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뮤지컬 공연장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곳곳에 넘버(노래)를 따라 부르고, 시도 때도 없이 박수로 박자를 맞추는 관객들을 다수 목격할 수 있다. 지난 11월 28일 개막한 뮤지컬 ‘보디가드’의 공연장 풍경이다. 

‘보디가드’는 팝스타 레이첼 마론과 그녀를 스토커로부터 보호하는 보디가드 프랭크 파머 사이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휘트니 휴스턴 주연의 1992년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뮤지컬은 영화 속의 배경음악은 물론 ‘그레이티스트 러브 오브 올’(Greatest love of all) 등 휘트니 휴스턴의 히트곡들이 더해졌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으로 남은 명작 ‘보디가드’ 속의 음악이 울려 퍼질 때마다 관객들을 박수로, 환호로 화답했다. 부담이 컸을 첫 공연의 타이틀롤을 담당했던 주인공은 김선영이었다. 김선영의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는 관객들의 당시 추억을 기분 좋게 되살렸고, 처음 ‘보디가드’를 접하는 이들에게도 새로운 감동을 안겨줬다. 

주크박스 뮤지컬인 만큼 조연들의 가창력도 예사롭지 않다. 특히 이날 공연에서 레이첼의 언니인 니키 마론은 최현선 배우가 맡았다. 그의 풍성한 울림과 감정 연기는 관객들의 몰입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파워풀하면서도 애절한 그의 목소리에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도 보였다. 

강경준의 활약도 의외다. 공연 시작 전 강경준과 이동건이 레이첼의 보디가드인 프랭크 파머 역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우려를 보냈던 것도 사실이다. 뮤지컬 연기가 처음인데다, 넘버와 안무를 어떻게 소화해낼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보디가드라는 역할 자체가 ‘음치’로 설정이 되어 있고 안무도 없었다. 첫날 공연 무대에 올랐던 강경준의 비주얼적인 면은 우리가 흔히 대중매체를 통해 봐왔던 보디가드의 모습이었다. 무대에서의 연기도 제법 성공적이었다. 사실 강경준은 매력적인 보이스로 보통 이상의 노래 실력을 가진 배우로 유명한데 극에서 음치인 ‘척’을 하는 모습이 웃음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뮤지컬 ‘보디가드’의 또 다른 매력은 무대 장치의 활용이다. 레이첼 마론의 집이었던 무대는 어느새 퀴퀴한 냄새가 날 것 같은 조그만 바로 변하고, 관객들의 환호성으로 가득한 콘서트장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무대에 구현하기 힘든 영화적 요소들은 스크린 등을 이용한 영상으로 대신한다. 현장감과 영상미를 동시에 잡으면서 연신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공연은 2020년 2월 23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뷰어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naver.com 박정선 기자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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