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침에 카드사 노조가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노조 측은 금융당국의 카드사 비용절감 압박은 카드 노동자의 삶을 담보로 한 포퓰리즘이라며 집단 행동을 예고했다.
19일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등은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위원회는 내수 부진 장기화를 해결할 실질적 대책 마련은 포기한 채 카드 수수료 표퓰리즘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금융위원회가 망가뜨린 카드 산업과 카드 노동자의 삶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금융위 해체와 관치금융 청산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지난 17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는 내용의 '2025년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연매출 1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 0.1%p, 연매출 10∼30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0.05%p 인하하는 내용이 담겼다. 연 매출 1000억원 이하 일반 가맹점에 대해선 현행 수수료율을 3년 간 동결하기로 했다.
이날 결정된 적격 비용은 카드사의 자금 조달 비용과 밴 수수료 등 카드 결제 과정에서 소모되는 비용으로 구성된 원가를 뜻한다. 사실상 카드사 핵심 수익원을 좌우함에도 불구하고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현행 규정상 3년마다 재산정해 꾸준히 인하돼 왔다.
본업에서 수익이 줄어든 카드사들이 대출 사업에 의존하면서 고금리의 리볼빙과 카드론 자산이 급증하는 등 사실상 '대부업'으로 전락했다는 자조도 나온다. 카드 수수료 정책은 카드사의 대손 비용 증가와 부실 자산을 확산시켜 카드 산업 전체의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제도라는 주장이다.
카드업계는 카드 수수료 인하로 본업 경쟁력이 떨어지면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국내 상위 3개 카드사의 직원 수는 2013년 상반기 8589명에서 올 상반기 4072명이 됐다. 10년새 절반 가량 급감했다. 금융당국의 지나친 개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문제는 카드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영세 가맹점들의 혜택도 사실상 미미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신용카드 등 매출세액 공제 제도를 감안하면 연매출 10억원 이하의 영세·중소가맹점까지는 대부분 신용카드 수납에 따른 카드수수료 부담보다 공제받는 금액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개편안으로 연 매출 2억원 가량의 가맹점이 카드 수수료로 아끼는 비용은 연간 20만원 수준이다. 연 매출 20억원 가맹점이 얻는 혜택은 연간 120만원으로 매출이 클 수록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다.
특히 이번 개편안에서 수수료가 동결된 연매출 1000억원 수준의 가맹점은 대형마트나 백화점, 대형 프랜차이즈 같은 대규모 유통업체들로 영세 중소 가맹점 보호와는 거리가 먼 결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카드노조 측은 금융당국이 세제 지원이나 플랫폼 수수료 규제, 공정한 시장 질서 회복 등 실질적 대안으로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여야 함에도 오로지 카드 수수료 인하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 관계자는 "금융위는 연매출 1000억원 이하 일반 가맹점의 수수료를 3년 간 동결하면서 이를 ‘자발적 상생’이라 포장했다"며 "카드 산업과 카드 노동자를 희생양 삼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