨 외에 멀티 역을 맡은 김주일이 보여주는 젊은 에너지도 인상적이다. 그들이 극중 장년층과 어우러지는 모습은 웃음을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2020년 2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1관에서 공연된다.

[객석에서] 사랑은 청춘들만의 전유물일까?…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이순재·손숙의 완벽한 연기 호흡

박정선 기자 승인 2019.12.06 10:14 | 최종 수정 2019.12.07 11:10 의견 0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 속 외침일 뿐이다.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주름이 생기는 등 외적인 변화 뿐 아니라, 심적인 변화도 크다. ‘왕년에 나도’를 외치면서도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느낀다. 이러다보니 젊은 시절 느꼈던 ‘사랑’의 감정은 사치로 받아들인다. 

이미 무대에 오른 지 10년이 훌쩍 넘은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이런 보편적인 생각에 그동안 ‘약간’의 반기를 들었다. 비록 세월의 흐름에 따른 불가피한 제약이 있지만 여전히 그들에게는 진한 우정과 사랑이 존재한다. 작품은 강풀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이해제 연출이 연극적으로 재구성했다. 

사진=아크컴퍼니 제공

이미  동명의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되면서 큰 사랑을 받았던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노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선입견을 갖게 할 수 있지만, 젊은 층도 전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감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만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동화적인 색감의 무대와 연출도 인상적이다. 

연극은 한 마을에 사는 네 명의 노인들을 주축으로 시작된다. 우유배달을 하는 김만석이 파지를 줍는 송씨(송이뿐)를 신경 쓰면서, 겉으론 퉁명스럽지만 수레도 밀어주고 주민등록증 발급도 도와주는 등 조금씩 가까워진다. 또 주차관리소에서 일하는 장군봉은 기억을 잃어버린 아내 조순이를 돌보며 생활한다. 어느 날 길 잃은 조순이를 송씨가 찾아주면서 네 명의 남녀가 인연을 맺는다. 

사진=아크컴퍼니 제공

120분에 걸쳐 진행되는 동안 연극은 시종일관 덤덤하고 잔잔하다. 죽음의 순간에서도 말이다. 하지만 이를 보는 관객들의 가슴은 결코 잔잔하지 못했다. 따뜻한 이들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에 흐뭇한 미소를 짓다가도 가슴을 ‘툭’ 건드리는 인물들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눈물을 쏟아 낸다. 배우들이 예고 없이 쏟아내는 거칠고 정감 넘치는 말투는 눈물 짓는 관객들의 배꼽을 잡게도 한다. 
 
작품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도 관객들에 감흥을 주지만, 무엇보다 중년 배우들의 조화로운 연기 덕에 작품이 빛을 발한다. 11월 28일 공연에 오른 이순재와 손숙은 제14회 골든티켓어워즈에서 이 작품을 통해 연극배우 부문에서 남녀 수상자로 각각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이순재는 영화, 드라마에 이어 연극에서도 김만석을 연기한 만큼 ‘김만석’이라는 캐릭터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 듯 자연스럽니다. 무심하면서도 좋아하는 송씨를 살뜰히 챙기는 ‘츤데레’의 성격의 김만석은 관객들의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건드리는 주요 인물이다. 

신철진과 박해진 배우가 보여주는 알콩달콩한 노년 부부의 모습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또 김만석의 손녀 연아 역의 문고은, 원씨 외에 멀티 역을 맡은 김주일이 보여주는 젊은 에너지도 인상적이다. 그들이 극중 장년층과 어우러지는 모습은 웃음을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2020년 2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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