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양군 교촌 '발효공방1991' 전경. (사진=김성준 기자) #. 굽이굽이 흐르는 개천과 추수가 끝난 논 사이로 난 길, 전원적인 풍경을 얼마간 따라가다 보면 영양군 읍내 한편에 자리잡은 복고풍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나무틀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간 카페에서는 수십년 세월이 느껴지는 서류와 신문, 지폐 등을 구경할 수 있다. 다시 마당 옆 오래된 우물과 막걸리를 빚던 항아리들을 지나면, 비로소 옛 건물을 개조한 양조장이 드러난다. 18일 점심, 경북 영양군에 있는 교촌 양조장 ‘발효공방1991’에서는 막걸리가 한창 빚어지고 있었다. ‘발효공방1991’은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영양 양조장을 이어받은 교촌의 손자회사로, 지난 2022년 영양 양조장 건물을 복원해 문을 열었다. 현재 교촌은 이곳에서 ‘감향주’와 ‘은하수 막걸리’ 등 전통 제조방식을 계승한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 영양 양조장 건물을 활용한 만큼 외관은 옛 모습 그대로였지만 내부는 현재 위생기준에 맞도록 깔끔하게 새단장했다. 창고로 활용되던 건물을 개조해 ‘담금실’과 ‘발효실’, ‘병입실’을 꾸린 양조장은 작은 규모에도 각종 배관과 설비들이 알차게 들어서 있었다. 아직 해썹(HACCP) 인증을 획득하진 않았지만, 점검을 나오는 식약처 직원에게 “바로 인증을 받아도 되겠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위생도 깐깐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김명길 발효공방1991 양조사가 '은하수 막걸리' 주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막걸리 제조 과정에도 교촌 특유의 ‘진심’이 담겼다. ‘발효공방1991’은 영양 양조장 주조법을 계승해 인공감미료 등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지역 특산물인 쌀과 누룩만을 활용해 막걸리를 빚는다. 각각 6도와 8도 도수인 ‘은하수 막걸리’ 2종도 도수만 다른 것이 아니라 개별 레시피를 통해 처음부터 따로 주조된다. 일반적인 막걸리가 7일에서 10일 사이의 숙성 기간을 거치는 것과 달리, 최소 15일동안 완전히 숙성한 뒤 다시 3일 이상 안정화 기간을 거친다. 김명길 발효공방1991 양조사는 “숙성 기간을 줄이면 제품 생산량은 늘릴 수 있겠지만, 더 깔끔한 맛을 내고 맛에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정화에 오랜 시간을 들이고 있다”면서 “영양 양조장이 지닌 전통과 장인정신을 제품에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현재는 한정 수량만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효사업으로 그리는 ‘K-소스’ 미래…”특별함 넘어 가치 담는다” '영양 양조장'에서 사용하던 막걸리 항아리. (사진=김성준 기자) 월 약 5000병 규모로 소량만 생산되는 만큼, ‘은하수 막걸리’는 교촌필방과 메밀단편 등 일부 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귀한 몸이다. 특색 있는 맛과 다양한 음용법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다양한 교촌 메뉴와 페어링할 수 있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실 교촌이 ‘막걸리’ 사업에 나서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평소 자전거 여행을 즐겨하던 권원강 교촌 회장이 영양군을 지나던 중 전통술인 ‘감향주’를 맛보게 됐는데, 이를 만드는 영양 양조장이 문을 닫게 되자 양조 기술을 직접 전수받도록 한 것이 시작이었다.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주류로 손을 뻗는 것이 뜬금없어 보이지만, 권 회장이 단순히 즉흥적으로 시작한 사업은 아니었다. 현재 ‘발효공방1991’ 연매출은 6000만원 수준으로 아직 신사업이라 내세우긴 멋쩍은 규모지만, 교촌이 그리고 있는 ‘발효사업’ 청사진은 멀리까지 펼쳐져 있다. 교촌 핵심 경쟁력인 ‘소스’를 본격적인 사업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레시피를 뛰어넘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게 권 회장의 생각이었다. 전통 발효식품이자 한식과 떼어낼 수 없는 양념인 고추장, 된장, 간장 등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이다. 송숙희 발효공방1991 발효사업부문장이 ‘발효공방1991'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실제로 ‘발효공방1991’은 전통 장류 브랜드 ‘구들’을 통해 내년 중 고추장과 된장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영양 지역 특산물과 발효 숙성 노하우를 접목해 ‘최고’ 품질을 구현하는 게 목표다. 한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발효식품이 향후 K-푸드 확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비전이 깔려 있다. 교촌은 오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발효감각 복합 플랫폼’ 건설도 시작했다. 6323㎡ 면적에서 생산과 체험이 함께 이뤄지는 복합 테마시설로, 완공 이후 ‘은하수 막걸리’ 생산량을 최대 50배까지 늘리고 ‘구들’ 제품도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송숙희 발효공방1991 발효사업부문장은 “내년 중 누룩과 복합균 관련 특허 출원을 준비중으로, 향후 ‘발효감각 복합 플랫폼’을 통해 차별화된 발효 핵심기술 역량을 확보해 글로벌 발효식품 선도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전체 부지의 60%에 달하는 면적을 다양한 체험 공간에 할당하는 등 단순한 공장이 아니라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써 발효 기술을 알리고 지역 상생을 실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기자가 간다] 막걸리로 여는 ‘K소스’ 미래…교촌, 발효사업도 ‘진심’

'100년 전통 양조장' 계승한 ‘발효공방1991’로 발효사업 청사진 그려
위생은 기본, 원료부터 품질까지 깐깐한 고집…전통·장인정신에 초점
“차별화 발효 핵심기술 역량 확보해 글로벌 발효식품 선도기업 도약”

김성준 기자 승인 2024.12.22 12:00 의견 0
경북 영양군 교촌 '발효공방1991' 전경. (사진=김성준 기자)

#. 굽이굽이 흐르는 개천과 추수가 끝난 논 사이로 난 길, 전원적인 풍경을 얼마간 따라가다 보면 영양군 읍내 한편에 자리잡은 복고풍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나무틀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간 카페에서는 수십년 세월이 느껴지는 서류와 신문, 지폐 등을 구경할 수 있다. 다시 마당 옆 오래된 우물과 막걸리를 빚던 항아리들을 지나면, 비로소 옛 건물을 개조한 양조장이 드러난다.

