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날(15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10·15대책)'에 따라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동시에 지정되는 등 이재명 정부의 세 번째 부동산 대책에 대한 향후 전망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 4인의 의견을 16일 들어봤다.
10·15대책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주택가격에 따라 2억원, 4억원, 6억원으로 차등 적용된다. 수도권 규제지역의 스트레스 금리 하한은 1.5%에서 3%로 상향됐고, 1주택자의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은 이달 말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 반영된다. 새로 규제지역이 된 곳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기존 70%에서 40%로 즉시 축소됐다. 강력한 조치에 시장은 단기 관망세로 접어들며 숨 고르기 양상에 들어간 분위기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수요가 억제되겠지만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와 일자리 분산 등이 함께 추진되지 않으면 약효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확대라는 목표와 정비사업 규제가 충돌하는 상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라는 말도 조언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왼쪽부터),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연구위원,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사진=뷰어스DB)
김덕례 "수요관리는 불가피…공급·정비의 상충 풀어야"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이번 대책을 "불안 심리 진정이라는 수요관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공급·정비와의 상충을 풀 정교한 설계가 필요한 국면"으로 봤다.
그는 "서울 중심의 상승폭이 컸던 구간은 조정될 여지가 있으나, 곧바로 하락세로 전환되긴 어렵다"며 "전월세는 이미 오름세인 상황에서 전세 수요와 신규 월세 유입이 겹치면 임차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0년 7월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갱신 물량이 시장에 재등장하는 사이클이 시작됐다"며 "매물이 줄어든 환경에서 되돌아온 수요가 맞물리면 임대차 압력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출, 세제, 규제지역 지정 등 수요 억제책은 이미 다 써봤고, 그 결과가 지금의 시장이다. 수요 억제는 필요하지만 유효기간이 있다"며 "결국 수요관리와 공급 확대를 함께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 공급을 늘리려면 과거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며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같은 규제가 정비사업을 동시에 묶는 상충 문제를 풀고, 도심 내 유휴부지 전환이나 공실 주거화 등 새로운 방법을 가능하게 할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런 제도 변화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사이에는 수요관리를 통해 불안을 진정시키되 외국인과 투기성 수요는 철저히 억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인만 "규제는 단기 효과…근본 해법은 수요 분산·일자리"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규제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대책 한, 두 개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 "강한 규제가 단기적으로 거래량과 상승률을 꺼뜨릴 수는 있지만, 서울은 구조적으로 수요 과잉과 공급 부족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동성이 주식, 코인, 금, 부동산 등으로 동시에 흐르는 환경에서 집값만 따로 잡겠다는 건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9·7 공급대책에 대해서도 "시장 신뢰를 얻지 못했다"며 "공급은 본질적으로 시간이 걸리는 사업이라 획기적인 해법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결국 해법은 수요 분산"이라며 "지방에 양질의, 특히 대기업 일자리를 만들어 서울 집중을 완화해야 한다. 공공택지나 민간 재개발 같은 공급 노력은 꾸준히 이어가되, 일자리 분산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 전체의 문제"라는 총평도 내놨다.
박원갑 "2차 충격요법…허가구역 확대, 풍선효과 제한"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조치를 "예상을 웃돈 2차 충격요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금액별 대출 차등화로 상급지 갈아타기에 제동을 걸고, 허가구역 확대를 통해 아파트 갭투자를 원천 차단했다"고 진단했다. 또한 "서울 전역은 물론 과천, 성남, 용인, 수원 등 남부 벨트를 겨냥해 확산을 차단하려는 정부 의지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장 흐름은 단기 급등지나 허가구역 대상지에서 일부 매물이 나오며 가격이 조정될 수 있고, 서울과 수도권 인기 지역이 대부분 허가권역에 포함돼 풍선효과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제는 연립이나 다세대주택이라도 동일 단지에 아파트 한 동만 포함되면 허가 대상이 된다"며 "약정, 허가신청, 허가, 계약 순으로 진행돼 허위 계약을 통한 시세 조정 여지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2년 의무거주가 걸려 갭투자는 구조적으로 어려워졌으며, 허가구역 내 비아파트 LTV도 70%에서 40%로 낮아져 상가나 건물시장 수요도 둔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청약시장에 대해선 "규제지역 재편으로 무주택자 중심의 룰이 강화됐다"며 "실수요자는 대책 직후 호가에 휩쓸리지 말고 '선 대출확인·후 계약', '선매도·후매수' 원칙을 지켜야 미매각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함영진 "강남·한강변 직격…4분기 거래 급감"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대책을 "6·27, 9·7 이후 세 번째 카드로, 수요 억제에 방점을 찍은 조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강남, 서초는 호당 평균 거래가격이 이미 25억원을 웃돌고, 용산, 성동, 송파 등도 15억~25억원대 비중이 높다"며 "주담대 차등 규제가 이 구간을 정조준하면서 담보물건의 건전성과 무관하게 대출이 제한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이어 "서울 전역이 허가구역이 되면서 거래 자체가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4분기에는 거래가 눈에 띄게 줄고, 한강변과 강남권에서 포모(FOMO, 조급한 매수 심리) 현상이나 패닉바잉(불안감에 급매수)이 한풀 꺾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시중 유동성, 금리 인하 기대, 임대차 불안이 맞물린 상황에서 현금 수요까지 위축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비규제 외곽이나 교통, 정비 호재 지역은 풍선효과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전세 물건 감소와 월세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갭투자 악용은 줄겠지만 보증부 월세 확대에 따른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은 늘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