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나를 찾아줘' 스틸
박해준이 최근 5개월 동안에만 무려 네 편의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장르, 캐릭터를 가리지 않는 박해준의 안정적인 활약이 그를 다작 배우 반열에 오르게 했다.
드라마 ‘미생’ 속 주변 어딘가에 있을 법한 현실적인 상사 천 과장으로 박해준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독전’ 속 강렬한 악역 캐릭터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그동안 박해준은 작품의 장르, 캐릭터의 성격과 비중에 구애 받지 않은 활발한 활약으로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강렬한 연기로 뚜렷한 이미지를 각인 시키는 배우는 아니지만, 어떤 색깔의 연기도 소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이 강점이 올해 4편의 영화와 한 편의 드라마에 출연하게 하는 바탕이 됐다.
배우가 적극적으로 작품에 출연하며 대중들을 자주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지나칠 경우 과도한 이미지 소비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매 작품 새로운 캐릭터에 이질감 없이 녹아든 박해준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올해 출연한 영화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박해준은 분량부터 캐릭터 성격, 직업 등 저마다 다른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이질감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모든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한 것은 아니다. 지난 8월 개봉한 ‘유열의 음악앨범’에서는 주인공 미수(김고은 분)가 일하는 출판사 대표 종우를 연기했다. 분량이 많은 역할은 아니었지만 미수, 현수 커플에 결정적인 위기 상황을 만들어내는 임팩트가 필요한 캐릭터였다. 박해준은 어른다운 넓은 포용력을 보여주며 미수의 곁을 지키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든든한 모습으로 주어진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사진=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
‘나를 찾아줘’에서도 분량보다는 중요도가 높은 캐릭터를 맡으며 사건의 문을 제대로 열었다. ‘나를 찾아줘’에서는 사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짧게 등장해 실종 아동 가족의 아픈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영애의 남편 명국 역을 맡아 아이를 잃은 부모의 절절한 마음을 애틋하게 표현해 이후 전개를 위핸 발판을 탄탄하게 마련했다. 최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시동’에서는 장풍반점 거석이형(마동석 분)과 과거 인연을 맺은 조폭 역할로 등장, 영화의 키를 쥔 역할을 임팩트 있게 소화했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를 통해서는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 넓은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무게감을 벗어던지고 소탈한 매력을 보여주며 코믹 연기도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지적 장애를 앓는 형 철수(차승원 분)를 묵묵히 지켜주면서도 가끔 함께 사고를 쳐 아내를 속상하게 하는 철없는 남편 영수를 코믹하게 소화한 박해준은 당시 제대로 된 코미디 연기는 처음이었다며 부담감을 털어놨지만, 오버하지 않고도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개성 넘치는 악역부터 현실에 발을 딛은 평범한 소시민, 따뜻한 분위기가 풍기는 선한 역할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이질감 없이 소화한 박해준이다. 강렬한 연기로 인상에 남는 명장면을 만들어내지는 않았지만, 매 작품 새로운 캐릭터들을 소화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에서 박해준의 이름을 먼저 각인시킨 것은 아니지만, 무리 없이 어디에나 녹아들 수 있다는 것은 그만의 장점이다.
현재 박해준은 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방송을 앞두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또 어떤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몰입시킬지 궁금증을 모은다.