18일 점심, 경북 영양군에 있는 교촌 양조장 ‘발효공방1991’에서는 막걸리가 한창 빚어지고 있었다. ‘발효공방1991’은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영양 양조장을 이어받은 교촌의 손자회사로, 지난 2022년 영양 양조장 건물을 복원해 문을 열었다. 현재 교촌은 이곳에서 ‘감향주’와 ‘은하수 막걸리’ 등 전통 제조방식을 계승한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

영양 양조장 건물을 활용한 만큼 외관은 옛 모습 그대로였지만 내부는 현재 위생기준에 맞도록 깔끔하게 새단장했다. 창고로 활용되던 건물을 개조해 ‘담금실’과 ‘발효실’, ‘병입실’을 꾸린 양조장은 작은 규모에도 각종 배관과 설비들이 알차게 들어서 있었다. 아직 해썹(HACCP) 인증을 획득하진 않았지만, 점검을 나오는 식약처 직원에게 “바로 인증을 받아도 되겠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위생도 깐깐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김명길 발효공방1991 양조사가 '은하수 막걸리' 주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막걸리 제조 과정에도 교촌 특유의 ‘진심’이 담겼다. ‘발효공방1991’은 영양 양조장 주조법을 계승해 인공감미료 등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지역 특산물인 쌀과 누룩만을 활용해 막걸리를 빚는다. 각각 6도와 8도 도수인 ‘은하수 막걸리’ 2종도 도수만 다른 것이 아니라 개별 레시피를 통해 처음부터 따로 주조된다. 일반적인 막걸리가 7일에서 10일 사이의 숙성 기간을 거치는 것과 달리, 최소 15일동안 완전히 숙성한 뒤 다시 3일 이상 안정화 기간을 거친다.

김명길 발효공방1991 양조사는 “숙성 기간을 줄이면 제품 생산량은 늘릴 수 있겠지만, 더 깔끔한 맛을 내고 맛에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정화에 오랜 시간을 들이고 있다”면서 “영양 양조장이 지닌 전통과 장인정신을 제품에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현재는 한정 수량만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효사업으로 그리는 ‘K-소스’ 미래…”특별함 넘어 가치 담는다”

'영양 양조장'에서 사용하던 막걸리 항아리. (사진=김성준 기자)

월 약 5000병 규모로 소량만 생산되는 만큼, ‘은하수 막걸리’는 교촌필방과 메밀단편 등 일부 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귀한 몸이다. 특색 있는 맛과 다양한 음용법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다양한 교촌 메뉴와 페어링할 수 있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실 교촌이 ‘막걸리’ 사업에 나서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평소 자전거 여행을 즐겨하던 권원강 교촌 회장이 영양군을 지나던 중 전통술인 ‘감향주’를 맛보게 됐는데, 이를 만드는 영양 양조장이 문을 닫게 되자 양조 기술을 직접 전수받도록 한 것이 시작이었다.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주류로 손을 뻗는 것이 뜬금없어 보이지만, 권 회장이 단순히 즉흥적으로 시작한 사업은 아니었다. 현재 ‘발효공방1991’ 연매출은 6000만원 수준으로 아직 신사업이라 내세우긴 멋쩍은 규모지만, 교촌이 그리고 있는 ‘발효사업’ 청사진은 멀리까지 펼쳐져 있다. 교촌 핵심 경쟁력인 ‘소스’를 본격적인 사업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레시피를 뛰어넘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게 권 회장의 생각이었다. 전통 발효식품이자 한식과 떼어낼 수 없는 양념인 고추장, 된장, 간장 등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이다.

송숙희 발효공방1991 발효사업부문장이 ‘발효공방1991'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실제로 ‘발효공방1991’은 전통 장류 브랜드 ‘구들’을 통해 내년 중 고추장과 된장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영양 지역 특산물과 발효 숙성 노하우를 접목해 ‘최고’ 품질을 구현하는 게 목표다. 한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발효식품이 향후 K-푸드 확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비전이 깔려 있다. 교촌은 오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발효감각 복합 플랫폼’ 건설도 시작했다. 6323㎡ 면적에서 생산과 체험이 함께 이뤄지는 복합 테마시설로, 완공 이후 ‘은하수 막걸리’ 생산량을 최대 50배까지 늘리고 ‘구들’ 제품도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송숙희 발효공방1991 발효사업부문장은 “내년 중 누룩과 복합균 관련 특허 출원을 준비중으로, 향후 ‘발효감각 복합 플랫폼’을 통해 차별화된 발효 핵심기술 역량을 확보해 글로벌 발효식품 선도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전체 부지의 60%에 달하는 면적을 다양한 체험 공간에 할당하는 등 단순한 공장이 아니라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써 발효 기술을 알리고 지역 상생을 실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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